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축제이야기 58] 함양 천령 문화제, 맞춤 비타민 Green 축제

치유와 힐링의 고장 함양

함양은 예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이름이 높았다. 문향(文香)과 묵향(墨香)이 고을을 감싸고 있어 경상북도 안동과 쌍벽을 이뤘다. ‘좌 안동 우 함양’이라는 명성은 함양 땅을 밟아보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덕유산, 지리산 등 명산으로 둘러싸인 함양은 ‘빛이 가득한 고장’이란 뜻이다. 조선 시대 팔도 지리책 택리지를 쓴 이중환은 함양을 ‘산수굴(山水窟)’이라고 블렀다. 산수굴(山水窟)은 ‘산이 높아 물이 많은 골짜기가 여럿 있다’는 의미. 높은 산이 많고 깊은 골짜기가 여럿 있으면서도 빛이 가득한 함양은 ‘비타민G가 꽉차 있는 대표적인 힐링의 고장이다.

경상남도 함양군이 품고 있는 모든 자연이 비타민G, Green 보물창고이지만 특히 상림공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품 비타민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함양 상림공원은 한민족 역사상 최초의 한류스타라고 할 수 있는 신라 시대 최치원 선생이 조성했다. 함양군의 옛 이름은 천령군이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 태수로 부임해 애민정신을 곳곳에 실현했는데 상림공원이 애민정신의 집합체가 아닐까 싶다. 천연기념물 제154호인 상림공원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인공림으로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하다. 행사기획 연출가, 지역축제 총감독이 업인 필자는 함양을 들를 때마다 ’상림공원‘을 콘텐츠로 공원축제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함양 역사문화를 품은 ’천령문화제‘

경상남도 함양군에서는 매년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열린다. 천황 축제, 벚꽃축제, 연암 문화제, 군민체육 대회, 농촌 마을 축제, 함양 고종시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열리고 있다. 곶감 축제, 함양 선비 문화 축제, 천령 문화제가 관광객을 맞고 있는 걸 보면 서춘수 함양군수를 필두로 함양 주민 모두가 함양 알리기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함양군에서 개최되는 모든 축제와 문화제가 가치 있고 의미가 있는데 함양군의 옛 이름을 되살려 만든 <천령 문화제>는 함양 역사문화를 도드라지게 만드는 참 좋은 축제다.

천령 문화제는 최치원 선생의 애민정신과 치산치수의 유업을 추모하고 선현의 품격 높은 지와 덕을 계승 발전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축제로 아쉽게도 명칭이 여러 번 바뀌었다. 지난 1962년 첫 출발을 한 천령문화제는 신라시대부터 사용하던 함양군의 옛 지명 ’천령군‘에서 따온 이름이다. 옛 지명을 딴 천령문화제로 24회까지 진행되다가 1986년 ‘천령제’로 변경되어 1992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1999년 제38회 때부터 ‘천령문화제’로 명칭 복원되었는데 이 명칭도 얼마 지나지 않아 2003년 ‘함양물레방아축제’로, 2009년에는 ‘함양물레방아골축제’로 바뀌었다가 지난해 다시 원래의 명칭인 천령문화제로 복원됐다.

이렇게 축제 이름이 여러번 변경 된 것을 보고, 이 축제 명칭에 함양군이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 여실히 짐작이 갔다. 사실 이렇게 축제의 명칭이 자주 바뀌면 외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은 물론이고 지역주민에게 혼선을 주기 쉽다. 축제 이름이 자주 바뀌다 보면 기억하기도 어렵고 축제 콘텐츠 만들기도 까다롭다.

제58회 천령문화제 의미 있는 출발

함양물레방아축제에서 천령문화제로 명칭을 바꾼 후, 지난해 9월 천령문화제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천령문화제 위원회 사무실을 열었다. 9월26일 사무실 현판식에는 서춘수 함양군수와 경남 함양 천령문화제 위원회 정순행 위원장, 강정수 사무국장을 비롯 함양 유지와 군민이 30여명이 참여했다. 당시 서춘수 군수는 “마지막까지 열심히 준비해 군민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천령문화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역축제를 하다 보면 돌발적인 변수가 수시로 발생한다. 무대. 음향. 조명 등등 무수히 많은 스텝이 축제관계자를 찾고, 현지 주민과 관광객 역시 수시로 축제와 관련해 많은 문의 한다. 이때 담당 공무원이 일일이 응대하기엔 일손도 부족할뿐더러 정보 전달도 정확히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엇박자가 나기 마련인데 축제 사무국이 설치되면 이런 문제들이 깔끔히 해결되는 잇점이 있다. 또 축제 콘텐츠와 관련한 논의도 심도 있게 할 수 있어 축제 사무국은 꼭 필요한 공간이다. 지난해 천령문화제 위원회 사무실 현판식 소식을 듣고 <제 58회 천령문화제>의 성공을 확실히 예감했다.

