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언더독’ ‘토이스토리4’,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보수적 세계관을 품었다. 우디는 자신의 주인 앤디를 위해 헌신했다. 장난감은 아이들과 함께 놀 때 진정한 빛이 난다며 언제나 앤디 곁으로 돌아가려했다. 누군가 새로운 길을 떠나려고 하면 반대하고 나섰다. 장난감은 장난감일 뿐, 주인을 떠나 다른 세계를 꿈꾸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디의 입장이었다. ‘토이스토리3’에서 대학생이 된 앤디와 결별한 우디는 4편에서 소녀 보니에게 버림 받으며 변화에 직면한다.

보니가 유치원에서 만든 장난감 포키는 자신이 쓰레기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끝없이 쓰레기통으로 들여가려한다. 장난감은 주인을 위해 헌신해야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던 우디는 늘 쓰레기통으로 또는 다른 곳으로 도망가려하는 포키를 끌고와 보니 앞에 놓아둔다. 도망간 포키를 붙잡아 보니 곁에 두기 위해 우디는 모험을 떠나고, 이 과정에서 과거의 여자친구 보 핍을 만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

‘토이 스토리4’ 스토리는 오성윤, 이춘백 감독의 ‘언더독’과 놀랄만큼 닮았다. ‘언더독’의 뭉치(도경수 목소리) 역시 주인에게 버려진다. 뭉치는 주인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테니스공을 입에서 놓지 않는다. 산에서 들개 밤이(박소담 목소리)를 만난 뭉치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밤이 가족, 유기견 짱아(박철민 목소리) 일행과 먼 길을 떠난다. 우디와 뭉치가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의 영향을 받은 것도 공통점이다.

우디와 뭉치는 ‘지금까지의 삶’ 밖으로 나가는 단절의 선을 넘었다. 그들은 장난감과 반려견은 주인의 보살핌을 받아야한다는 관념에 갇혀 살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도주의 선’을 따라 질주한다. 니체의 말처럼, 우리 안엔 우리를 넘어서는 존재가 숨어있다. 우디는 뒤늦게나마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 모험을 떠난다. 뭉치 역시 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한대로 살기 위해 비무장지대의 평화로운 공간으로 들어간다.

우디와 뭉치는 자신도 모르게 당연히 그러해야한다는 기존 관념의 틀을 깨고 미지의 세상을 향해 몸을 던졌다. 우디는 앞으로 새로운 친구들과 모험을 즐기고, 뭉치는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더 넓은 대륙을 향해 길을 떠날 것이다. 이들의 삶은 노마드를 떠올리게 한다. 노마디즘은 “기존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부정하고 불모지를 옮겨다니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방식”이다. 우디와 뭉치는 노마드의 삶을 받아들였다.

그곳에서 “무한한 공간 저 너머”가 펼쳐진다.

[사진 = NEW, 디즈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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