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축제이야기 41]성북 세계음식문화 축제 누리마실, 튼튼한 공동체 문화가 큰 밑거름

하루 동안 세계여행이 가능한 성북

서울특별시 성북구(이승로 구청장)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린다. 골목 골목마다 우리 민족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자취가 촘촘히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에 강렬히 저항했던 만해 한용운이 생을 마감한 <심우장>, 간송 전형필이 일제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바쳐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의 예술적 자취가 남아있는 <간송미술관>만으로도 성북구의 가치가 충분히 가늠이 된다. 이렇게 묵직한 역사를 간직한 성북구에 네팔 대사관, 오스트리아 대사관, 멕시코 등 각국 대사관들이 자리잡고 있다. 각국 대사관에 걸려 있는 국기와 관저만 훑어봐도 세계여행을 한 듯한 느낌이다.

필자가 성북구에서 눈 여겨 봤던 곳은 <우리 옛돌 박물관>, 산자락을 깔고 앉은 우리 옛돌 박물관은 세계에서 유일한 석조 전문 박물관이라고 알려져 있다. 건물 안팎에 전시되어있는 천여 개의 돌들과 어우러진 주변 경관은 압도적이다.

또 지난 해 4월에 문을 연 <선잠단>은 성북을 성북답게 만든 중요한 요소다. 선잠단은 누에 농사가 잘되기를 빌던 제단이다. 이곳에 오면 누에를 키워 비단을 짜는 양잠(養蠶)을 국가 산업으로 장려했던 조선시대 풍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왕비들은 봄이면 선잠단에 친히 왕림해 누에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는데 선잠단에서 옛 시절 풍경을 상상해 보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 일 듯.

그리고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성북구와 만해 한용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만해 한용운을 기려 조성한 만해산책공원에 가면 벤치에 편안히 걸터앉은 만해 한용운 동상을 볼 수 있다. 동상과 조우를 한 다음 옆쪽으로 난 계단을 100m쯤 오르면 심우장이 나온다, 심우장은 일제 강점기인 1933년, 만해 한용운 선사가 직접 지은 방 두 칸짜리 집. 이곳에서 그는 글을 쓰고 나라를 걱정하고 또 민족 지사들과 교류했다. 조선 총독부와 마주하는 게 싫어 굳이 북향으로 내었다는 심우장은 고요한 기운을 선사한다. 만해가 기거하던 방에는 그의 글씨와 연구 논문집, 옥중 공판 기록 등이 보존되어 있어

역사 공부에 안성맞춤이다.

'다름'이 돋보인 세계음식문화 축제 누실마루

지붕 없는 박물관 성북구에서 지난 5월 26일, 2019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이 성대하게 열렸다. 올 해 11회째를 맞는 이 축제의 컨셉은 ‘하루 동안 즐기는 세계여행’, 올 11회 성북세계음식축제의 핵심은 37개국 요리와 문화 마켓. 결과는 지역 주민과 예술가, 상인, 관람객이 모두 만족하는 백점 만점에 99점이었다. 성북구는 오래전부터 관내의 문화다양성을 수용하고 참여와 교류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지역의 주민·예술가·상인 뿐 아니라 각국 대사관에도 참여와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여 성북의 가치를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민관협력사업단’을 구성해 축제의 기획, 준비 단계부터 주민이 주도하는 협치 축제 모델을 구축한 결과물이 제11회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에 오롯이 배어나왔다.

2019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은 그 어느 때보다 콘텐츠도 풍부했고, 친환경 축제를 만들고자 하는 운영진의 뚝심이 돋보였다. 우선 먼저 콘텐츠를 보면 대사관과 지역 가게, 문화다양성 단체 및 가게 등이 참여하여 세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세계음식요리사’가 눈에 띄었다. 또 음식과 문화를 서포터즈들이 직접 소개하는 프로그램 ‘음식해설사’도 축제에 딱 맞는 안성맞춤 콘텐츠였다. 아울러 ‘우주별별놀이터’와 다양한 가치를 모아 만든 상품들을 선보이는 아트마켓 ‘지구만물장’, 문화다양성의 가치와 의미를 담은 공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면서 <다름>이 불편함이나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도록 했고, 더 나아가서 <차이>를 즐기며 배려할 수 있게 했다. 다문화의 차이를 즐길 줄 아는 힘이 누적되면 그 자체가 바로 문화경쟁력이 되는 셈. 아이 중심, 가족 중심의 이런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운용되면 그 축제는 입소문을 타고 흥할 수 밖에 없다. 단 하루 일정의 짧은 축제지만 보고 맛보고 느낀 것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축제를 만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친환경'이 돋보인 세계음식문화 축제 누실마루

2019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은 노(No) 플라스틱 친환경 축제였다. 참가부스도 일회용 플라스틱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친환경 축제' 실천했다. 축제 기획단 및 참가단체들이 일회용 플라스틱컵과 접시, 비닐 등에 대한 사용을 제한한 것도 눈에 띄었지만 사전에 텀블러, 도시락통 등 개인 용기 지참 캠페인을 진행했던 것이 신의 한수였다고 본다. 축제 당일 일회용품 대신 사용할 개인 용기를 지참한 관람객을 위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또 개인 용기를 가져오지 못한 관람객을 위해 현장에서 텀블러/보틀, 접시 등을 빌려주는 친환경 대여소를 운영했다. 친환경 대여소는 종암동 지역 예술가, 주민들이 함께 활동하는 커뮤니티 <종종걸음>과 협력해 진행된 것으로 ‘협치’의 의미가 충분히 전달돼 지역축제 총감독 김종원에게 많은 배움터가 되었다.

