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고우석의 잔혹한 가을? '약속없는 8회'가 더 큰 문제

[마이데일리 = 고척돔 윤욱재 기자] LG 마무리투수 고우석(22)이 잔혹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끝내기 홈런을 맞은데 이어 블론세이브까지 저지른 것이다.

고우석의 악몽은 지난 6일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시작됐다. 0-0의 팽팽한 승부에서 등판한 고우석은 박병호에게 초구 154km 직구를 던졌으나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을 맞고 말았다.

고개 숙인 고우석에게 타일러 윌슨이 "괜찮다"고 등을 두드려줬지만 고우석의 악몽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7일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3 1점차 리드 속에 등판한 고우석은 서건창에 좌전 동점 적시타를 맞고 또 좌절해야 했다. 결국 LG는 연장 10회말 진해수의 어이 없는 견제 악송구 등으로 악몽을 반복하며 4-5 끝내기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모든 책임이 고우석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LG는 지난 해 8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4위로 3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 배경에는 달라진 투수진이 있다. '루키' 정우영이 셋업맨으로 떠올랐고 고우석은 국가대표팀에도 뽑히는 리그를 대표할 만한 마무리투수로 성장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송은범도 보탬이 되는 활약을 했다. 중간계투로 나와 강속구를 뿌린 김대현의 활약도 있었다. 좌타자를 처리하는데 있어 진해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들의 투구가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을 잃기 시작했고 LG는 '약속 없는 8회'로 포스트시즌을 맞이해야 했다. 케이시 켈리와 윌슨, 그리고 차우찬까지 7이닝 이상은 거뜬히 던질 수 있는 선발 3인방이 있음에도 8회를 책임질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차우찬을 중간계투로 활용, 차우찬에게 8회를 맡기면서 겨우 고비를 넘긴 LG는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윌슨에게 8이닝을 책임지게 했다. 두 경기에서 어떻게든 8회를 넘어갔지만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뇌관이 터지고 말았다.

LG는 김대현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변화구 제구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직구 승부를 해야 했고 이를 박병호가 놓칠 리 없었다. 박병호의 2점홈런은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데 충분했다. 4-1에서 4-3까지 쫓긴 LG는 9회말 고우석을 내보냈지만 전날의 악몽을 완전히 털지 못한 고우석에게 1점차 리드는 버거운 상황이었음이 분명했다.

이제 LG는 벼랑 끝에 몰리고 말았다. 켈리가 등판할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LG는 이런 경기를 반복할 수도 있다. 켈리가 8~9이닝을 책임지지 않는 이상 '약속 없는 8회'가 또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LG 고우석이 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키움-LG의 경기 9회말 2사 3루에서 서건창에게 동점타를 허용한뒤 교체되고 있다. 사진 = 고척돔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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