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없는 4번타자, 구심점 사라진 두산 타선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광주 이후광 기자] 두산 4번타자 김재환의 장타가 가뭄에 콩 나듯 나오고 있다. 지난해 홈런왕(44개)의 위용이 어디로 간 것일까.

김재환은 지난해 프로 데뷔 후 가장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139경기서 타율 .334(527타수 176안타) 44홈런 133타점 OPS 1.062의 맹타를 휘두르며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데뷔 11년 만에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2016시즌 주전으로 도약한 이래 3년 연속 타율 3할-100안타-30홈런-100타점-장타율 6할 등을 해내며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면모를 찾아볼 수 없다. 시즌 111경기 기록이 타율 .278(410타수 114안타) 14홈런 81타점 장타율 .427로 김재환답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장타력 급감이다. 물론 공인구 변화로 투고타저 시대가 찾아왔다고 해도 현재 리그에는 19명의 3할 타자가 있다. 또한 장기인 홈런도 공동 14위로 선두 제리 샌즈(키움)와 10개 차이가 난다. 어떻게 보면 20홈런도 장담할 수 없는 페이스다. 지난해 111경기 기록은 타율 .340(427타수 145안타) 33홈런 99타점 장타율 .651에 달했다.

날씨가 더워진 여름부터 페이스가 더욱 나빠졌다. 7월 17경기서 타율 .188 2홈런 13타점의 부진을 겪은 뒤 8월 들어 안타가 비교적 많아졌지만 장타 가뭄은 여전하다. 7월부터 전날까지 28경기서 타율 .213 3홈런 19타점 장타율 .343로 고전했다. 이번 KIA 2연전도 마찬가지였다. 2경기서 8타수 1안타 삼진 5개에 그쳤는데 첫날 무안타에 6회 1사 3루서 루킹 삼진에 그쳤고, 전날은 안타 하나를 치긴 했지만 나머지 세 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물론 공인구 변화로 리그의 전반적인 장타력이 떨어진 부분은 감안해야 한다. 올해 홈런왕은 30개를 겨우 넘길 전망. 실제로 시즌 초반 최정(SK), 박병호(키움), 로하스(KT) 등 전통의 거포들도 감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김재환도 이들과 동일 선상에 있었지만 대응력이 다소 떨어진다. 김태형 감독은 “최근 아예 타이밍 자체가 맞지 않는다. 타구가 뻗지 않다 보니 타격 시 머리가 먼저 나온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심리적인 부분이 더해진 듯하다. 김재환은 지난해 MVP 및 홈런왕이다. 투고타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며 자존심에 금이 갔다. 또한 공인구 변화로 인한 타격 정체성의 혼란, 높아진 기대치 등이 4번타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 감독도 “그 어느 때보다 본인이 괴로울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희망적인 건 8월 들어 안타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보통 장타자들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 단타를 시작으로 감을 찾을 때가 많다.

이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재환이 지난해의 위용은 찾지 못하더라도 남은 33경기서 지금보다 장타력을 끌어올릴 필요는 있다. 최근 박건우, 호세 페르난데스, 오재일 등의 페이스가 좋지만 김재환의 장타력이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여기에 두산은 정규시즌만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팀이 아니다. 가을야구로 향해 2년 연속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야 한다. 김재환이 특유의 호쾌한 스윙을 되찾고 가을로 향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재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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