2019년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은 지역 주민들과 ‘녹색연합’이 협력하여 친환경 축제 기획단을 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친환경 축제 실천을 위해 현장에서 참가단체, 관람객, 축제 기획단이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실천규칙>을 만들어 배포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친환경 지역축제 견인차를 만들었다고 본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친환경 축제를 만들기 위해 집에서 쓰지 않는 텀블러와 보틀을 기부 받는 캠페인이 5월 16일까지 진행됐고, 기부 받은 텀블러와 보틀은 축제 현장에서 알뜰하게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주민참여'가 도드라진 세계음식문화 축제 누실마루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은 전통적으로 거리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 주민이 주인공인 거리 퍼레이드를 위해 참가자를 사전 모집했고, 지역예술가들과 워크숍을 통해 시민참여형 거리극 <아스팔트위의 오리>와 러시아 민화를 소재로 한 인형극 <커다란 순무>를 이번 축제의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점이 참 좋았다. 또 친환경 축제를 위해 행사장 곳곳에서 출몰하며 친환경 수호자 역할을 하는 <여기저기 출몰단>과 전시 콘텐츠 <이야기 상자>도 주민참여로 이뤄진 콘텐츠다. 6회차로 진행된 <이야기 상자 만들기>는 종이박스 등 일상의 버려지는 다양한 소재로 시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워크숍으로 독창적인 참신함이 돋보였다.

지역 예술가, 시민이 함께 만들어내는 문화다양성 거리 공연에는 8개 공연단체, 130여명의 공연자 참여했다, 브라질 퍼커션 그룹 '뽈레뽈레', 아프리칸댄스컴퍼니 '따그', 서아프리카 만뎅음악 기반 월드뮤직밴드 '젬베콜라' 시민들과 함께 만든 우주의 균형과 행복을 위한 공연 <고래고래>, 다국적 음악 프로젝트 ‘라가능계’, 한국의 모듬 북 그룹 ‘디딤소리’ 등 다양한 나라의 리듬들이 축제 현장을 풍성하게 채우며 관람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 <2019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축제를 업으로 한 이들은 꼭 한번 공부 삼아 성북의 축제를 세세히 들여다 보라고 권하고 싶다.

성북문화재단 & 공유성북원탁회의의 내공

지역축제 총감독으로써 <성북문화재단> <공유성북원탁회의>와 공존하는 성북구가 부럽다. 앞서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을 이야기하면서 축제를 업으로 삼는 이들이 이 축제를 꼭 한번 살펴봤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토로했는데, 이런 타산지석의 축제를 마련한 구심점은 바로 <성북문화재단>과 <공유성북원탁회의>다. 특히 <공유성북원탁회의>의 힘이 크다. <공유성북원탁회의>는 문화예술인, 주민, 행정이 함께 하는 문화정책 협치 기구다. 성북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네트워크 모임으로 약 300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성북구의 문화·예술을 이끄는 힘은 성북시민에게 있다고 여기며, 성북주민이 주인공은 문화 예술 축제를 구상하고 실현한다. 성북구를 인문학의 도시, 역사문화의 도시, 생활예술의 도시이자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발돋움 시키기 위하여 주민의 삶에서 우러난 이야기와 문화를 끊임없이 이끌어 내고 있다.

성북구에 담겨 있는 사람과 문화의 힘을 꾸준히 끌어 올린 덕분일까? 지난 5월 성북구는 아주 의미 있는 상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공유성북원탁회의' 정책 덕분에 세계지방정부 연합이 주는 '2018 국제문화상' 수상 도시로 선정된 것.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United Cities and Local Governments)은 전 세계 지방자치단체 간 상호협력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발전, 자치단체 간 국제적 정보와 정책공유, 지방자치 분권 실현 등에 목표를 두고 2004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현재 UN회원국가 중 189개국, 1,000여개 지방정부 및 112지방정부연합체가 회원으로 있다. 서울 성북구와 프랑스 리옹이 '2018 국제문화상' 수상 도시로 선정됨으로써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어깨가 으쓱하니 올라갔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난 6월20일 성북구청 아트홀(4층)에서 '서울시-성북구 문화협치의 힘, 마을자치의 꿈'이란 주제로 열린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국제문화상 수상기념 공유포럼'에서 수상도시로 선정된 성북구를 마음껏 격려했다.

박원순 시장은 “성북구의 행정, 공공기관인 성북문화재단, 민간인 공유성북원탁회의가 문화 협치로 마을자치를 실현한 사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좋은 지역축제는 관과 민, 그리고 지역내 문화예술인과 상인, 주민이 협치를 하는데서 빛을 발한다. 전국 지자체와 문화예술인, 축제전문가들이 성북을 롤모델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필자 소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 外 다수 역임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2019관악강감찬축제 총감독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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