태풍 미탁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성공

함양군의 대표 종합문화축제로 거듭난 ‘제58회 천령문화제’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당초 10월 2일부터 열리기도 예정됐던 천령문화제는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일정이 대폭 축소되었다. 지난해 가을 축제는 태풍 미탁의 영향을 참 많이 받았다. 필자도 귀주대첩 1,000주년 2019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으로 뛰었는데 태풍 미탁 때문에 마음고생. 몸 고생이 심했다. 지역축제라는 개 준비한 시간과 예산이 많이 소요되다 보니 날씨에 모든 촉각이 곤두선다. 함양 천령문화제는 태풍 미탁이 지나간 직후 바로 열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정순행 위원장은 축제 개막 전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명칭이 복원된 이후 처음 맞는 천령문화제로 함양군만이 가진 다양한 전통문화 유산을 선보일 것이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태풍 미탁이 훼방을 놓긴했지만 잘 마무리되어 보는 사람 마음도 흡족했다.

지난 해 제 58회 천령문화제 슬로건은 '천령의 꿈! 상림의 향기!'였다. 상림공원 일원에서 이 주제에 맞는 콘텐츠가 다양하게 구현되었고 먹 향기 듬뿍 머금은 함양의 풍류가 그런대로 잘 녹아들었다. 또 상림공원 일원의 아름다운 풍광이 축제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물레방아골축제에서 천령문화제로 명칭이 복원되고 산삼 축제와 분리해 열린 첫해로 공연과 경연· 체험·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종합예술제전 다운 면모를 보였다.

서춘수 함양군수를 필두로 함양 천령문화제 위원회 정순행 위원장, 강정수 사무국장, 그리고 관련 담당자들이 함양의 정서와 역사문화를 담아내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군민 화합 소통에 성공, 그러나 아쉬운 2% 부족한 콘텐츠

제58회 함양 천령문화제는 군민 화합·소통의 종합예술제전답게 실속이 있었다. 특히 명칭이 복원된 후 처음 진행된 축제였던 만큼 서춘수 함양군수, 황태진 군의회의장,정순행 축제위원장, 강정수 사무국장이 심혈을 기울여 군민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령문화제가 성료 된 후 함양군은 지난 해 세밑인 12월 5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평가 보고회를 열었다.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천령문화제가 열렸던 3일간 4만2,000여명이 축제장을 방문한 것으로 나왔다. 이중 외래 방문객이 70.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외부 관광객 유입 효과는 뚜렷했다고 본다. 또 방문객들 조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를 보면 축제 진행 전반과 편의시설, 안내요원 친절, 개최 시기의 적절성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또 세부적인 콘텐츠 면에서도 전통문화 복원에 힘을 썼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국악관현악단과 함양 들소리 전수자 협연>은 신의 한수였다고 본다. 함양 들소리는 함양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여성 노동요로 힘찬 기운과 여성의 애환이 담겨 있는 소중한 무형유산이다. 제58회 천령문화제에서 <함양 들소리>를 주요 콘텐츠로 부각한 점은 축제 위원회의 안목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전통 시조창 공연을 비롯해 읍면 노래교실 발표회, 풍물경연대회, 초·중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연극공연, 천령역사 퀴즈대회는 이번 축제에서 꼭 필요한 콘텐츠였다. 그리고 양파담기 체험 등도 함양의 특색을 살려낸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개·폐막식 무대에 초청 가수들이 많이 올라갔다는 점은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혔다. 가수 초청은 지역축제에 활기와 재미를 불어넣는 묘책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제58회 천령문화제에서 유난히 이 점을 짚고 넘어가는 이유가 있다. 축제 기간 3일 내내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갔기 때문이다. 초청가수를 개막식이나 폐막식 때 한 번만 집중하고 아마츄어 가수들을 무대에 올렸더라면 신선한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축제 프로그램을 배치할 때는 반드시 선택과 집중의 묘가 필요하다. 힘을 뺄 때는 빼고, 힘을 줘야 할 때는 과감하게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의 맥락 모두가 지루해져 별별 볼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축제장에 참여했던 관객들 마음에도 남는 게 없다.

지리산 1번지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함양

경상남도 함양군은 축복받은 땅이다. 칼럼 첫머리에서 언급한 상림공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정자들이 많아 정자의 고장으로 불리는 것도 함양의 명예다. 또 지곡면 개평리에는 ‘좌안동 우함양’의 명성을 낳게 만든 ‘정여택 고택’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함양군은 지리산과 덕유산 등 명산으로 둘러싸여 발길 닿은 곳이 모두 절경이다. 또 지리산 1번지 청정자연에서 자란 천혜의 특산물이 발길을 붙잡는다. 중국의 진시황이 불로초(산삼)를 구하러 서복을 보낸 곳이 바로 함양군 마천면 서암동이라고 하지 않는가? 서복이 중국에서 배를 타고 남해에 당도해 구례 서시천과 지리산(방잔산)을 거쳐 함양으로 들어 왔다는 전설이 있다. 이렇게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이름을 떨치고 있는 함양군이 올해 59회 천령문화제는 어떤 콘텐츠로 채워 관람객을 유혹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최근 들어 지역 축제를 보고 귀농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천령문화제가 함양군을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고장으로 각인시켜 놓을 것이라 필자는 굳게 믿고 있다.

필자 소개

사단법인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

대규모 행사기획 연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1,000주년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 外 다수 역임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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