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부활 이끈다’ 허삼영 감독 “결과 위해 매진할 것” (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대구 최창환 기자] 삼성의 15대 감독으로 부임한 허삼영(47) 감독이 무너진 명가를 재건할 수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의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된 허삼영 감독은 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인터뷰데이를 통해 사령탑으로 부임하게 된 소감, 포부 등을 밝혔다. 계약조건은 계약금 3억원, 연봉 2억원 등 3년 총액 9억원이었다.

그야말로 ‘깜짝 발탁’이었다. 허삼영 감독은 지난 1991년 고졸연고구단 자유계약선수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1군 통산 4경기 2⅓이닝 평균 자책점 15.43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입단 당시만 해도 강속구 투수로 주목받았지만, 고질적인 허리부상으로 일찌감치 은퇴했다.

허삼영 감독은 은퇴 후 삼성 전력분석팀장, 운영팀장을 겸임했으나 지도자 경력은 전무하다. 현역시절 이렇다 할 발자취를 남기지 못한데다 코치 경력조차 없지만, 곧바로 지휘봉을 잡게 된 것.

삼성 측은 허삼영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하게 된 배경에 대해 “데이터 야구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삼성이 2018시즌부터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트랙맨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후 운용하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20년의 전력분석 노하우를 갖췄고, 선수 개개인의 기량 및 성향을 잘 파악하고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삼성은 역대 최초의 통합 4연패를 달성하는 등 통산 8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강호였다. 하지만 2015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시즌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자존심을 구겼다. 삼성이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것은 KBO리그 출범 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2019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 김한수 감독과의 인연을 정리한 삼성은 허삼영 감독 체제를 구축, 새 출발을 알렸다. 사실 데이터 야구에 강점이 있다는 자체 평가를 받았지만, 지도자 경험이 전무해 허삼영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하는 삼성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감독으로 선임돼 영광이다. 명문 구단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운을 뗀 허삼영 감독은 “프로야구는 결국 과정보다 결과다. 결과를 위해 매진하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감독으로 임명된 소감은?

“감독으로 선임돼 영광이다. 명문 구단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추상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29년 전 처음으로 삼성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많은 일을 거쳐 감독을 맡게 돼 믿기지 않는다. 감회가 새롭다. 지나온 과거에 비해 우리 팀이 최근 좋지 않은 성적에 그쳤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 믿는다. 내년 시즌에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

-오전에 처음으로 팀 훈련을 실시했는데, 선수들에게 강조한 부분이 있다면?

“한 가지만 강조했다. 본인 스스로 철칙, 원칙을 지켜달라고 했다. 그것만 지켜준다면 모든 경기력은 자연스럽게 강해질 것이고, 본인의 인생도 달라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다양한 경험을 거쳐 감독을 맡게 됐는데 감독직을 제안 받았을 때 기분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예상을 1도 못했다. 전력분석 운영팀장을 겸직하면서 팀을 도와주는 입장이었다. 감독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부담스러워 거부했었다. 내가 갈 길이 아니라 생각했고, 내 역량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단장님과 20분 정도 얘기하며 팀이 나아갈 방향을 공유했고, 이를 통해 용기를 내게 됐다.”

-팀을 어떻게 보강할 계획인지?

“쉽게 말하면, 팀 내에 절대 대체불가 자원은 없다. 단점이자 장점이다. 계속 선수들의 멀티포지션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A라는 선수가 있는데, 이 선수가 많은 경기에 나가게 된다면 체력손실이 크다. 이를 막아줘야 (기량의)최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포지션을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곤란하다. 보직의 파괴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투타의 근간이 되는 선수를 찾는 것이다. 기량적인 부분도, 정신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삼성의 성적이 안 좋았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외국인투수들의 부진이었다. FA 영입이나 외국인투수 영입 작업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감독, 구단이 할 역할이 따로 있다. 물론 감독 입장에서 좋은 선수단이 구성되면 좋겠지만, FA는 구단이 해야 하는 역할이다. 외국인투수는 리스트업을 계속 하고 있고, 조만간 직접 찾아가서 점검해볼 생각이다. 수요일(6일)에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가서 리스트에 넣어둔 선수들을 체크할 계획이다. 라이블리, 러프는 재계약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답하긴 곤란하다. 일단 이들에 대한 재계약 방침을 세워두고 외국선수 영입을 고민 중이다. 라이온즈파크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외국인투수를 선발하고 싶다. 삼진이나 땅볼을 많이 잡는 유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데이터야구를 높이 평가받았는데?

