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성장했고 키움에서 꽃피운 포수 최대어 이지영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시절 진갑용 코치님, 투수 선배님들에게 많이 배웠다."

22일 잠실구장.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둔 포수 이지영은 평온한 표정이었다. "한번쯤 투수가 가장 못 던지는 공을 던지게 하려고 한다.", "즐기지 못하는 성격인데 (오랜만의 한국시리즈가)저절로 즐거워진다"라는 말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지영은 2차전부터 선발 출전했다. 끝내 키움의 한국시리즈 스윕패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볼배합 방향을 미리 공개하면서 "이렇게 말하면서 또 바꿀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는 포수가 몇이나 될까.

이지영의 과거, 그리고 2019시즌을 돌아보면 위의 코멘트들이 '허세'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경험'과 '연구'의 산물이다. 삼성에서 성장했고, 키움에서 기량을 꽃피웠다. 김태군과 함께 FA 시장 포수 최대어다.

당시 이지영은 "삼성 시절 진갑용 배터리 코치님, 쟁쟁한 투수 선배님들과 얘기도 많이 했고, 많이 배웠다"라고 털어놨다. 타자 입장에서 중요한 승부처에 투수의 주무기가 아닌 가장 자신 없는 공이 들어오면 오히려 헷갈릴 수 있고, 투수 입장에서 한국시리즈보다 정규시즌서 후회하는 게 낫다는 걸 배웠다.

올 시즌 주로 이지영과 호흡을 맞춘 이승호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이지영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몇몇 젊은 불펜 투수들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에서 특급 투, 포수들에게 배우고 경험하며 성장했던 이지영이, 올 시즌 키움 젊은 투수들의 길잡이가 됐다. 이것만으로도 키움이 FA 이지영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지영의 고민과 성장이 느껴지는 또 다른 대목은 타격이다. 올 시즌 106경기서 타율 0.282 1홈런 39타점 40득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장정석 감독은 대타 1~2순위로도 평가했다. 올 시즌 대타 타율은 무려 0.313.

키움에서 공수겸장 포수로 거듭난 건 삼성 시절이던 2018년 5월의 2군행과 고뇌가 말해준다. 이지영은 "타격이 너무 안 되길래 2군에서 도박을 걸었다"라고 돌아봤다. 삼성 저연차 시절 타격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2017년 0.238로 뚝 떨어졌다. 2018년에는 90경기서 0.343.

당시 완성한 오픈스탠스가 올 시즌까지 이어졌다. 왼발을 극단적으로 열어놓는, 파격적인 폼이다. 그는 "테이크 백을 했는데 타격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닫아놓고 치니 늦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돌아봤다.

작년 5월 삼성 2군에서 왼발을 크게 열고, 투수가 투구동작에 들어갈 때 왼발을 크게 들며, 제법 오래 기다리는 방식의 폼을 정립했다. 투수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타격 타이밍이 늦는 약점을 해결했다. 그는 "다리를 오래 들고 있으니 타이밍을 잡는데 여유가 생겼다. 그러면서 커트도 많이 한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바깥쪽에 대한 약점은 생긴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는 코스와 구종을 정확한 타이밍에 치고, 그렇지 않은 코스와 구종을 파울 커트하면서 애버리지를 관리했다. 올 시즌은 작년에 타격을 새롭게 정립한 '타자' 이지영의 가치를 확인한 시간이었다.

포수가 필요한 구단이라면 이지영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키움은 박동원이라는 주전급 포수를 보유했다. 그러나 좋은 포수는 다다익선이다. 덕분에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기본적으로 키움이 이지영에 대한 가치를 어느 정도로 보느냐가 포인트다.

[이지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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