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외국선수는 WKBL 경력자? 사령탑 힌트&당부사항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경력자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24일 부산 롯데호텔. BNK 썸 창단식을 마치고 만난 유영주 감독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외국선수 드래프트에 대해 알쏭달쏭한 말을 남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드래프트 특성상 마지막까지 보안이 생명이다.

드래프트는 25일 오전 11시 WKBL에서 열린다. 드래프트 직전까지 철회하는 선수가 줄줄이 나올 게 분명하다. 설령 6개 구단의 지명을 받아도 한국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선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지명됐을 뿐, 계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월봉 2만5000달러라는 조건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과도한 투자를 꺼리는 구단 고위층들의 태도를 감안할 때 타 리그와의 돈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사실 흑자구단이 없는 상황서 구단에 무조건 시즌예산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리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때문에 실제로 90여명의 선수 중에서 택할 수 있어도,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할 때 구단들의 선택폭은 좁다. 이미 1~2년 전부터 WKBL 경력자 위주의 선발이 대세였다. 어차피 WNBA를 주름잡는 스타들은 모셔오기 힘들다.

KB를 제외한 5개 구단은 높이가 아쉽다. BNK도 마찬가지. 유 감독은 "내일 뽑을 선수를 결정했다. 크면서 빠른 선수가 좋긴 하다"라고 말했다. 경력자에 대한 질문에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포지션이 빅맨이냐는 질문에도 비슷하게 답했다. 하지만, 창단 혜택으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BNK가 빅맨을 선발하지 않을 가능성은 0.1%도 되지 않는다. 몇몇 관계자는 "결국 BNK는 다시 다미리스 단타스를 영입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물론 25일 오전 11시에 확인해야 한다)

단타스는 지난 시즌 OK저축은행 에이스였다. 몸싸움을 선호하지 않고 리바운드 가담도 은근히 약하다. 미드레인지 공략을 즐기는 4~5번. 하지만, 내, 외곽의 공격 숙련도는 상당하다. 작정하고 골밑을 공략하면 막기 힘들다. 높이에 적절한 기동력을 겸비했다. 승부처에도 강하다. WKBL 두 시즌의 경험도 자산이다. BNK 선수들과 따로 호흡을 맞출 시간도 필요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단타스 이상의 빅맨을 데려오는 건 쉽지 않다.

유 감독은 단타스 얘기가 나오자 당연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단타스 대신 또 다른 WKBL 경력자, 혹은 직접 WNBA 현장에서 본 뉴 페이스를 택할 수도 있다. 그는 "미국에서 본 선수들 중에서 괜찮은 뉴 페이스들도 있었는데, 사이즈가 작다"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새 외국선수에 대해 "어떤 선수가 와도 WNBA에 돌아가면 한국에서 기량이 늘었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선수들에게 WNBA 선수들이 플레이에 집중하는 모습,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쉬운 얘기도 했다. 외국선수 1명을 뽑는 현실, 매력적이지 않은 몸값을 감안할 때 더 이상 드래프트가 의미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했다. 유 감독은 "미국에서 검증됐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검증이 된 건 아니다. 어차피 뽑을 거면, 개인적으로는 자유계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화도 났다. WNBA 선수들이 저렇게 집중력 있고,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데 국내에서 열심히 하지 않는 일부 선수도 있다"라고 꼬집었다.

결국 국내선수들이 강해야 좋은 성적을 낸다. KB와 우리은행이 증명했다. 유 감독은 "외국선수는 잠깐 왔다 가는 선수들이다. 주체는 국내선수들이다. 외국선수에게 맞추면 안 된다. 우리가 주인행세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BNK가 강해지려면, 외국선수가 국내선수들을 뒷받침해 +@ 역할을 해야 한다. 당연히 국내선수들 위주의 확고한 틀을 잡아야 한다. 이 부분은 유 감독의 과제다.

[유영주 감독(위), BNK 선수들(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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