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맨’ 신부님, 문을 닫지 말아주세요[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평생 ‘폭력과 희생, 그리고 구원’을 테마로 영화를 만들었다. 가톨릭 신부의 길을 포기하고 메가폰을 잡은 그는 영화를 통해 폭력으로 점철된 미국과 뉴욕의 역사를 다뤘고, 그 속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탐욕을 일삼으며, 배신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들의 뒷모습을 쓸쓸하게 응시했다. 그들에게도 과연 구원이 있을까. 그토록 유혈이 낭자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구원 받기를 원할까.

‘아이리시맨’은 찰스 브랜튼의 논픽션 ‘아이 허드 유 페인트 하우시즈(I Heard You Paint Houses)’를 원작으로, ‘갱스 오브 뉴욕’의 스티브 자일리안이 각색한 작품이다. 이 책은 살인청부업자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이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와 함께 케네디 대통령의 ‘피그스만 침공’, 막강 권력의 전미트럭기사 노조위원장 지미 호파(알 파치노) 실종사건 등 미국의 굵직한 사건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의 진술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그의 삶을 통해 폭력으로 얼룩진 미국 역사와 각종 불법과 살인으로 권력을 쥐고 흔들었던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있다. 프랭크 시런은 2차대전부터 수십년간 수많은 사람을 살해했다. 개인적 차원이든, 조직의 명령이든 그는 닥치는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토록 차가운 킬러도, 집에서는 따뜻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딸은 아버지의 범죄행각을 알고 있었다.

폭력과 구원의 문제를 다뤘던 ‘택시 운전사’ ‘비열한 거리’ ‘갱스 오브 뉴욕’ ‘좋은 친구들’ 등과 달리, ‘아이리시맨’은 세월의 덧없음도 담아냈다. 이 영화에서 ‘시간’은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외신 인터뷰에서 “‘아이리시맨’의 본질은 시간과 유한성”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늙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프랭크 시런의 회고로 시작한다.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 뒤에 그는 딸에게도 버림받은 노년의 쓸쓸함과 무력함 앞에서 고개를 떨군다.

프랭크 시런은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신부를 찾아간다. 그는 구원 받기를 원했다. 먹고 살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고, 그 덕분에 가족을 지켰으며, 끝까지 조직의 명령에 충실했던 자신이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신부가 병원 문을 닫고 나가려하자, 그는 신부에게 부탁한다. “신부님, 문을 닫지 말아주세요.”

반쯤 열린 문 틈 사이로, 프랭크 시런의 영혼은 세월에 휩쓸려 저 멀리 어둠의 심연 속으로 사라졌다.

[사진 = 넷플릭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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