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V 페라리’, 심장이 터질 듯한 스릴과 가슴이 뜨거워지는 우정[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포드 V 페라리’에서 포드와 페라리의 레이스 대결은 영화의 밑그림이다. 이 영화는 두 자동차 회사의 자존심을 건 경주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본성을 지닌 두 남자가 양보와 희생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치는 이야기를 시종 흥미진진하게 담아낸다. 심장이 터질 듯한 스릴과 가슴이 뜨거워지는 우정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이 영화는 7,000rpm을 넘나드는 굉음의 레이스에 서로를 향한 믿음을 녹여내 끝내 관객의 마음에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대회이자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 24시간 레이스. 포드는 페라리를 꺾기 위해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를 고용하고, 그는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지만 열정과 실력만큼은 최고인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를 파트너로 영입한다. 포드는 자신들이 원하는 레이스를 펼치라고 강요하지만, 이들은 압력에 굴하지 않고 불가능을 향한 질주에 모든 것을 건다.

전작 ‘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캐릭터의 갈등과 화해를 연출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늙은 울버린(휴 잭맨)과 같은 능력을 지닌 돌연변이 소녀 로라(다프네 킨)의 관계를 뭉클하게 그려낸 그는 ‘포드 V 페라리’에서 자존심 강한 두 남자의 격렬한 충돌과 따뜻한 인간애를 5단 기어 끝까지 올려놓고 관객을 감동의 레이스에 태운다.

두 남자의 우정 못지않게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생생하게 담아낸 영상은 심장 박동수를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자동차에 카메라를 장착해 무한 속도감을 리얼하게 전달하는가 하면, 현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운드의 엔진음을 따로 제작하고, 자동차가 트랙과 닿는 노면 소리와 진동 등의 효과음을 증폭시켜 열광적 레이스의 흥분을 실감케 했다. 실제 르망 레이스에 참여하는 듯한 리얼리티는 이 영화의 최대 볼거리다.

맷 데이먼은 포드사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 겉으로는 평온하면서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캐롤 셸비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켄 마일스 역을 위해 30kg을 감량한 크리스찬 베일은 특유의 매소드 연기로 강렬한 승부사 기질을 최적으로 열연했다. 두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대결은 영화의 심장이다. 이들은 서서히 감정의 온도를 상승시키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캐롤 셸비는 르망 레이스에서 포르셰를 이겨달라는 포드 회장의 제안을 듣고 코웃음을 치다가 켄 마일스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200~300년이 흘러야 포드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켄 마일스 역시 캐롤 셸비와 의기투합하면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캐롤 셸비가 곡선주로를 유려하게 미끄러지듯 탄다면, 켄 마일스는 직선주로를 과감하게 폭발적으로 달린다.

당신도 이런 친구가 있다면 인생의 페달을 힘껏 밟을 것이다.

[사진 = 디즈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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