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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놓쳐서 ‘미안해요, 리키’[곽명동의 씨네톡]
19-12-1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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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미안해요, 리키’는 켄 로치 감독의 ‘영국 시스템 비판 2부작’으로 보인다. 전자가 관료주의의 폐해를 다룬다면, 후자는 긱 이코노미(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의 모순을 파헤친다. 관료주의와 긱 이코노미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을 옥죄고, 끝내 벼랑 끝으로 내몬다. 그러나 켄 로치 영화의 주인공들은 쓰러질지언정 무너지지 않는다. 그들은 삶과 가족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평생을 성실하게 목수로 살아가던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는 심장병이 악화되어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정작 고용센터는 ‘노동 적합’ 판정을 내린다. 블레이크는 ‘질병 수당’이 아닌 ‘구직 수당’을 받아야하 하는 상황에 처한다. 취업을 하더라도 심장병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는데도, 관료주의 시스템은 블레이크의 처지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미안해요, 리키’의 리키(크리스 히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실업자가 된 이후 막노동 등의 일을 전전하다 택배회사에 취직한다. 하루 14시간씩 중노동을 하지만, 정작 ‘노동자’는 아니다. 수입은 배달 건당으로 계산되고, 신분은 개인사업자로 등록된다. 차 안에 딸을 태울 수도 없다. 견고한 물류 시스템에 갇힌 리키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2분 안에 택배배송을 마치고 차로 복귀해야 된다. 쉬고 싶어도 대체 기사를 구하지 못하면 벌금을 낸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미안해요, 리키’는 암담하고, 절망적이다. 관료주의와 긱 이코노미는 개선될 여지가 없고, 오히려 더욱 강하게 노동자를 압박한다. 시스템은 노동자의 건강에 관심이 없다. 심장병을 앓고 있어도,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돈을 벌려면 나가서 일하라’고 다그친다.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면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하라는 것이 신자유주의 시대의 살벌한 풍경이다.

그러나 켄 로치 감독은 희망이 없는 현실에서도 인간의 따뜻한 온기를 품어낸다. 블레이크는 자신이 힘든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안타까운 상황에 내몰린 싱글맘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를 도와준다. 리키는 온 몸이 망신창이가 됐지만, 자신의 삶과 가족을 위해 또 다시 핸들을 잡는다. 켄 로치 감독은 희망이 없더라도 온 몸으로 밀고나가는 노동자의 삶을 뭉클하게 그려낸다. 그의 영화엔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공존한다.

‘미안해요, 리키’의 원제는 ‘쏘리 위 미스드 유(Sorry We Missed You)’이다. 영국에서 택배 수신자가 부재중일 때 남기는 쪽지 속 표현이다. 직역하면 “죄송합니다. 우리가 당신을 놓쳤네요”라는 뜻이다. 켄 로치 감독은 사회가 과연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가슴 아프게 묻는다. 이 영화는 단지 영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원제는 이렇게 고칠 수 있다.

“죄송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다니엘 블레이크와 리키를 놓쳤네요.”

[사진 = 영화사 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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