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4’ 보 핍, ‘매드맥스’ 퓨리오사 닮은 ‘강한 여전사’[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1편부터 3편까지 앤디에게 돌아가려는 우디와 버즈의 여정을 그렸다. 버려질까봐 두려워하는 장난감들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주인 곁으로 간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장난감을 버리기 마련이다. 우디와 버즈는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장난감의 본령은 주인과 함께 놀아줄 때 빛을 발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세상’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토이 스토리4’는 앞선 시리즈에 균열을 내며 시작한다.

극 초반부, 보 핍이 세 마리 양과 함께 다른 곳으로 떠나려하자 우디는 가지 말라고 설득한다. 보 핍은 우디의 만류를 뿌리치고 새 길을 떠난다. 그는 주인에게 버려질까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다. 우디와 헤어지고 9년의 시간이 흘렀을 때, 보 핍은 강한 여전사로 변해있었다. 골동품 상점에서 포키를 구출하는 장면에선 우디에게 시종일관 “내가 시키는대로만 해”라고 명령하고, 심지어 친구들에게 “내 조수”라고 소개한다.

‘토이스토리4’의 보 핍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를 닮았다. 퓨리오사가 보스 임모탈의 지배에서 벗어나듯, 보 핍은 인간 주인의 품을 떠나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창조한다. 보 핍은 한 쪽 팔을 다치는데, 퓨리오사 역시 한 쪽 팔을 잃었다. 퓨리오사가 8기통 엔진 두 개가 달린 ‘전쟁기계’ 워리그를 운전한다면, 보 핍은 스컹크로 위장한 차를 몰고 질주한다.

픽사 제작진은 1992년 ‘토이스토리’ 1편(1995년 개봉)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강인한 여전사 캐릭터를 구상했다. 처음엔 우디와 버즈가 시드의 집에 갇혀 있을 때 바비가 코만도 복장을 하고 기습하는 내용을 담았다. 바비 캐릭터는 ‘터미네이터2’의 사라 코너(린다 헤밀턴)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무산됐다. 매텔(Mattel)이 바비 사용권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픽사는 24년이 흐른 뒤에 기어이 여전사 캐릭터를 만들었다.

‘토이스토리’는 우디와 버즈의 ‘버디무비’로 출발했다. 픽사는 ‘48시간’ ‘흑과 백’ ‘델마와 루이스’ 등을 참고해 이야기 구조를 만들고, 서부개척시대의 우디와 우주개척시대의 버즈 캐릭터를 각각 만들었다. 우디라는 이름은 존 포드 감독 등의 서부영화에 등장했던 흑인 성격파배우 우디 스트로드의 이름을 땄고, 버즈는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버즈 올드린에서 가져왔다.

‘서부’와 ‘우주’는 남성의 모험지대였다. ‘토이 스토리’는 지난 3편까지 우디와 버즈가 중심이었다. 픽사는 4편의 보 핍을 통해 ‘여성’ 시대를 열었다. 픽사는 각자 새로운 길을 떠나는 장난감을 통해 시리즈 5편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여전사 보 핍이 합류한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5편이 어떤 내용을 다룰지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 여성은 더 이상 치마.입고 남성에게 구출되기만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사진 = 디즈니 픽사, 워너브러더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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