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심은 KT 이강철 감독 “신생팀, 이제 변명 안 된다”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KT에겐 창단 후 최고의 성적을 거둔 2019시즌만큼이나 2020시즌이 중요하다. 일시적인 성장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 역시 “이제 신생팀이라는 건 변명이 안 된다”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2015시즌 1군 무대에 진입한 KT 위즈에게 2019시즌은 창단 후 가장 화려한 시즌이었다. 비록 목표로 내걸었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NC 다이노스와 시즌 막판까지 5위 경쟁을 펼치는 등 마침내 패배의식을 떨쳐내며 약팀 이미지를 씻었다. 창단 후 처음으로 5할 승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승률이나 성적을 떠나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고, 연봉도 많이 올라 2020시즌에 대한 동기부여도 충분할 것이다. 순위싸움을 처음으로 펼치다 보니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한 번 경험을 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접전에 대처하는 자세도 올 시즌에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어 “지난 시즌 내걸었던 목표가 허무맹랑하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근접한 성적을 남겼다. 경기를 이기는 DNA가 조금씩 쌓인 것 같다. 나나 단장님이 현역시절 많이 이기는 팀에 있었는데, DNA를 조금이나마 심어주지 않았나 싶다(웃음). 스프링캠프에 앞서 선수단과 대화를 했는데 작년과 비교해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올해가 중요하다. 올 시즌도 잘 치르면 어느 정도 레벨이 올라서는, 항상 꼴찌권에 있는 팀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제 신생팀이라는 건 변명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강철 감독은 신임 감독으로 취임한 지난 시즌에 밝은 더그아웃 분위기를 유지하는 한편, 선수단과의 소통을 중시했다. 선수들에게도 고르게 기회를 주며 선의의 경쟁 체제를 통한 레벨-업을 이끌었다.

올 시즌 역시 이강철 감독의 기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일관성 있게 팀을 이끌 계획이다. 야구를 직접 하는 건 선수들이지만, 내가 바뀌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거나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게 이강철 감독의 설명이다.

물론 트렌드에 대한 대처도 중요하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의 레벨이 오른 만큼, 이에 맞춰 작전이나 선수 기용에 있어 변화가 있을 순 있다. 또한 현대야구는 과학, 통계 야구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준비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29일 스프링캠프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이강철 감독은 예년에 비해 마운드 구상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한 시즌을 치르며 마운드의 분업화가 이뤄졌고, 신인 소형준도 가세해 마운드 구상은 이미 밑그림이 완성됐다.

KT는 신입 외국인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2년차 윌리엄 쿠에바스, 지난 시즌 성장세를 보인 배제성과 김민으로 1~4선발을 구성했다. 이어 신인 소형준이 5선발을 맡는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6~7선발, 롱릴리프 역할은 박세진과 손동현이 소화할 계획이다.

마무리투수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대은이다. 김재윤은 이대은에 앞서 승부처에 투입하는 카드다. “(김)재윤이는 중요한 시점이라 판단되면 6회에 투입할 수도 있다. 마무리 같은 중간계투”라는 게 이강철 감독의 설명이다.

하지만 1루수 운영에 대해선 더 고심해야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명확한 답을 얻어야 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이강철 감독은 1루수 경쟁에 대해 “다른 후보가 없다. 일단 3명이 지난 시즌과 똑같이 해줘야 한다. 지난 시즌에는 (오)태곤이에게 많은 기회를 줬고, (문)상철이도 좋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에 돌입하기 전까진 얘기하기 조심스럽다. (박)승욱이는 2루수와 1루수를 겸비하는 역할을 준비시킬 것이다. 일단 태곤이, 상철이가 경쟁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강철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