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섭 감독 "'메기', '믿음'에 관한 이야기…문소리 등 열연에 살아움직여"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이옥섭 감독이 영화 '메기'로 성공적인 장편 연출 데뷔를 알렸다.

'메기'는 병원을 발칵 뒤집은 19금 엑스레이 사진, 도심 한복판에 등장한 싱크홀과 지구의 위험을 감지하는 특별한 메기까지, 믿음에 관한 가장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을 담은 미스터리 펑키 코미디물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14번째 인권 영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옥섭 감독만의 재기발랄한 연출과 감각적인 미장센 속에 취업난, 불법촬영, 데이트 폭력, 관계의 균열 등 2019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진짜 이야기를 펼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까지 4관왕을 거머쥐며 올해의 한국 독립영화로 주목받았던 바.

뿐만 아니라 제23회 판타지아영화제 베스트 데뷔상 특별언급, 제44회 서울국제독립영화제 관객상, 오사카아시안필름페스티벌 대상 수상을 비롯해 제48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37회 뮌헨국제영화제, 제18회 뉴욕아시아영화제, 제21회 타이베이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었다.

평단과 관객들에게 이름 세 글자를 제대로 각인시킨 이옥섭 감독이지만, 그는 최근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많은 상을 받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메기'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는 것 말고는 바라는 건 하나도 없었다. 상은 그냥 덤인 것 같다.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통통 튀는 개성을 자랑하면서도 뼈 있는 현실 공감 메시지를 놓치지 않은 수작 '메기', 어떻게 탄생된 것일까. 이에 대해 이옥섭 감독은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청년의 인권과 삶'이라는 주제를 받고, 먼저 주제에 접근하기보다 '내가 재밌는 이야기'를 생각해봤다. 당시 지인과의 관계에서 '그게 아닐 거야' 했던 일이 결국 맞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겪은 혼란스러운 경험을 바탕으로 '믿음'이라고 중심을 잡게 됐다. 오해를 믿어버린 그 감정이 시작이 되어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른 이미지와 결합돼 살이 불여져 나갔다"라고 밝혔다.

뜬금없이 떠올랐던 여자 간호사가 고민스러운 얼굴로 어항을 바라보는 낯선 이미지에 호기심이 자극됐다는 것. 그렇게 간호사 여윤영(이주영)과 메기(내레이션 천우희) 캐릭터가 탄생됐고, 이들을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부원장 이경진(문소리), 어딘지 모르게 의심스러운 윤영의 남자친구 성원(구교환) 등 관계가 형성되며 매끄러운 스토리가 짜여졌다.

어항 속 물고기를 메기로 정한 건 "분명 어항에 걸맞지 않은 물고기가 들어있을 것 같았다. 알아보니 메기가 생명력이 질기다고 하더라. 윤영을 위로하는 존재에서 나아가, 지구를 지키는 생선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라고 엉뚱한 상상력을 풀어냈다.

또 메기의 존재에 대해 "식물도 말을 못하고 반려 동물도 그렇고 메기도 전혀 말을 못하지 않나. 그런데 우린 말이 통하는 인간한테 위로를 못 받았던 적이 더 많다.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소통이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많이 있으실 거다. 그보다 무언가를 돌볼 때, 오히려 힘을 얻고 위로를 느낀 적이 많다. 이처럼 제 안에 인간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로부터 치유받는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이게 저한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서 메기가 등장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문소리, 이주영, 구교환, 그리고 천우희까지 명품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도를 높인 '메기'. 이에 대해 이옥섭 감독은 "배우분들의 열연 덕분에 작업하는 과정에서 평범한 몇 줄의 대사도 살아 움직이는 결과물로 나올 수 있었다. 그저 종이 글자인데, 탁월한 표현력으로 이미지화 해주신 분들"이라며 "저는 그냥 다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분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특급 애정을 보냈다.

더불어 이옥섭 감독은 "메기의 대사 중에 '사실은 사실을 말한 사람들에 의해 편집되어 진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사실에 바로 반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들어진 사실일지도 모르니까,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거다.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냐. 또 진실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진실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메기'를 만들었다. 우리 영화를 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문득 '메기'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면, 그것만으로 참 행복할 것 같다. 지치신 분들이 '메기'를 관람하면서 조금이라도 웃으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차기작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옥섭 감독은 "현재 다음 작품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80% 정도 완성된 상태다. '사랑의 카운슬러'를 이야기하는 로맨틱 코미디다"라고 귀띔해 기대감을 모았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주)엣나인필름·CGV아트하우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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