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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 "'타인은 지옥이다'로 관심 감사…조급함은 없어요" [MD인터뷰](종합)
19-10-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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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갈색 눈동자를 가진 배우 이현욱(34), 시선을 빨아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카페에서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틱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극본 정이도 연출 이창희) 종영을 기념해 이현욱과 만났다. 높은 화제성 속에 막을 내린 '타인은 지옥이다'는 상경한 청년 윤종우(임시완)가 서울의 낯선 고시원 생활 속에서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을 경험하는 미스터리로, 누적 조회수 8억 뷰를 돌파했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선사하는 극적인 연출, 배우들의 열연 등으로 드라마는 완벽한 심리 스릴러라는 호평을 거머쥐었다.

극중 이현욱은 에덴고시원 302호에 거주하는 서늘하고 묘한 남자, 유기혁을 연기했다. 멀끔한 외향과 다르게 어딘가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공포를 선사하는 인물이다. 유사한 비주얼, 설정 등으로 베일을 벗기 전부터 웹툰 속 '왕눈이'로 추측됐던 유기혁이지만 진짜 '왕눈이'는 가상의 인물인 서문조(이동욱)로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반전의 재미를 안겼다.


다만 유기혁은 전개에 따라 단 2회 만에 서문조에게 죽음을 맞이하며 극에서 퇴장했다. 유기혁이 선보인 이상하고, 기묘한 분위기에 이미 큰 매력을 느낀 시청자들은 애정 섞인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현욱 또한 이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알고 있었다.

신기할 정도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며 먼저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이현욱은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던 '왕눈이'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감독님께서 '왕눈이' 캐릭터를 둘로 나눈다고 하셨다. 어떻게 보면, 원작의 '왕눈이'를 저에게 주신 거고, 이동욱 형에게는 새로운 이미지를 주셨다. 작가님이 제게 '스스로를 '왕눈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유기혁을 그리워하길 바라셨다. 그런데 정말 많은 분들이 그리워해주셔서 너무 신기했다"라고 말했다.


대신 드라마 후반부에는 악인이 되기 전인 유기혁의 과거가 공개돼 반가움을 샀던 바. 이현욱은 "원래는 그 장면조차도 계획에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흑화되기 전의 윤종우가 떠올랐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다 하나의 인물 같다. 윤종우, 서문조는 각자의 인물이지만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중성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유기혁의 서사가 좀 짧긴 했다.(웃음) 저 역시 아쉬웠던 건 사실이다. 연기하는 사람이라면 더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나"라고 솔직한 속내를 고백했다.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기 전부터 하루 만에 전 회차를 볼 정도로 웹툰 팬이었던 이현욱은 제작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오디션을 보고 투입됐다. 그는 "임시완, 이동욱, 이정은. 쟁쟁한 배우들 안에 속해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워낙 다 잘하는 형과 누나들이지 않나. '재발견'이라는 말과 캐스팅 잘했다는 말이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제일 좋아하셨던 반응도 '이 작품에는 연기구멍이 없다'라는 말이다"라고 설렘을 드러냈다.

이처럼 연기력도 흠 잡을 데 없었으나 시청자들이 이현욱과 '왕눈이'를 동일시한 데는 이미지 싱크로율이 높았던 덕도 크다. 여타 캐릭터들과 달리 평범해 보이지만 공허한 눈빛, 부자연스러운 몸짓은 유기혁 캐릭터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비주얼 구현을 위해 뒷머리는 가발을 착용했다는 이현욱은 또 "갈색의 눈동자도 큰 도움이 됐다. 저는 '왕눈이'처럼 눈이 위아래로 큰 게 아니라 옆으로 길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부러 눈을 크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감독님과 이야기하다가 그냥 풀었다. 너무 작위적일 것 같았다. 그래서 몸의 축을 고정시켰다. 몸을 구부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라고 설명하며 이를 재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시원 사람들에 의해 점점 미쳐가던 윤종우가 서문조와 몸싸움 끝에 결국 모두를 살해, 서문조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엔딩은 적잖은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현욱 바라본 엔딩은 어떨까.

