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이야기의 힘[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프랑스 작가 로맹 퓌에르톨라의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저자는 불법 이민 관련 서류 분석 담당자로 일할 때 만났던 인물들을 바탕으로 고행자와 밀입국자의 이야기를 소설화했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시간이 갈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모험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제법 흥미롭게 펼쳐진다.

인도 고행자 파텔은 100유로 위조지폐를 들고 이케아 침대를 사기 위해 무작정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택시기사 귀스타브는 파텔에게 택시 요금 바가지를 씌우기로 작정하지만 도리어 사기를 당한다. 이케아 매장에 도착한 파텔은 옷장에서 잠을 자다 영국으로 배송되고, 급기야 스페인, 이탈리아, 리비아 등지를 떠돌게된다. 그는 과연 예기치 않은 모험을 겪고 다시 고향 인도로 돌아올 수 있을까.

켄 스콧 감독은 원작을 재창조했다. 몇몇 장면은 자신의 상상대로 다시 썼다. 그는 로베르트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어드벤처 영화를 참고했다. 덕분에 소설과 달리 볼거리가 풍부해졌다. 영국 경찰과 추격전 등 곳곳에 흥미로운 모험이 펼쳐진다. 우연과 우연이 겹치면서 벌어지는 유럽여행은 파텔에게 ‘이야기의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영화에서 파텔은, 원작소설과 달리 인도로 돌아와 자신의 경험담을 누군가에게 들려준다. 파텔의 이야기를 들은 소년들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던 삶을 반성한다. 앞서 여행 도중 파텔은 셔츠에 이야기를 써내려가다 자신의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경험을 통해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삶도 변화시킨다. 이 영화는 내 삶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쳐 그들의 삶 역시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파텔의 삶은 오디세우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10년에 걸쳐 고향 이타케에 돌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겪었던 숱한 모험을 파이야케스 종족에게 들려준다. 오디세우스는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성이 무엇인지, 삶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를 깨닫는다. 이야기는 곧 오디세우스 그 자체였다. 지나온 인생을 누군가에게 이야기로 들려준다면, 그 이야기가 곧 당신이다.

한나 아렌트는 이야기가 견디기 어려운 사건 자체의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고 했다. 오디세우스는 이야기를 통해 온갖 위기와 유혹을 견뎌내고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정체성을 지켜냈다. 파텔은 믿기 힘든 여행 끝에 이야기가 자신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야기는 내가 누구이고, 어디로 향하는지 알려준다.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들려주는 인생은 아름답지 않겠는가.

[사진 제공 = 스마일이엔티]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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