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식’ 지운 KT 유한준 “젊은 선수들 성장, 선배로서 고맙다”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2019시즌 역시 KT 위즈에 주어진 일정은 144경기였다. 하지만 KT는 마침내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중위권 싸움을 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보여줬다. 베테랑 유한준(38) 역시 여전한 해결사능력을 보여주며 KT가 일으킨 돌풍에 기여했다.

KT 위즈는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를 71승 71패 2무 6위로 마쳤다. KT는 시즌 막판 5위 싸움의 분수령으로 꼽힌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와의 맞대결서 총 4연패를 당해 ‘가을야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창단 첫 70승 및 5할 승률을 달성,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감만큼은 심어주며 시즌을 마쳤다.

유한준은 올 시즌 역시 4번타자로서 제몫을 했다. 139경기에 출전, 타율 .317(501타수 159안타) 14홈런 86타점 61득점을 남겼다. 전/후반기 각각 타율 .317를 기록하는 등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고, 결승타(13개)는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다만, 함께 3위에 있는 박병호(키움), 오재일(두산)이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어 유한준의 순위는 변동될 여지가 있다.

6년 연속 두 자리 홈런을 달성했지만, 사실 유한준 역시 반발력이 줄어든 공인구로 인해 시즌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다. 5월 3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홈런을 터뜨리기 전까지 유한준의 홈런은 2개에 머물렀다. “4홈런 페이스”라는 짓궂은 농담을 던진 후배도 있었다. 하지만 유한준은 6월을 기점으로 장타력을 되찾았고, 4번타자다운 무게감을 유지하며 시즌을 마쳤다.

유한준에게 2019시즌은 FA 자격 재취득 외에 또 다른 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시즌이었다. KT는 이강철 감독을 3대 사령탑으로 영입한 직후 박경수의 뒤를 잇는 주장으로 유한준을 임명했다. “주장은 상무에서 병장 진급하며 자연스럽게 맡았던 이후 처음”이라는 게 신년 결의식에서 유한준이 남긴 말이었다.

유한준은 “시즌 막판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팀은 한 단계 발전한 시즌을 보냈다. 돌아보면 재밌게 시즌을 치렀던 것 같다”라고 2019시즌을 돌아봤다.

처음 주장을 맡았던 탓에 겪은 시행착오도 있었다. “최고참인 데다 주장까지 맡게 돼 한편으로는 부담이 됐고, 평소보다 오버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게 후배들에게도 부담이 됐던 것 같다”라고 운을 뗀 유한준은 “팀도 출발이 너무 안 좋았다. 이기려는 의욕만 앞섰다. 팀 성적이 안 좋았던 것도 다 내 잘못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KT는 5월 5일 한화 이글스에 패했을 때 승패 마진이 -15까지 벌어졌지만, 이후 거짓말 같은 반전 스토리를 썼다. 마운드 전력이 점차 안정화된 가운데 타선의 짜임새도 살아나 이기는 데에 익숙한 팀으로 변모해나간 것. KT는 이 과정서 팀 창단 최다인 9연승을 질주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승을 쌓아 각종 구단 기록을 새롭게 썼다.

유한준은 “지난 시즌에는 지고 있을 때 팀 분위기가 굉장히 저하됐다. 선수들끼리 말해본 적은 없지만, 다들 속으로는 ‘힘들겠다’라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선수들이 ‘후반에 뒤집을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9연승이 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유한준은 이어 “우리 팀은 긴 연승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가 대부분이어서 9연승은 선수들에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예년 같았으면 10연승이 무산된 후 곧바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텐데 후유증도 없었다”라고 전했다.

유한준은 주장으로서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나고 보니 후배들에게 못해줬던 것만 생각난다”라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유한준은 “내가 주장으로서 못했던 부분을 (박)경수, (황)재균이가 채워줬다. 투수조에서는 (전)유수, (김)재윤이가 잘 따라주며 힘을 덜어줬다. 덕분에 1년 동안 주장을 할 수 있었다. 젊은 선수들이 한 시즌 동안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주장을 떠나 선배로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KT의 비상을 이끈 유한준은 차기 시즌에도 ‘캡틴’으로 활약하게 될까. 유한준은 다음 시즌에도 주장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 묻자 “감독님이 원하신다면…”이라며 웃었다.

[유한준.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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