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이희준 "배우라는 직업, 살얼음판 걷는 불안감에도…연기 자체 즐거워"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이희준이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인생 캐릭터를 경신, 관객들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이희준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22일 '남산의 부장들' 개봉을 앞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희준은 촉망받는 권력 2인자 곽상천 경호실장 역할로 변신,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는 캐릭터를 위해 몸무게 25kg을 증량하는 열정을 쏟기도 했다. 특히 김규평 역의 이병헌과 날선 대립 구도를 형성, 강렬한 케미를 보여줬다.

이날 이희준은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듯한, 우민호 감독님의 흔들림 없이 차갑게 연출하려는 의도가 잘 나타나 소름이 끼칠 정도로 좋았다. 감독님이 정말 애쓰셨구나, 힘드셨겠구나 싶었다"라고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선 "'내가 이 선배님들과 같이 출연한다고?' 신남과 흥분이 있었다"라고 표현했다.

명장면을 묻는 말에 "이병헌 선배님의 클로즈업 신이 많이 나오는데 정말 좋았다"라며 "담뱃갑을 꾸기는 신도 무척 좋더라"라고 감탄을 보냈다.

이어 "시사회 이후 '남산의 부장들' 조감독 친구랑 커피 한 잔을 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 이병헌 선배님은 그 오랜 경력과 본능적인 감각으로 적당한 시간에 사람들이 보기 좋은 연기를 하는 방법을 정말 잘 알고 있다고. 그것도 가짜가 아닌 진심으로 말이다. 저 역시 정말로 그렇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희준은 "정말 선배님은 본능적인 감각이 대단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남산의 부장들'을 찍으면서 좋은 선배님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준비하는지 많이 보게 됐다. 진짜 계속 자료들을 찾아보시고, 걸음걸이, 목소리 톤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시더라. 진짜 깜짝 놀랐다. 마치 진검승부하는 명무사들이 모여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사이에서 저는 검이 아니라 통나무를 들고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시사회 때 보는데 결말을 알면서도 '왜 이렇게 긴장이 되지?' 싶더라. 선배님들이 연기로 공기를 만드셨더라. 되게 감탄했다"라고 경외감을 드러냈다.

권력의 비밀을 알고 있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으로 분한 곽도원에 대해 "기존 배우와 차별화되는 연기를 하시더라. 이병헌 선배님도 놀라셨을 만큼 정말 대단한 선배님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희준 역시 치열한 고민과 노력 끝에 실존 인물 차지철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낸 바. 그는 "'남산의 부장들' 캐스팅 당시 대본이 긴장감 넘쳐서 재밌겠다 했는데, 그건 잠깐이었다"라며 "곽상천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끊임없이 되물었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만약 그 인물이 내 앞에 앉아 있다면 '너는 1인자가 되고 싶지 않아?'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릴까 상상하면서 역할을 구축해나갔다. '각하가 국가'라고 하는 사람 아니냐. 도대체 어떻게 자랐길래 왜 그렇게 믿는지, 어떤 신념을 갖고 있고 무엇을 믿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들을 마지막까지 곱씹었다. 제 대본을 보면 그냥 소리 지르는 것 밖에 없다. 그래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곽상천은 '내가 정말 각하를 위하는 것이라서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건데 너는 왜 안 하니?'라는 생각에 진심으로 김규평을 안타까워해서 자극하는 것이라고 봤다. 저만 너무 단순하게 연기한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이 극에선 곽상천이 각하를 100% 신뢰하고 의뭉스럽지 않게 가는 게 맞는 역할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남다른 소회를 전하기도. 이희준은 "시나리오만 봤을 땐 실제 일상에서 곽상천 같이 자기 신념에 어긋나면 '너희들은 틀렸다'고 확고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근처에도 안 갈 거라고 생각했다. 자기 기준으로만 판단하는 사람하고는 대화도 섞고 싶지 않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졌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라는 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배우를 하면 이런 지점이 좋은 것 같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넓어진다"라며 "한 인물의 삶을 잠깐이나마 현미경을 대고 볼 수 있는 시간들, 그 덕에 내 삶을 반추하게 된다. 물론, 배우라는 직업이 항상 평가받는다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불안감이 있지만 그 외에 얻는 게 크다"라고 밝혔다.

역할을 위해 몸무게 25kg을 증량한 것에 대해선 "신체적인 가면을 쓰는 재미를 맛봤다. 제가 원래 멋진 몸매는 아니더라도 배우로서 일정 몸무게를 유지하려는 긴장감을 늘 품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대본을 봐도 살이 찌는 게 좋을 것 같더라. 곽상천의 대사들을 보면서 덩어리감이 있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막상 배가 나온다고 생각하니 심리적인 거부감이 들어 스스로 허락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괜찮아, 쪄도 돼' '(배가) 나와도 돼'라고 말이다"라고 털어놨다.

촬영이 끝난 뒤 불과 3개월 만에 살을 쏙 뺀 이희준이다. 그는 "'배우니까 빼야죠'라고 말하고 싶은데, (다이어트가) 정말 힘들었다. 살을 찌게 도와준 코치가 건강하게 빼려면 3개월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 기간 동안 열심히 운동했다. 의지가 흐려질까 봐 일부러 잡지 화보 촬영도 잡고, 보름을 남겨뒀을 때 헬스장 바로 앞에 고시원에 들어가서 하루 네 번씩 방문해 운동했다"라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이희준은 "대구에서 연극을 하겠다고 30만 원을 들고 처음 서울로 상경했을 때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딱 20년 뒤에 자발적으로 고시원에 들어가서 감회가 새로웠다"라며 "지난 20년 세월이 필름처럼 지나면서 많은 걸 느꼈다. 그간 만난 동료, 선생님 등 고마운 분들이 떠오르더라. 이 중에 한 명만 빠져도 지금 내 인생은 달라졌을 거란 생각에 정말 감사하다 싶었다. 결국 고구마와 닭가슴살을 먹다가 눈물이 터졌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늘 불안하고 그렇지만 연기를 하는 순간 자체가 너무 재밌다. 이희준이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곽상천이 되어 이 캐릭터가 김규평을 어떻게 쳐다보고 이해하는 과정들, 그런 모든 고민이 무척 재밌는 작업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사진 = 쇼박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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