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더' 두산 김태형 감독 "좋은 구단·좋은 선수를 만난 덕분"(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김태형 감독(52)이 3년 더 두산 지휘봉을 잡는다.

김태형 감독은 3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 2층 인터뷰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두산과 3년 재계약에 성공한 소감을 전했다.

김 감독은 지난 29일 두산과 계약기간 3년에 총액 28억원(계약금 7억원-연봉 7억원) 조건으로 재계약에 골인했다. 2015년 두산을 처음 맡아 두 차례의 통합우승(2016, 2019)과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2015, 2016, 2019)을 이끈 김 감독은 KBO 감독 역대 최고 대우로 업적을 보상받았다.

김 감독은 역대 KBO 감독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정규시즌 통산 717경기 435승 5무 277패를 기록하며 승률이 .611에 달한다. 올해 7월 7일 잠실 SK전에선 662경기 만에 400승을 거두며 역대 최소 경기 400승 감독으로 기록됐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재계약 소감은.

“좋다. 처음 부임했을 때와 첫 재계약했을 때, 그리고 앞으로의 3년은 다른 느낌이다. 재계약은 너무나 영광스럽고 좋은 일이다.”

-예전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모든 면에서 시야가 넓어졌다. 야구 이외의 부분도 그렇다. 야구 감독은 참 해야 할 게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첫해에는 앞만 보고 달렸다. 지나면서 할 일이 여러 가지 많다는 걸 느꼈다.”

-다른 감독에게 축하 인사를 받았나.

“염경엽 감독에게 축하 인사를 받았다.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다.”

-처음 계약 조건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금액이 최고액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감독이 구단과 재계약하면서 금액을 협상할 상황은 아니다. 사장님께서 처음에 그 동안 느낀 점을 이야기하시고 우리의 방향을 말씀하시면서 금액을 책정했다고 했다. 난 그냥 알았다고 했다.”

-가족들의 반응은.

“당연히 좋아한다.”

-아직도 우승에 대한 기분이 생생한가.

“우승하고 바로 다음날이 되면 조용해진다. 멍하다. 동영상사이트에서 정규시즌 우승 순간을 챙겨봤다.”

-현역 때와 달리 지도자로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감독은 다 똑같다. 좋은 선수를 만났고 좋은 구단을 만났고 첫해 좋은 FA 선물을 받아서 우승한 게 지금 좋은 대우를 받고 최고 감독이 된 것 같다.”

-향후 육성 기조는.

“2군에 모르는 선수가 많다. 일단 주축 선수들 다음으로 바로 준비할 선수를 눈여겨보면서 조금씩 기회를 줄 것이다. 베테랑들 체력도 신경을 쓰면서 꾸려나갈 생각이다.”

-외인 농사에 대한 플랜도 궁금하다.

“메디컬 체크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 린드블럼은 시즌 때부터 미국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명이 워낙 잘해줬지만 그 선수들과 내년에 같이 있고 싶다고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부상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있고 지금 뭐라 말할 순 없다.”

-5년 동안 위기도 있었는데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항상 상위권에 있어 위기라고 말하긴 그렇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매년 1위를 지키려고 어떤 노력을 하진 않았다. 그렇게 되면 팀이 무너질 수도 있어 마음을 많이 비웠다. 2016년에만 선수들을 바짝 몰아붙였고 그 이후에는 순리대로 했다. 특히 올해도 승리조들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지 않았다. 상황 봐가면서 포기할 경기는 포기하고 잡을 경기는 확실히 잡으려 했다. 우리 선수들이 부상 없이 상대 의식하지 않고 하면 어느 정도 잘 한다는 게 몇 년간 느낀 것이다. 선수들을 믿어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연패 들어가고 순위 떨어지면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받아들이고 상황에 맞게 하려고 했다.”

-올해는 정규시즌 1위를 하는 과정이 달랐다.

“작년에는 1위하고도 준우승해서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 올해는 2위는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상황을 보면서 우리 야구를 믿고 갔다.”

-FA가 된 오재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까 만나서 빨리 계약하라고 했다(웃음). 올 시즌 나도 재원이도 모두 힘들었다. 고참인데 성적도 안 좋고 주장으로서 팀을 리드하지 못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선수로 인해 팀에 해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본인이 가장 힘들 것이란 생각을 했다. 2015, 2016년 우승을 시켜준 선수다. 분명히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줄 선수로 믿었다. 지금 너의 것을 포기하고 주장 역할을 해달라는 말은 못했다. '그냥 여기 있어라. 믿고 아무 생각하지 말고 나와 있자. 일단 하자'고 했는데 선수는 섭섭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경기를 많이 안 내보냈기 때문이다. 우승하고 오재원만 따로 불러서 '잘 참았고 나도 잘 참았고 우리 잘 참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둘 다 잘 참았다. 빨리 계약했으면 좋겠다.”

