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인기·물질적 욕심 없어…순수하게 연기하고 싶다" [한복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원래 말이 없는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던 배우 김도연(29)은 인터뷰 내내 활기찬 수다 본능을 숨기지 못했다. 오랜만에 말문이 트인 것 같다며 스스로도 놀라워하던 그에게서 이른바 '열일'의 바탕이 되는 에너지가 오롯이 느껴졌다.

2018년 MBC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로 데뷔한 김도연은 종합편성채널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는 어리바리한 모태솔로를 연기했고 SBS '녹두꽃'에서는 극중 조정석에 대적하는 감초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밖에도 케이블채널 tvN '알함브라의 궁전', 영화 '명당' 등 배역의 크기를 따질 것 없이 참여하며 연기를 향한 열정을 이어왔다.

최근 추석을 앞두고 마이데일리와 만난 김도연은 25일 첫 방송을 앞둔 tvN 새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극본 박정화 연출 한동화) 촬영으로 힘들 법도 했지만,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랜만에 고운 한복을 입었다며 웃던 그는 "각종 드라마에서 전통 의상을 다 입어봤는데…이제 용포만 남았네요?"라면서 넉살 좋은 입담을 자랑했다.

촬영이 없던 인터뷰 당일, 휴식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기자의 말에 김도연은 "정말 쉬지 않고 연기를 해왔다. 역할이 크든, 작든, 전혀 가리는 건 없다.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모든 현장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어딜 가나 배울 점이 너무 많다. 최대한 많이 일을 하고 싶다. 욕심이다. 인터뷰 등으로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소중하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번 드라마는 갑자기 하게 됐어요. 어쩌다가 오디션을 보게 됐고, 운 좋게 미팅을 했고, 발탁이 됐죠. 2년 동안 달려왔기 때문에 '녹두꽃' 끝나고 쉬면서 재충전을 하려고 했어요. 그러던 중에 이 드라마를 만났죠. 사실 걱정도 많이 됐어요. 버틸 수 있을까 싶었죠 . 하지만 선택에 후회 없어요. 오히려 위로받는 게 많아요. 이제는 더 많이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많은 충전이 됐어요."

김도연의 어릴 적 꿈은 가수였다. 보컬 트레이닝까지 받으며 꿈을 키워갔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그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야 했다. 그래서 그는 보스턴 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이 길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느꼈단다. 아들로서 기대에 부응한 뒤에,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 그리고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다.

"아들로서 부모님의 기대에 충족해드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공부와 연기를 다 잡겠다는 생각이었죠. 대학 졸업한 뒤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물론 반대를 끝까지 하셨지만 저는 계속 도전했죠. 그래도 제가 제 일을 좋아하고 행복해한다면 결과론적으로는 부모님께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다행히 꾸준히 모니터링을 해주고 계세요. 무뚝뚝하셔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고요. 저도 애정표현을 쉽게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웃음)"

미국 시민권자인 김도연은 대학 시절에 군대도 빠르게 마쳤다. 당연히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당시 부족했던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군대에 가면 문화도, 언어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원래는 한국어를 거의 못했어요. 영어를 더 많이 배웠죠. 한국어에 대한 욕심이 없었는데, 연기를 좋아하게 된 계기도 한국어를 좋아하게 되면서예요. 한국어가 지닌 감성을 좋아하게 됐죠. 대신 글은 또 잘 못 써요. 맞춤법 검사기가 제 즐겨찾기랍니다.(웃음)"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냐고 묻자 "류준열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같이 비디오게임을 하는데, 형이 너무 잘한다"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은 김도연이다. 그는 "형한테 축구 게임을 이겨본 적이 없다. 전패다. 져줄 법도 한데 절대 져주지 않는다. 정말 잘한다. 축구 게임마저도 최선을 다하시니"라더니 류준열이 출연한 영화 '봉오동전투' 홍보까지 덧붙이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저는 연극영화과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테크닉 부분에서 미숙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요. 또 화려한 테크닉을 좋아하는 성향도 아니고요. 최민식 선배님이 '본질에 집중하라'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정말 크게 와닿아요. 본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테크닉도 도움은 되겠지만, 저는 현실에 있을 법한 듯한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청일전자 미쓰리'로 조만간 시청자들과 재회할 김도연이다. 다양한 시청층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tvN 수목극인 만큼, 일말의 기대감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김도연은 최근 종영한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재미있게 봤다는 말로 운을 떼더니 "구찬성(여진구) 캐릭터와 같은 역할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제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시작했을 때의 기억을 생각해보면 인기, 인지도, 물질적인 욕심 때문이 아니다. 그런 것들을 원했다면 경제 쪽으로 갔을 거다"라고 답하며 웃었다.

"순수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그래서 어떠한 작품을 통해서 한 단계 도약하고, 잘 되어야 한다는 욕심은 없어요. 대신 한 명이든, 열 명이든 시청자 분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드리고 싶어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희로애락을 전달하면 되지 않을까요. '청일전자 미쓰리'는 그 부분들을 드릴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해요. 그리고 제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솔직함'이에요. 불의를 보면 못 참고, 아니면 아닌 거예요. 그만큼 연기도 솔직하게 하고 싶어요."

"어느새 추석입니다. 풍성한 한가위 되시고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니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행복하시고, 언제나 사랑하고, 사랑받으세요!"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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