“내가 추구하는 것은 효율성이다. 이 타자에겐 강공이 필요한지 혹은 번트가 필요한지, 이 투수의 교체 시기는 언제인지를 데이터에 근거로 한다. 저는 데이터를 정말 좋아한다. 문제는 야구가 숫자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마무리캠프에 젊은 선수들이 참가 중인데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가 있다면?

“선수 이름을 1명씩 거론하는 것은 이외의 선수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나 스스로를 감독이 아닌 라이온즈 조직원 중 1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선수단과 서로 신뢰를 쌓아야 작전 이해도도 높아진다. 누구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얘기는 아직 조심스럽다. 다만, 첫 훈련을 소화한 오늘은 기본적인 캐치볼을 한 후 작전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다.”

-코치 경험이 없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현장 경험이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감독의 역할론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스타플레이어 출신도, 프런트 출신 감독도 있었다. 코치들이 나보다 더 우수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지식과 역량을 갖고 계신다. 그 역량을 가져다 쓰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코치들에게도 분배해서 권한을 줄 것이다. 나는 그 안에서 결정을 내리면 된다. 코치들의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할 것이다.”

-삼성의 가장 큰 장점은?

“기동력이다. 반면, 야구장은 작은데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자가 드물다. 장점을 살리는, 조직적인 야구를 해야 할 것 같다. 전력에 맞게끔 경기를 운영해야 할 것 같다.”

-코치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코치진 보직을 설명해준다면?

“김용달 타격코치, 정현욱 투수코치로 결정했다. 김용달 코치는 폭넓은 지식과 철학을 갖고 있다. 우리 팀에 필요한 기본기를 주입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은 어렵다. 시간을 두고 만들어가야 한다. 정현욱 코치는 우리 팀뿐만 아니라 타 팀에서도 선수로 뛴 경험이 있는데, 삼성 투수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직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배터리코치가 중요한데, 진갑용 코치는 우리 팀과 방향이 달라 나가게 됐다. 새로 선임한 이정식 배터리코치는 명성은 높지 않지만, 선수들의 신임은 높다. 선수의 마음은 잘 이해할 수 있는 코치다. 나도 실패를 빨리 겪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고 싶다. 본인의 감각만으로 코칭하는 분들에 대해선 벽이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이 코치들의 실패담은 잘 듣는데 성공담은 잘 안 듣는 것 같더라. 출근하면 코치들과 2~3시간씩 회의를 한다, 초반에는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많은 회의를 통해 의식이 한 곳으로 모이고 있는 것 같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조심스러운 것은 전임 감독님에게 흠이 가는 얘기는 피하고 싶다는 점이다. 그건 감독님을 모신 사람으로서 내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보완해야 할 부분을 꼽는다면?

“진루타, 희생에 대한 보상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구단이 해줘야 한다. 진루타가 안타, 2루타 이상의 보상을 받아야 선수들도 희생할 수 있다. 선수들도 그래야 이행해준다. 야구는 기록이 자산이다. 작은 부분부터 해결돼야 한다. 선수들의 식생활, 주위 환경에 대해선 구단 쪽에 얘기하고 있다.”

-멀티포지션을 강조했는데, 지난 시즌 이학주-김상수를 키스톤콤비로 활용했다. 이들의 스위치도 가능한 것인지?

“아직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다. 시즌 초반 이학주와 김상수가 실책을 많이 했지만, 기량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후반기에는 실책이 적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담당 코치와 얘기는 해볼 것이다. 그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보완이 필요한 포지션이 있다면?

“지금은 대답하기 곤란하다. FA라는 것은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구단의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답변하는 것이 어렵다.”

-감독으로서 단기적, 장기적 목표가 있다면?

“프로야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결과더라. 결과를 위해 매진할 것이다. 좋은 과정이 있어야 결과도 나온다. 물론 과정도 무시할 수 없다. 양날의 검인 것 같다. 육성이라는 것은 계속 진행을 해야 한다. 팜에서 선수를 데려와서 키우는 게 아니다. 1군도 육성이다. 선수 스스로 싸워 이겨내야 한다. 같은 포지션, 같은 연령대에서도 내부 경쟁이 붙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팀도 자연스럽게 시너지효과를 통해 강해질 것이다. 환경이 조성되면, 잠재력 이상의 최대치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주장이 박해민으로 바뀌었는데,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를 꼽는다면?

“김헌곤, 구자욱이 중심을 잡아줬으면 한다. 야구를 잘하는 것을 떠나 선수단의 중심이 되는 연령대, 위치가 됐다. 짧은 시간이지만 면담을 가졌고, 의식도 확인했다. 내년 시즌에는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다. 변화에 대한 의지가 나보다 강한 선수들이다. 투수 파트에서는 오승환이 그 역할을 해줄 것이다. 얘기도 많이 나눴다.”

