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최성원, 마침내 듣게 된 평가 “없어선 안 될 선수”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SK의 중심은 단연 김선형이다. 김선형의 생산력이 최대한 발휘돼야 SK의 팀 컬러인 속공도 극대화될 수 있다. 3년차 가드 최성원(24, 183cm)은 SK가 이와 같은 팀 컬러를 유지하는 데에 없어선 안 될 역할을 해내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서울 SK는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순항 중이다. 9승 3패를 기록해 단독 1위에 올라있다. 종종 불의의 일격을 당하기도 했지만, SK는 연패 없는 레이스를 펼치며 ‘우승후보’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K가 시즌 초반 순항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밀 워니의 무난한 KBL 적응, 최준용의 3점슛 성공률 향상 등 다양한 원동력이 있다. 특히 김선형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는 최성원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SK는 올 시즌 12경기를 치렀고, 이 가운데 김선형이 선발 출전한 것은 단 2경기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 선발로 나선 경기는 지난달 12일 원주 DB전이었다.

김선형을 대신해 잔여 10경기 모두 선발 출전한 자원이 바로 최성원이다. 터리픽12에서 전담 수비수로 가능성을 보여줬던 최성원은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며 SK의 상승세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시즌 단 1경기서 1분 19초를 소화하는데 그쳤던 최성원은 올 시즌 12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11분 53초 동안 뛰었다.

SK가 김선형이 아닌 최성원을 선발로 투입하는 노림수는 분명하다. 단 몇 분이라도 출전시간을 분담, 김선형의 체력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문경은 감독은 “김선형을 40분 내내 투입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코트에서 쉬는 시간도 생기기 마련이다. 최성원으로 부담을 줄여줘서 김선형을 더 알차게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인천 전자랜드전은 최성원의 공헌도가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경기였다. SK는 이날 1쿼터 중반 투입한 김선형이 머피 할로웨이와 충돌, 불의의 부상을 당하는 변수를 맞았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할로웨이의 팔꿈치에 맞은 김선형의 왼쪽 눈썹이 약 3cm 찢어진 것.

SK는 김선형이 응급처치를 받느라 2쿼터 중반까지 자리를 비웠지만, 최성원을 투입해 추격권 내에서 경기를 끌고갔다. 이어 김선형은 2쿼터 중반 투입된 직후 특유의 유로스텝을 선보이는가 하면, 3~4쿼터에도 돌파력을 과시해 SK의 80-63 완승에 기여했다.

최성원이 막바지에 보여준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자밀 워니에게 노룩패스를 시도해 눈길을 끌었던 최성원은 경기종료 4분여전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까지 터뜨렸다.

문경은 감독은 최성원에 대해 “노마크 3점슛은 우리 팀에서 제일 좋다. 연습도 많이 하는 선수여서 ‘이 한 방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면…’ 하는 상황에서 3점슛을 넣어줬다. 워니에게 노룩패스한 장면도 놀라웠다. 이제 ‘쓸 만한 선수’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올라선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최성원 덕분에 출전시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김선형 역시 “감독님 말씀에 동의한다. 성원이가 자신감을 더 갖게 된다면 나 외에 (전)태풍이 형, 성원이 등 누가 들어가도 자기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준용도 “고려대 동기인 (김)낙현이(전자랜드) 때문에 대학시절에는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고, 그 부분 때문에 힘들었다는 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이를 떨쳐냈고, 당당하게 낙현이와 싸워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SK는 최원혁, 이현석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나란히 군 입대해 백업 가드전력이 약해졌다. 전주 KCC에서 FA 자격을 얻은 전태풍을 영입했지만, 전태풍은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하는 데에 제약이 따른다. 대권을 노리는 SK 입장에서 최성원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그리고 있는 게 유독 반가운 이유다.

[최성원.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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