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원의 프리즘] '토이스토리4' 나의 우디, 버즈, 보핍은 무엇이었나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된 '앤디'들이 극장을 찾아 울고 웃는다.

디즈니 영화 '토이스토리4'(감독 조시 쿨리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는 '토이스토리3' 이후 9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대학을 간 앤디가 옆집 아이 보니에게 자신의 장난감들을 물려줬던 '토이스토리3' 이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감과 괜히 새로운 이야기를 벌여놓은 것이 아닌지에 대한 걱정 속에 '토이스토리4'를 관람했다.

말그대로 '기우'였다. '토이스토리4'는 그 안에서 우디가, 보핍이, 버즈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저 장난감들인데 그들이 내뱉는 대사가 가슴 깊숙하게 찡하게 다가왔다. 평일 낮에 관람한 '토이스토리4'의 극장 풍경은 대부분 엄마와 아이들로,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었다. 이어 2차 관람으로 다시 극장을 찾은 주말 밤 10시에는 대부분 성인들, 데이트 무비로 보기 위한 관객들이 많았는데 분위기가 1차 관람과 꽤 달랐다. 아이들은 귀여운 장난감의 말하는 모습에 그저 웃었지만, 어른 관객들은 대사에 감동하고 울고 웃는 등 다양한 관람 방식을 보여줬다.

그럴 것이, 9년 만에 반갑게 나타난 우디는 부쩍 성숙해져있었다. 우디와 포크숟가락으로 만든 새 친구 포키는 마블 히어로 속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스파이더맨(톰 홀랜드)같은 관계였다. 자의반타의반으로 자신이 누군가를 돌보게 되는 존재가 되면서 자신 또한 성숙해져가고 있었고 책임감은 쑥쑥 자란다. '토이스토리4' 말미에 길을 잃어버린 한 소녀가 길에 떨어진 인형을 만나면서 경찰에게 "저희가 길을 잃었어요. 엄마아빠 좀 찾아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렇다. 자기 혼자서는 울고 있었던 어린 아이였지만 인형과 '우리'가 되면서 지켜줘야할 대상으로서, 친구로서 인형을 대하며 아이는 그늘 속에서 나와 세상으로 향한다.

영화 속에서 보핍은 우디에게 "아이들은 늘 장난감을 잃어버린다"라고 말하고, "장난감은 늙지 않아. 새로운 친구를 기다릴 뿐"이라며 애써 자신을 위로한다. 하지만 우디는 "친구가 곁에 있으면 힘이 된다고"라며 자기 자신이 앤디에게, 그리고 이제는 보니의 힘이 돼주는 친구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자신을 '쓰레기'라고 말하는 귀소본능의 아이콘 포키에게 "넌 보니에게 없어선 안될 친구야"라고 당부한다. 그는 외로워하는 보니의 모습에서, 포키를 통해 밝은 미소를 봤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던 중간중간, 웃음이 터져나왔고 그 속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있었다. 어린 시절 나의 우디, 버즈, 보핍을 추억하는 관객들이었으리라. 1950년대에 만들어진 솜인형 보안관 우디, 마음의 소리 버튼이 있는 로보트 우디, 반짝이는 얼굴을 가진 플라스틱 인형 보핍은 각자의 어린 시절 기억상자 안에서 존재하던 '그것'을 추억하게 하는 매개체다.

'토이스토리4'를 보고 난 후, 지인들에게 "너의 우디는 무엇이었니?"라고 물었다. 그 어느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과거 자신에게 소중했던 이른바 '애착인형'에 대해 줄줄이 늘어놨다. 그 때의 그들은 나이를 막론하고 눈이 반짝였고 표정은 신나있었다.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인형들은 과거 자신들의 친구였고, 가족이었다. 그리고, 앤디처럼 그들을 떠나보냈다.

이 작품이 의외의 감동을 주는 것은 그들의 자아 찾기다. 각자의 '행복'을 찾는 여정들은 팍팍하고 바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동화적 감동을 준다. 잠시나마 꿈을 꾼 듯, 이제는 기억 속 한켠으로 잊고 살았던 각자의 우디를 추억하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리고 우리 또한 놀이공원의 회전목마처럼, 대관람차처럼 빛나길 바란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To infinity and beyond)"

우리의 삶은 저 너머에 무엇이 있다고 믿는 우디처럼, 희망을 갖는다.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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