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문경찬의 강철 멘탈 "맞아서 지는 건 어쩔 수 없다"(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 7회까지 앞선 28경기서 단 한 번밖에 패하지 않았다. 박흥식 감독대행은 “불펜진이 튼튼해 2~3점 정도만 리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2경기 연속 무실점의 ‘뉴 클로저’ 문경찬(27)이 있다.

문경찬은 인천고-건국대를 나와 2015 2차 2라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첫 시즌 8경기 출전에 그쳤던 그는 상무를 거쳐 지난해 32경기(55⅓이닝) 3패 평균자책점 4.72로 첫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 그리고 사실상 2년차인 올해 부상 이탈한 김윤동을 대신해 마무리를 맡아 28경기 1승 9세이브 평균자책점 0.96(28이닝 3자책)의 압도적 투구를 펼치고 있다. 4월 12일 SK전부터 6월 22일 LG전까지 무려 22경기 연속 실점이 없고, 이 기간 볼넷은 단 1개뿐이다.

문경찬은 “요즘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좋다. 좋다는 말 이외에 할 말이 없다”고 웃으며 “유인구는 생각하지 않고 스트라이크를 최대한 던지려 한다. 그러다보니 타자들이 오히려 비슷한 공을 친다. 무실점 기록을 기사로 알게 됐지만 경기 나갈 때는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고 최근 경기에 임하는 소감과 상승세 비결을 전했다.

사실 문경찬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전문 선발 요원으로 이름을 날렸다. 상무 복무 시절 보직도 선발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롱릴리프, 추격조 등 중간투수 임무를 받아 가능성을 남겼고, 이번 마무리캠프서도 1이닝씩 던지는 연습을 하며 필승조로 나설 준비를 했다.

문경찬은 “야구를 하고 거의 선발로만 뛰었다. 작년이 처음 불펜에서 던진 해였다”라며 “지난해에는 주로 롱릴리프로 나서 선발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선발을 좋을지 중간이 좋을지 고민이 있었는데 마무리캠프 때 코치님이 1이닝씩 던지는 걸 준비하라고 하셔서 선발 생각을 아예 지웠다”고 전했다.

마무리 기회 역시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찾아왔다. 4월 19일 기존 마무리 김윤동이 대흉근 부분 손상으로 이탈하자 김기태 전 감독은 당시 불펜에서 가장 안정적이었던 문경찬을 새 마무리로 낙점했다. “당시 어안이 벙벙했다”는 문경찬은 “지금도 마무리라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그저 예전보다 좀 더 중요한 상황에 나간다는 기분이다”라고 했다.

다행히 마무리 보직이 잘 맞는 문경찬이다. 최고 구속 149km의 직구와 강철 멘탈을 바탕으로 2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다. 문경찬은 “지금까지는 보직이 잘 맞으니 잘 되는 것 같다”며 “사실 맞는 것에 부담이 있지만 맞아서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실투를 줄이면 내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다. 실투가 아닌데 맞아서 지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 점수를 안 주다보니 등판 때마다 맞을 때가 됐다고 생각하며 던진다. 오히려 타자들이 내 공을 시원하게 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라는 또 다른 마인드를 덧붙였다.

문경찬은 최근 호투 행진으로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인기를 실감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이 많아진 게 좋다. 그는 “일단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신다. 부모님 지인들로부터 사인 요청이 많아졌다”며 “또 내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갖고 사인해달라는 팬들도 많아졌다. 사실 내 유니폼을 볼 때 기분이 제일 좋다. 팬들이 보통 유니폼을 사면 한 벌씩 살 텐데 거기에 내 이름을 새겨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문경찬은 올 시즌 인상적인 활약에도 1군에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아직 이렇게 던진 지 1년이 안 됐고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잘하는 선수를 보면 2~3년은 꾸준히 한다. 그 정도는 돼야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안 좋은 날이 찾아올 텐데 그 때 잘해야 한다. 세이브를 쌓는 것도 좋지만 일단은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라고 힘줘 말했다.

문경찬은 끝으로 "요즘 팬들로부터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거기에 맞게끔 잘하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투수가 되겠다"라고 더 발전된 모습을 약속했다.

[문경찬. 사진 = 잠실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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