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키움 벌떼마운드의 파격, 이유가 있고 이해가 된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파격적이다. 그러나 이유가 있고, 이해가 된다.

키움 장정석 감독의 포스트시즌서 마운드 운용은 '예측 불가' 혹은 '파격'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유가 있고, 이해가 된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듯하지만, 알고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다.

장 감독은 지난 2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전원 필승조' 불펜을 만들었다. 물론 조상우, 오주원, 김상수, 한현희가 실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점을 책임진다. 그러나 안우진, 김동준, 이영준, 김성민, 양현, 윤영삼의 무게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일단 정규시즌 막판 구위를 회복한 조상우를 마무리 오주원보다 더 중요한 시점에 기용한다. 그렇다고 8~9회에 고정적으로 내보내는 게 아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부터 경기중반 이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위기, 혹은 흐름상 가장 중요한 시점에 마운드에 올린다.

박빙 승부서 6~7회 위기를 막지 못하면 8~9회가 의미가 없으며, 가장 좋은 기량을 가진 불펜투수를 굳이 8~9회까지 기다리게 할 필요가 없다는 이론. 이미 과거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거론됐다. 장 감독은 지는 게 의미 없는 포스트시즌서 이 논리를 수용했다.

조상우는 14일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0-0이던 6회말 선발 제이크 브리검이 흔들리자 1사 1루서 등판, 실점하지 않았다. 장 감독의 불펜 운용 대원칙 중 하나는 투구수를 떠나 위기를 극복한 투수를 어지간하면 다음 이닝에 다시 올리지 않는 것이다. 실제 조상우는 7회말 시작과 함께 이영준으로 교체됐다.

불펜 개개인의 피로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중요시점에서 불펜 기용 폭이 넓기 때문에 더더욱 효과를 본다. 준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키움 불펜 투수들의 구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게 플레이오프 1차전서 확인됐다.

정형화된 기용이 아니다 보니, 상대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안우진은 LG와의 준플레이오프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기용된 불펜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 퍼포먼스 자체는 괜찮았다. (2경기 3⅓이닝 1실점)

더구나 올 시즌 SK전서 단 1경기도 나서지 않았다. SK 타자들은 오랜만에 상대한 안우진이 낯설었다. 장 감독은 이런 부분들을 감안, 플레이오프 1차전 7회말 1사 2루서 안우진을 과감하게 기용했다. 조상우가 6회말 위기를 극복한 다음으로 중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결국 안우진은 두 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잡고 8회말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또 하나. 좌완 선발요원 이승호가 8회말 선두타자 고종욱을 루킹 삼진으로 잡고 교체됐다. 또 다른 좌완 김성민이 있다. 그러나 장 감독은 굳이 이승호를 택했고, 성공했다. 정규시즌서 이승호는 고종욱에게 3타수 무안타, 김성민은 고종욱에게 1타수 무안타였다. 데이터를 좀 더 철저히 믿었다. 이승호는 9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나섰다. 이날 등판은 충분히 가능했다.

대신 장 감독은 10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1이닝만 소화한 최원태를 15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 배치했다. 고척에서 강한 에릭 요키시를 3차전으로 돌렸다. 이승호는 사흘을 쉬고 18일 4차전에 나서면 된다. 이 또한 SK를 복잡하게 할 수 있는 대목.

불펜 운용의 정형화된 틀을 깨되, 피로도 최소화와 데이터 활용이라는 일반적이면서 꼭 필요한 요소들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물량 공세가 가능한 장점을 극대화한다. 물론 장 감독은 긴 호흡으로 치르는 페넌트레이스는 전통적인 불펜 운용 방식을 따랐다. 그러나 매일 이기는 야구를 해야 하는 포스트시즌만큼은 철저히 실리를 챙기고, 상대를 당황시키는 전략을 취한다.

장 감독의 마운드 운용은 훗날 철저히 결과로 평가 받는다. 키움의 포스트시즌은 현재진행형이다. 현 시점에서 파격적이고, 현란한 운용에 대한 평가를 하는 건 이르다. 포스트시즌이 끝나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부터 조상우, 안우진, 이승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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