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3차전] 염경엽을 완벽히 무너뜨린 장정석의 '반전드라마'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반전드라마가 따로 없다.

SK와 키움의 플레이오프는 SK 염경엽 감독과 키움 장정석 감독의 벤치 맞대결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염 감독과 장 감독은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비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2013년과 2016년 히어로즈의 지휘봉을 각각 잡았다.

당시 히어로즈 수뇌부의 염 감독, 장 감독 선임은 파격적이었다. 과거의 KBO리그 감독 선임 트렌드를 정면으로 거부한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지도자로서의 장래성, 내면의 자질보다 지역색, 스타플레이어를 따졌던 풍토를 깨트린 사례였다. 현재 KBO리그 사령탑 선임의 트렌드세터 역할을 했다.

그만큼 두 사람은 유니크했다. 염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확실한 철학으로 선수단을 운용했고, 히어로즈를 강팀의 반열에 올려놨다. 그런 염 감독 밑에서 매니저와 운영팀장으로 일했던 게 장 감독이다.

매니저는 감독, 운영팀장은 현장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매니저는 선수단 동향을 파악 및 관리하며 감독의 요구 및 지시를 1차적으로 받는다. 운영팀장은 한 시즌 내내 선수단과 함께 움직이며 구단 운영 전반을 아우른다.

당연히, 장 감독은 염 감독의 모든 것을 흡수했다. 염 감독이 2016년 준플레이오프 패퇴 후 히어로즈를 떠난 뒤, 장 감독은 본색을 드러냈다. 2017시즌 7위로 실패했지만, 그 실패가 2018년 플레이오프, 2019년 한국시리즈 진출의 밑거름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시즌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며 1~2군 선수 개개인의 쓰임새를 정하고, 장기적인 관리 방법을 내놓는 부분, 선수 개개인의 피로도 관리 등은 염 감독의 장점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고 보면 된다.

중요한 건 장 감독이 염 감독 이상의 좋은 지도자가 될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서 장 감독이 선보인 불펜 운용은 염 감독도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장 감독은 지난 2년간 1군 불펜 '전원 필승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이번 포스트시즌서 10명의 불펜투수를 짧게 끊어 풀가동한다.

이 과정에서 마무리투수 개념을 지우고, 가장 중요한 순간 에이스 불펜 조상우를 내세우는 전략으로 고비마다 SK로 넘어가려는 흐름을 차단했다. 이닝이 바꾸면 어지간하면 투수를 교체하면서 개개인의 에너지를 아꼈다. 결국 LG와의 준플레이오프부터 SK와의 플레이오프까지 7경기를 치르면서도 키움 불펜투수들의 구위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장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 두 사람은 플레이오프서 운명의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2년을 매니저, 운영팀장으로 염 감독을 보좌했던 장 감독의 완승이다. 누구도 키움의 스윕승을 예상하지 못했다. 감독 경험이 더 많고, 단장 경험까지 쌓은 염 감독이 장 감독에게 손도 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장 감독이 이날을 위해 염 감독 이상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건 분명하다. '원조 지략가' 염 감독을 무너뜨린 장 감독이 KBO리그에 새로운 전략가의 탄생을 알렸다. '반전드라마'다.

[장정석 감독(위), 염경엽 감독(아래). 사진 = 고척돔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고척돔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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