'학폭' 유영현 탈퇴→최정훈 '父X김학의' 해명→공연 강행…잔나비, 정면 돌파 [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최근 주가를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밴드 잔나비의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키보드 멤버 유영현이 학교 폭력 논란으로 자진 탈퇴를 하더니, 그룹의 중심인 보컬 겸 리더 최정훈에게도 부친을 둘러싼 치명적인 의혹이 불거졌다. 다만 잔나비는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실이 아닌 건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유영현의 학교 폭력 의혹이 제기됐다. 11년 전 지옥 같던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고백한 글 작성자 A씨는 "잔나비라는 밴드 음악에 빠져 팬이 됐고 관심이 생겨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 멤버가 같은 분당 출신이라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한 명 한 명 검색을 하다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멘탈이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속에 상처 많은 학창시절의 제가 아파하고 있었고 그동안 꼭꼭 감춰두기만 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잔나비 멤버로 인해 말이다"라고 밝혔다.

심적 고통을 호소한 A씨는 "라이터를 가지고 장난치고,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우고, 내 사물함에 장난을 치는 건 기본이었다. 너와 그들의 웃음거리로 지냈다. 왜 나약한 나를 괴롭혔는지 정말 원망스럽다"라고 말하는 등 구체적인 폭행 사례와 시기를 언급해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해당 멤버는 키보드 유영현이었다. 잔나비는 논란이 불거진 당시 한 예고에서 공연 중이었기 때문에 소속사 측은 뒤늦게 사실 확인을 마쳤다. 소속사 관계자는 "당사는 학교 폭력 논란과 관련해 본인에게 직접 사실 관계를 확인했고, 유영현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유영현은 현재 잘못을 깊게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으며,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향후 활동을 중지하기로 했다"라고 전하며 자진 탈퇴를 공식화했다.

빠른 인정과 선 긋기로 그룹에 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으나 꿈 많은 청춘을 노래하던 잔나비 이미지에 금이 가는 건 불가피했다. 또한 잔나비는 여러 차례 멤버들 간의 관계를 두고 '동네 친구다' 등 끈끈함을 과시한 바 있어 다수의 네티즌들은 나머지 멤버들의 인성을 향한 날선 의심과 눈초리도 거두지 못했다.

설상가상 대중의 충격이 가라앉기도 전에 최정훈의 아버지와 관련한 논란까지 터졌다. 이날 밤 SBS '8뉴스'는 최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3,000만 원이 넘는 향응과 접대를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사업가 최 씨에 대해 보도했다.

방송에서는 최 씨를 '유명 밴드'의 아버지로 소개했지만 잔나비의 소속사 페포니 뮤직의 로고와 최정훈이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공개한 건물 외관이 전파를 타 최 씨의 아들로 최정훈이 지목됐다. 더 나아가 SBS는 최정훈 형제가 부친 회사에 1,2대 주주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도 행사했다고 의혹을 제기해 파장이 더해졌다.

이에 잔나비 측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25일 "어제 한 방송사의 뉴스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 뉴스로 보도된 해당 내용은 일절 사실이 아니며 저희 페포니뮤직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부인하며 "보도에 거론된 두 아들 또한 아버지의 사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관련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 현재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들이 무분별하게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유포되고 있어 이에 있어 법적 강력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라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최정훈도 직접 나섰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처참한 마음을 안고 글을 쓴다. 우선 영현이의 학교 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저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 하나만 바라보고 긴 여정을 숨차게 뛰어왔기에 뒤를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했다. 리더로서 잔나비를 대표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고 말문을 열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최정훈은 사업 실패를 한 아버지의 요청으로 회사 설립에 필요한 명의를 드린 적이 있다며 "저희 형제가 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아들로서 아버지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확인한 결과 제 명의의 주식에 대한 투자금액은 1500만원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보자로 추정되는 그 무리들은 아버지가 가까스로 따낸 사업승인권을 헐값에 강취하려 많이 알려진 아들을 미끼로 반어적인 협박을 수시로 했다고 한다. 또한 제보자가 아버지를 방해하려 없는 일을 만들어내 아버지를 고소한 일들도 많았지만 모두 무혐의 판정을 받으신 사실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정훈은 "아버지 사업 건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아버지께서 직접 입장 표명을 하실 예정입니다. 이름도 거론하기 두렵고 싫은 ㄱㅎㅇ 건에 관해서 제가 아는 사실은 아버지와 그 사람이 제가 태어나기 전 부터 가까이 지내던 친구 사이였다는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라며 "죄가 있다면 죗값을 혹독히 치르실 것이고 잘못된 사실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바로 잡겠다고 제게 약속하셨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가를 지불하고 예능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친 것이 아니냐는 일부 네티즌들의 추측을 의식한 듯 최정훈은 "제 형인 최정준 실장(소속사 매니저)은 그 누구보다 진실 되게 홍보하고, 발로 뛰었다. 그리고 바르고 정직하게 살았다. 제 진심과 음악과 무대 위에서 보여드린 모습들이 위선으로 비춰지는 게 죽기보다 두렵다"라며 "너무 너무 무섭고 힘들고 아프다"라고 호소했다. 이밖에도 잔나비 측은 명확한 자료를 제시해 해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연달아 터진 그룹의 논란에 대중은 실망감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유영현이 행한 학교 폭력은 명백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이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과 부친의 연루설은 의혹만으로도 타격이 크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확산되고 있어, 기존 의혹의 본질이 흐려질까 염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잔나비는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했다. 25일 오후 경주시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한수원 아트페스티벌 2019'(이하 한수원)에 참석해 약 40분 간 무대를 채운 것이다. 탈퇴한 유영현은 무대에 오르지 않았고, 최정훈을 비롯해 김도형, 장경준, 윤결만이 공연했다.

이날 최정훈은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것은 볼품없지만'의 후반 부분을 부르던 도중 눈물을 흘렸고 팬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이어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부르다가도 울컥하던 그는 이내 모습을 다잡고 흥을 폭발시켰다는 전언이다.

비난 여론은 계속 되고 있고, 잔나비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미 싸늘해진 여론을 되돌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 = 페포니 뮤직 제공, 잔나비 인스타그램, 최정훈, 유영현 인스타그램]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