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한채진의 가치, 정상일도 김단비도 만족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대 젊은 선수들보다 더 잘 뛴다."

신한은행 베테랑 포워드 한채진(35)이 친정으로 돌아온 첫 시즌에 맹활약한다. 1일 BNK전까지 7경기 평균 39분39초간 12.4점 4.4리바운드 3.9어시스트 2.0스틸이다. 득점은 KDB생명 시절이던 2012-2013시즌(14.9점), 2011-2012시즌(14.1점) 이후 가장 많다. 3점슛 성공률 45.2%는 커리어하이다.

출전시간에 한 번 놀라고, 3점슛 성공률에 두 번 놀란다. 신한은행 정상일 감독은 "채진이를 안 데려왔으면 1승도 못하고 꼴찌 싸움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김단비 의존도가 컸다. 올 시즌 한채진, 김수연, 이경은 등 베테랑들이 공수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절묘하게 메운다.

한채진은 기본적으로 슈팅력이 좋은 선수다. 경험을 많이 쌓으면서 팀 농구를 할 줄 안다. 김단비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무리하지 않고 기브&고 등 간단한 연계플레이로 쉽게 점수를 만드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김단비는 "언니들이 와서 체력적으로 덜 힘들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 시즌에 대표팀에 나가 있느라 채진 언니랑 비 시즌에 맞춰보지 못했는데 정말 편하게 잘 해준다"라고 했다. 그동안 신한은행은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김단비가 무리하게 돌파해 파울을 얻어내거나 터프샷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공격성공률도 높지 않았다. 역습의 빌미를 줬다. 체력적 부담도 컸다.

정 감독은 "단비도 받아 먹을 때도 있어야 체력도 아끼고 쉽게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 역할을 한채진이 해내고 있다. 꼭 어시스트로 기록되지 않더라도, 위크사이드에서 스크린을 통해 빈 공간을 만든 선수에게 패스를 잘 한다. 공격을 매끄럽게 풀어가는 윤활유 역할이다.

시즌 준비를 잘 했다. 정 감독은 "채진이가 작년 비 시즌 OK저축은행에서 운동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철저히 운동을 했다. 지금도 20대 젊은 선수들보다 더 잘 뛴다. 40분씩 뛰게 해서 혹사가 아니냐는 말도 하는데, 미안하다"라고 했다.

한채진은 "몸을 잘 만들었다. 즐겁게 농구를 하려고 한다. OK저축은행 시절에는 후배들에게 이것저것 해주고 싶어서 힘들었다. 지금 BNK도 성장해서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신한은행은 베테랑이 많다 보니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한다. 내가 할 것만 하자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수비다. 자기 공격수를 발로 따라다니는 기동력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팀 디펜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정 감독은 "우리 팀에서 수비 센스가 가장 좋다. 뭘 하나 얘기를 하면, 제일 빨리 움직인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BNK전 막판 드리블러가 스크린을 받고 돌파하다 한채진의 근처로 오자, 한채진은 자신의 공격수를 순간적으로 놔두고 절묘하게 공만 긁어 드리블 리듬을 끊었다. 김단비의 스틸로 이어지는 결정적 원동력이었다. 기록지에 나타나지 않는 수비 센스다. 즉, 한채진은 신한은행의 공수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구심점이다.

정 감독은 "채진이는 프로 의식이 좋은 선수다. 그래도 1달만 있으면 김아름이 돌아온다. 채진이의 출전시간을 조절해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채진.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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