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부티크' 김선아의 검은 욕망, 장미희·박희본과 권력 전쟁 서막 [MD리뷰]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시크릿 부티크' 권력의 우두머리에 오르기 위한 김선아의 복수가 시작됐다.

18일 밤 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시크릿 부티크'(극본 허선희 연출 박형기) 1회에서는 데오가의 회장 김여옥(장미희)에게 버림을 받은 J부티크 대표 제니장(김선아)의 모습이 그려졌다.

각계각층의 인사를 고객으로 맞이하고 있는 제니장은 인맥의 징검다리이자 검찰도 굴복시킬 권력의 중심이었다. 이러한 제니장을 데오가 전무 위예남(박희본)은 크게 못마땅해했다. "우리의 아래에서 하녀였던 애"였기 때문. 김여옥 또한 제니장을 자신의 아래 계급으로 취급했으나, 국제도시개발사업 건이 달려 있어 곁에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위예남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융천시장 도준섭(김법래)이 마약 과다 투약으로 가출 여성을 죽이자 이를 덮어주는 대가로 제니장과의 관계를 단절시켰다. 이에 김여옥도 추진하던 제니장과 데오호텔 대표 위정혁(김태훈)의 결혼을 무산시키는 동시에 쳐냈다. 제니장은""후회하실 거다. 저는 한번도 져본 적이 없다"며 받아쳤다.

한편, 가출여성의 실종에 의문을 가진 이현지(고민시)의 엄마, 박주현 경위(장영남)는 행방을 뒤쫓다 오태석(주석태)에게 피습 당했고 이를 이현지가 목격해 긴장감을 더했다.

'시크릿 부티크'는 강남 목욕탕 세신사에서 재벌인 데오가(家)의 하녀로 또다시 정재계 비선 실세로 거듭 성장한 제니장이 국제도시개발이란 황금알을 손에 쥐고 데오가 여제(女帝) 자리를 노리는 이야기. 권력, 복수, 생존을 위한 독한 여자들의 파워 게임을 담은 일명 '레이디스 누아르'로, 김선아, 장미희, 박희본, 고민시 등 각각 깊은 내공과 신선함이 무기인 여성들의 팽팽한 격돌을 예고해 흥미를 유발했다. '여인의 향기' 이후 8년 만에 재회한 김선아와 박형기 PD의 호흡도 기대해볼 만 했다.

일각에서는 '품위있는 그녀'(2017)에서 선보였던 김선아의 박복자 캐릭터가 '시크릿 부티크'의 제니장과 유사해 방영 전부터 그림이 그려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박복자에는 가난했던 여자가 상류층에 입성하면서 깊어지는 추악한 탐욕이 담겼는데, 이번 드라마 속 제니장 설정 역시 18세에 고아원을 나온 이후 강남 사모들의 세계에 입성한 뒤 재벌가에서 비선실세로 자리 잡은 인물이다. 캐릭터 환경의 변화, 여성의 욕망 등이 비슷한 구조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자 김선아와 박형기 PD는 이를 관전 포인트를 활용했고, "비교하면서 보면 재미있다"라고 강조해 남다른 자신감을 엿보게 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드라마 내에서 여성들의 권력 다툼, 여성들의 욕망, 여성들의 느와르가 전면으로 등장한 경우는 극히 드물어 존재 자체로도 의미가 깊다.

자연히 시청자들의 기대치는 높아졌고, '시크릿 부티크'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1회부터 빠르게 몰아쳤다. 제니장이 가진 힘을 60분 안에 흡인력 있게 담아내며 장대한 이야기의 포문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화려한 영상미와 디테일한 배경 구현은 시각적 만족감을 끌어올렸다. 또한 독보적인 연기력을 지닌 김선아와 장미희의 연기 핑퐁은 드라마의 품격을 높였고 이미지 변신을 꾀한 박희본도 기세를 더해 긴장감 넘치는 캐릭터 플레이의 물꼬를 텄다.

다만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죽음 등에서 보인 자극적인 연출, 도구적으로 소모한 일부 여성 캐릭터 등에 실망을 표하는 시청자들도 다수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섣불리 판단하기엔 이르다. 김선아, 장미희, 박희본, 고민시. 네 명의 여성 배우의 이름이 타이틀 오프닝의 선두를 지키고 있다. 욕망을 품은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이끄는 검은 세계는 어떤 그림일까. 향후 전개 방향에 기대가 크다.

[사진 = SBS 방송화면,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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