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싸움' 키움의 승부수, 필승조 기용 폭 넓히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상황을 봐서 넣으려고 합니다."

키움 불펜은 양과 질 모두 리그 최상위급이다. 마무리 오주원을 축으로 조상우, 한현희, 김상수가 필승계투조. 김동준, 양현, 김성민, 윤영삼이 뒷받침한다. 김동준은 롱릴리프까지 맡는다. 필승조와 추격조의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장정석 감독은 이들의 에너지를 시즌 내내 철저히 관리했다. 3연투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한 이닝을 막은 투수를 되도록 새로운 이닝에 다시 기용하지 않았다. 이닝 도중 주자가 있을 때(특히 스코어링포지션) 기용도 최소화했다. 때문에 키움 불펜진의 피로도는 다른 구단에 비해 낮다.

그런데 최근 장 감독의 불펜기용에 변화가 엿보인다. 뒤진 상황서 필승조를 내며 상대를 끝까지 압박했다. 나름의 승부수다. 1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앞으로 상황을 봐서 넣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두산과의 치열한 2위 다툼. 정규시즌은 단 31경기 남았다. 시즌 내내 축적한 에너지를 쏟아낼 때다. 뒤진 상황서도 필승조를 투입해 마지막까지 승리 확률을 높여보겠다는 계산. 물론 스코어가 크게 벌어졌거나, 개개인의 피로도가 높은 경우는 제외한다. 장 감독은 "경기상황이나 피로도를 체크해서 괜찮다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투수교체는 결과론이다. 공교롭게도 뒤진 상황서 필승조를 낸 11일 고척 두산전과 13일 잠실 LG전서 패배했다. 11일 경기서 6-10으로 뒤진 8회부터 김상수와 오주원을 잇따라 투입했다. 그러나 오주원이 2실점하며 7-12 패배를 막지 못했다.

13일 경기서도 4-5로 뒤진 7회말 조상우가 ⅓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무너졌다. 김동준으로 위기를 끊었다. 김상수는 1이닝 무실점했다. 그 사이 7-7 동점을 만들며 전략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9회말에 올라온 한현희가 김민성에게 끝내기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당시 LG가 고우석을 8회초 위기에 낸 것과 달리 장 감독은 연장까지 고려, 오주원을 아끼고 한현희로 승부를 건 게 실패했다. 반대로 한현희가 9회를 막아냈다면 연장서 오주원을 낼 수 있는 키움에 유리한 승부였다. 이미 고우석은 9회까지 1⅔이닝을 소화하면서 연장서 긴 이닝을 던지기 힘들었다. 장 감독은 이 부분까지 고려했다고 봐야 한다.

LG 류중일 감독은 11일 잠실 SK전서 4-3으로 앞선 8회말 2사 3루서 고우석 대신 송은범을 밀어붙인 것을 두고 "거기서 은범이가 맞았으면 왜 고우석을 안 냈느냐고 했을 것이다. 그 상황서 고우석을 내서 맞았으면 왜 잘 던지던 은범이를 내렸느냐고 했을 것이다. 이래서 투수교체가 어렵다. 찬 물 떠놓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장 감독은 오주원의 11일 두산전 1이닝 2실점을 두고 "매번 이기는 상황에만 나오다 뒤진 상황에 나오니 긴장이 풀렸을 수 있다. 볼넷도 주기 싫고 맞춰 잡으려 스트라이크를 넣다 맞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필승조의 등판 환경이 조금 바뀌면 오히려 집중력이나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

장기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구간에 들어섰다. 장 감독은 기존 불펜운용 루틴에 과감히 변화를 주기로 했다. 투수교체는 결과론이다. 불펜 피로도, 마운드 사정,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최대한 승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 2위 다툼의 중요한 변수다.

[조상우(위), 한현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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