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형 아니면 8번 양보 안했죠" 김용의의 진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정)근우 형이 아니었으면 등번호를 양보할 일은 없었죠"

LG는 지난 해 2차드래프트에서 국가대표 2루수로 이름을 날리던 정근우(38)를 전격 지명, 화제의 중심에 섰다.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정근우는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등번호 8번을 새기는데 성공했는데 이는 김용의(35)의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용의는 정근우가 LG에 온다는 소식에 "형님이 8번을 원하면 내가 다른 번호를 달겠다"고 양보할 의사를 보이면서 정근우는 LG에서도 8번을 달 수 있게 됐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용의는 "(정)근우 형이 SK 신인 시절부터 등번호를 바꾼 적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대학 시절부터 좋아했던 형이다. 근우 형이 아니었으면 번호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근우와 김용의는 고려대 선후배 사이다. 김용의는 대학 시절 선배 정근우의 플레이를 보며 '야구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느꼈다고 한다.

"내가 야구를 하는데 있어서 영향력을 준 사람이다. 근우 형은 대학 시절에도 악바리처럼 이 악물고 뛰었다. 근성이 있었다. 나는 1학년이었는데 근우 형의 모습을 보고 '야구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라고 느끼면서 배울 수 있었다"는 김용의. 그 역시 빠른 발과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를 무기로 삼는 선수인 만큼 정근우를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형에게 등번호를 양보하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다"는 김용의의 말은 '100% 진심'이 담겨있다.

김용의가 흔쾌히 등번호를 양보하자 정근우는 고가의 선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근우의 아내도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할 정도로 정근우 가족에게 '8번'은 등번호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김용의는 명품 지갑을 선물로 받았는데 지갑 안에는 5만원권 지폐 2장이 들어있었다. 앞으로 계속 '복'이 들어오라는 의미였다.

정근우에게 등번호 8번을 양보한 김용의는 이제 등번호 5번을 달고 새 출발한다. 김용의의 이름을 알렸던 2013년에 함께한 번호라 좋은 기억으로 가득하다. "김기태 감독님 계셨을 때 달았던 번호다. 당시 우리 팀이 정규시즌 2위를 했다"는 김용의는 "작년에는 4위를 했으니 더 올라가자는 의미도 있다. 올해는 한국시리즈에 가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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