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갑' 샌즈, 흔들리지 않는 키움의 복덩이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기사를 통해 들어봤다. 열심히 하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

키움 제리 샌즈의 올 시즌 몸값은 50만 달러다. KBO 10개 구단 외국인타자들 중(대체 외국인타자 제외) 가장 몸값이 낮다. 키움은 지난 시즌 도중 샌즈를 단돈 10만달러에 영입, 포스트시즌까지 알차게 활용했다.

샌즈는 올 시즌 작년의 경험을 통해 KBO 롱런의 기반을 다졌다. 몸값은 최저지만, 활약은 10개 구단 외국인타자들을 넘어 국내타자들까지 포함해도 탑 클래스다. 93경기서 349타수 112안타 타율 0.321(9위) 20홈런(2위) 85타점(1위) 71득점(2위). OPS 0.997(2위).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가 계산한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4.74로 타자 부문 2위다. 올 시즌 키움의 58승 중 4~5승을 대체 선수가 아닌,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일궈냈다는 뜻이다. 이러니 '가성비 갑'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샌즈의 최대장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매커니즘으로 타격을 하는 것이다. 득점권 타율 0.313, 주자 있을 때 타율 0.328이다. 득점권 포함 주자가 있을 때 때린 홈런도 9개. 만루에선 타율 0.467 3홈런 22타점으로 대단히 강하다.

클러치 상황은 물론, 2스트라이크 이후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KBO 경험이 쌓이면서 노림수 타격도 나온다. 샌즈는 "완벽히 노림수 타격을 하는 건 아닌데 작년의 경험이 쌓인 게 도움이 된다. KBO는 맞붙었던 투수와 계속 만난다. 그들의 구종을 공부한다. 사실 클러치 상황에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상황서는 타자보다 투수가 더 불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잃을 것 없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바탕으로 언제든 한 방을 기대하게 하는 타자다. 굳이 홈런을 노리지 않는다. 적시타 생산에 집중한다. 그러자 어느새 홈런 20개로 리그 선두 최정(SK, 22개)을 압박한다.

샌즈는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떨어지면서 작년보다 홈런을 치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그래서 20홈런이 큰 의미가 있다. 최정과의 경쟁은 의식하지 않는다. 항상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가성비 갑'이라는 표현도 알고 있다. 샌즈는 "기사를 통해 봤다. 어떤 의미인지 안다. 열심히 하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나를 좋게 평가해줘 감사하다"라고 웃었다.

샌즈는 19~2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릴 올스타 홈런더비에 출전한다. 과거 대학시절 올스타경기, 2010년대 초반 싱글A 올스타전 등에서 홈런레이스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그는 "평소 일부러 홈런을 치려고 하면 담장을 넘기지 못했다. 꽤 재미있을 것 같다. 지켜봐 주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홈런더비에 참가한 선수가 자신의 타격밸런스를 잃는 케이스가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홈런더비에서 내 스윙을 바꾸는 건 아니다. 의식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장정석 감독은 올 시즌 전반기를 돌아보며 특별히 샌즈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느 타순에서도, 어떤 상황에도 일정한 생산력을 발휘하는 샌즈가 복덩이인 건 분명하다.

[샌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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