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에 부는 변화의 바람, 손혁 감독의 부담이 크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늘(4일) 아침에 들었어요."

손혁 신임감독 선임이 발표됐던 4일. 키움 한 관계자는 위와 같이 말하며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만큼 손혁 감독선임은 급박하게 이뤄졌다. 키움은 손혁 감독에게 3일 밤 사령탑 발탁, 장정석 전 감독에게 4일 오전 재계약 불가를 각각 통보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일주일이 흘러도 장 전 감독의 재계약이 발표되지 않은 게 감독 교체의 신호탄이었다. 이 기간 키움 하송 대표이사는 5인의 감독 후보(장 전 감독 포함 국내 3인과 외국인 2인)와 인터뷰(장 전 감독은 제외)를 하며 반전을 준비했다.

키움은 한국시리즈를 준우승으로 마치자마자 구단 안팎으로 시끄럽다.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정황, 임은주 부사장의 직무정지에 박준상 전 대표, 임상수 전 변호사가 물러났다. 야구관계자들은 구단의 헤게모니 다툼 속에서 이 전 대표의 사람들이 배제되는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장 전 감독 역시 이 전 대표가 발탁한 인물이었다.

물론 김치현 단장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어쨌든 구단 내부적으로 변화의 바람이 크게 부는 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3년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각각 한 차례씩 이끈 사령탑을 배제하고 초보 감독을 택했다. 엄청난 승부수이자 모험이다.

키움이 손 감독에게 원하는 건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3년 전 역시 깜짝 발탁을 받은 장 전 감독이 2~3년에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놨듯, 손 감독 역시 2년 안에 한국시리즈 우승이 가능하다고 계산하지 않으면 이런 선택 자체를 할 수 없었다. 물론 손 감독은 2015~2016년 히어로즈 투수코치로 일한 전력이 있다. 손 감독의 지도자 역량에 대해선 일찌감치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더구나 키움은 전통적으로 프런트 파워가 강하다. 김 단장은 "코칭스태프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키움을 잘 아는 전력분석팀과 코칭스태프가 손 감독을 효율적으로 도우면, 손 감독 영입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계산한 듯하다.

그래도 손 감독의 부담이 큰 건 분명하다. 히어로즈와 SK에서 유능한 투수코치였지만, 종목을 불문하고 코치와 감독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코치는 선수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관리를 하고, 계획을 짜고, 그 결과를 감독에게 보고한다. 그러나 감독은 코치들의 보고를 종합해 시즌 및 경기운영의 방향을 최종 결정하는 자리다. 오직 결과로 평가 받는다.

장 전 감독의 포스트시즌 통산성적은 12승 9패다. 단기간에 물러난 사령탑 치고 꽤 좋은 성적이다. 특히 올 가을야구는 장 전 감독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전원 필승조'라는 확실한 히트상품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프런트, 코치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장 전 감독이 치밀하게 연구한 결과물이었다.

이제 손 감독은 이 모든 걸 뛰어넘는 결과물을 내야 구단으로부터 인정 받을 수 있다. 장 전 감독에겐 3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손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2년 뿐이다. 한 야구관계자는 "손 감독의 부담감이 클 것이다. 상황, 분위기 자체가 그렇다"라고 말했다.

[손혁 신임감독(위), 키움 선수들(아래). 사진 = 키움 히어로즈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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