-향후 이루고 싶은 목표는.

“거창한 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게 좋은 성적 아닌가.”

-미디어데이 때 선수들에게 10만원 내외로 선물한다고 했는데.

“고급 샴푸를 하나씩 사주려 한다. 하도 내 샴푸를 훔쳐 쓴다. 나는 쓰지 않았는데 줄어들어 있다.”

-두산의 야구란.

“그냥 아무 것도 아니다.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야구가 우리 야구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라고 하지만 내주는 경기는 정말 비참하게 내준다. 팬들 입장에서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승리조를 내서 지는 건 선택을 하기 힘들다. 현재 선수들의 컨디션을 갖고 가장 적절하게 해야 한다.”

-두산의 야구는 흔히 뚝심의 야구라고 한다.

“올해 같은 경우 정말 너무나도 뚝심이란 말과 잘 어울리게 했다. 현역 때 처음 2년 말고는 항상 두산이 잘했던 것 같다.”

-5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다. 2015년 우승할 때는 정신이 없었다. 겁 없이 했다. 정규시즌 우승 확정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5년 동안 기억에 남는 선수를 꼽자면.

“양의지다. 이상하게 내가 포수라 그런지 애정이 간다. 감독 부임하자마자 최재훈에게는 미안했지만 주전 포수가 양의지라고 못을 박은 것도 한 포수가 중심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치 할 때부터 신인으로 들어왔고 고교 시절에도 봤다. 우리 아들이랑도 비슷하게 생겼다. 정이 많이 간다.”

-프런트의 도움도 컸을 것 같다.

“구단주님이 캠프 때 오시면 야구에 대한 기억력도 너무 좋으시다. 야구에 대한 사랑이 크시다. 항상 눈앞에 것 보지 말고 길게 보면서 하라는 말씀을 해주신다. 절대 야구는 터치하지 않으신다. 좋은 음식이나 술 이야기도 해주신다. 단장님도 29년째인데 많은 힘이 된다.”

-선수, 감독 모두 우승을 경험한 베어스에 특별한 감정이 들 것 같은데.

“선후배간 끈끈하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지만 대선배들이랑 야구를 했을 때부터 특별한 게 있는 것 같다. 내가 주장할 때, 선배들 주장할 때 보면 선배님들이 하는 걸 그대로 하다 보니 전통적으로 뭔가가 내려오는 것 같다.”

-특별히 베테랑을 대하는 노하우가 있는가.

“똑같이 대한다. 다만 우선권은 준다. 봐서 더 이상 활용도나 1군에서 안 될 것 같으면 명확하게 이야기 해준다. 베테랑이 필요하면 가는 것이다. 본인이 납득을 할 수 있게끔 우선권, 기회를 주는 편이다.”

-올 시즌 양상문 감독과 설전이 있었는데.

“참 제대로 두들겨 맞았구나 싶었다. 그 때는 앞뒤 안보고 뛰쳐나갔다. 상대 감독님이 선배님이었지만 공필성 코치가 눈에 보였고 보이는 사람마다 말을 하며 일이 커졌다. 냉정하게 했어야 하는 건 맞지만 화가 많이 났다. 그 뒤에 비난이 많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난 이제 5년차다.”

-향후 3년 구단에 요청한 부분이 있나.

“구단과 항상 시즌에 앞서 어떻게 할지 이야기한다. 내년에 FA가 많지만 그건 내년 시즌 끝나고 이야기하겠다. 사실 뭘 하겠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야구가 만만치 않다.”

-마무리캠프 지휘 방향은.

“1.5군 선수들 위주로 짰는데 기간이 짧아져서 뭘 하는 것보다 보완점을 알려주고 그걸 완전히 만들어 스프링캠프에 바로 쓸 수 있도록 준비를 시키려고 한다.”

-김태형 감독에게 감독이란.

“아직도 감독은 정답이 없다. 성적 나면 명감독이고 안 나면 그렇지 않다. 과정이 필요 없는 자리다. 결과만 본다. 그 과정은 나중에 옷 벗고 몇 년 지난 다음에 선수들이나 아는 것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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