그는 "저는 괜찮았던 것 같다. (이)동욱이 형과 (임)시완이가 고생한 게 너무 잘 보였다. 롱테이크로 찍었는데, 이 정도로 공을 들였구나 싶었다. 마지막에 웹툰 그림체로 한 명씩 그려질 때 좀 짠하더라. 사람들 고생한 것도 생각나고 캐릭터에 대해 한 명씩 그려주는 게 배려가 느껴졌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연기학원을 다니며 연기를 시작했다는 이현욱은 예고 진학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까지 졸업하며 이른바 '연기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시작 계기는 단순했다. 동일하게 받는 학교 교육 대신 밖으로 나가는 게 좋았단다.

이후 이현욱은 지난 2010년 영화 '가시 심장'을 통해 데뷔, '어깨나사'(2011), '표적'(2014), '섬, 사라진 사람들'(2016), 드라마 '쓰리 데이즈'(2014), '사랑만 할래', 연극 '유도소년'(2017), '톡톡'(2018), '프라이드'(2019) 등 무대, 스크린, 브라운관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이현욱을 조력한 건 할머니였다. 이현욱은 "사정이 안 돼서 연기학원을 못 보내준다고 하셨을 때, 할머니가 몰래 보내주셨다. 그래서 할머니와 약속한 게, 예고를 들어가는 것이었고 그걸 지키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 운 좋게 대학교는 국립으로 갔다"라고 말하며 웃더니 "물론 다른 길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덧붙였다.

"범죄심리학 쪽을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마니아에요. 실제로도 알아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학위 받기가 힘들대요. 그래서 취미로 두고, 서적 같은 걸 보곤 해요. 그게 연기에 도움이 돼요. 캐릭터 분석할 때 행동심리를 봐요."


쉴 새 없이 달려왔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았던 때, 운명처럼 '타인은 지옥이다'를 만났고, 그를 알아봐주는 사람들도 다수 생겨났다. 올해로 34세. 조급함은 없었을까. 이현욱은 "조급함은 전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친했던 배우들도 다 잘 됐지만 그 친구들의 노력이 정당하게 길을 찾아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저를 조급하게 하는 요인이 되지는 않다. 시기가 다를 뿐이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제가 누리는 자유는 그들이 못 누리지 않겠나. 저랑 비슷하다가 잘 된 친구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더라. 그런 거 보면 성공하는 게 어떻게 보면 두렵기도 하다. 요즘 더 많이 느낀다"라고 말했다.

"연기하면서 제 성격도 많이 개조됐어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죠. 저를 계속 들여다보니까 변해요. 옛날에는 망나니 같고 불같을 때도 있었는데 이성적인 면도 생겼어요.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너무 설레죠. 해소도 되고요. 사실 이런 이야기는 친구들 앞에서도 잘 안해요. 진지하다고 놀리거든요.(웃음)"


이현욱에게 '타인이 지옥이었던 순간'이 있었냐고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이현욱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제가 힘들고 그럴 때는 모든 사람이 지옥 같다. 혼자 있고 싶고 우주를 떠나고 싶은 적도 있다. 그래서 좋은 면을 찾으려고 한다. 저는 약간 염세적으로 사는 타입이다. 부정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보다는 기대를 안 하고 내려놓고 사는 편이다. 기대하면 100% 채워줄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조금만 배려해줘도 더 크게 다가온다"라고 전했다.

신선한 느낌을 주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고백한 이현욱은 자신만의 연기 철학과 소신을 뚜렷하게 드러내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저에게 연기는 어떤 존재일까요. 모두가 개인이 가진 감수성은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걸 드러내는 건 조금 민망한 것 같아요. 예술성은 가슴 한 구석에 가지고 있지만 그걸 포장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굳이 따지자면 대중예술가죠. 사람들과 함께 같이 느끼지 않고, 고독하게 가는 건 의미가 없어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건 '꿈'이 아니라 '의무'에요. 무언가를 꾸미면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멋은 드러내지 않고 가지고 있는 걸 사람들이 봐줄 때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연기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 때가 있었는데 연극을 하면서 다행히 재미를 찾았어요. 늘 아쉬움이 남지만 이 마음을 계속 유지하면서 가고 싶어요."

[사진 = 매니지먼트에어, OCN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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