-오승환과는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오승환은 12월 전까지 가벼운 운동, 재활치료,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것이다. 12월부터는 강한 중압이 들어가는 웨이트트레이닝도 진행할 계획이다. 오승환은 다가와서 얘기를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다. 묵직하고, 조용하다. 오승환은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다. 명확한 의지를 나에게 보여줬다. 그 한마디에 모든 게 정리됐다.”

-올 시즌 초반에 전력 이탈 등 변수가 있었다. 내년 시즌에도 변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텐데?

“그래서 처음에 멀티포지션을 얘기한 것이다. 한 가지 포지션으로 쭉 나가는 게 좋겠지만, 야구에는 변수가 많다. 마무리캠프에 임하고 있는 선수들을 독려해주고 있다. 경산에 있는 선수들이 더 강해졌으면 한다. 내년에는 1군, 퓨처스의 실력 차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팬들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원한다.

“‘몇 위하겠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 시점에서는 추상적이다. 멀리 봤을 때 높은 곳을 목표로 하는 것은 맞다. 얼마나 준비를 잘하고, 내실을 다지느냐에 달린 문제다.”

-변수 중 하나는 외국인투수다. 선발의 기준은?

“매년 조금씩 바뀌는 부분이다. 팀 전력을 일단 고려해야 한다. 선발진에 강속구를 주무기로 삼는 유형이 없었고, 그래서 그동안 강속구를 지닌 외국인투수를 고려해왔다. 하지만 2019시즌에 영입한 외국인투수들은 부상, 개인의 문제 등 변수가 있었다. 결국 외국인투수는 팀 전력 문제가 크다. 5이닝만 던져도 승리투수가 된다면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8이닝 1실점해도 지는 경기가 있고, 그렇게 되면 다음 경기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일단 라이온즈파크에 맞는 외국인투수를 찾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을 보며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우승은 두산이 했지만, 최고의 화두는 키움이었다고 생각한다.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특정선수가 잘해서 달성한 성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펜투수가 그 상황에 나가는 것은 야구인으로서 상상도 못했다. 뚝심, 선수를 파악하는 능력이 키움의 최대 장점이었던 것 같다. 정규시즌 때는 추격조였던 투수가 접전일 때 투입됐다. 그만큼 키움이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고, 그게 상대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선수들이 실패담에 귀 기울인다고 했는데, 무명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희들이 흘린 눈물, 땀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남이 해주는 게 아니다. 너희는 느리게 가고 있지만, 계속 성장 중이니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선수들과의 스킨십을 좋아한다. 스윙 많이 한 야수들을 보면 손바닥이 상해있지 않나. 손바닥 보자고 했을 때 자신 있는 선수는 먼저 보여주고, 그게 아닌 선수는 멀리 도망간다. 자신 있게 손을 내밀어주는 선수의 손을 잡아주며 ‘수고했다’라고 말해준다.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인내의 시간을 갖자고 한다. 그래야 기존의 1군 선수를 이길 수 있고, 그게 팀이 강해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젊은 선수들을 보면 내가 운동을 못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해준 얘기였는데, 그땐 그 의미를 몰랐다. 나이든 사람들의 잔소리로 들렸다. 지도가 우선이 아니라 선수의 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 기술적으로 선수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게 없다. 전력분석을 오래 했지만, 야구의 트렌드는 계속해서 바뀐다. 코치들에게 계속 권한을 준다. 선수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인지했다.”

-멀티포지션이 1.5군, 2군 외에 1군에게도 해당되는 것인가?

“당연하다. 지금 고정된 것은 없다. 이원석도 방향성이 잘못돼 홈런이 증가했지만, 수비 폭은 좁아졌다. 얻은 만큼 잃은 것도 있다. 스스로도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굳이 잘하는 이원석을 1루에 보낼 필요는 없다. 장점을 살려주는 역할을 써야 한다. 다만, 멀티포지션이라는 것은 예를 들어 박해민이 외야수 가운데 많은 이닝을 소화했는데,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수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그런 부분을 세이브하기 위해선 김헌곤이 중견수로 갈 수도 있다. 최고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선수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가야 한다. 아픈데 나가면 그 팀은 정말 좋지 않은 결과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부진이 거듭될 때 팀의 정신력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기량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동력도 있어야 한다. 다 큰 선수들을 집합할 수 있겠나. 중심이 돼 동력을 만들어주는 고참이 있어야 한다. 물론 감독, 코치도 열심히 뛸 수 있게 이끌어준다. 라커룸에서는 선수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그게 프로페셔널의 기본이다. 물론 방관하진 않을 것이다. 안을 때도, 문책할 때도 있을 것이다.”

[허삼영 감독.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