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장인’ KGC가 선보인 야심작 “한 번만 입는 게 아쉽다”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구정이었던 지난 25일. 안양 KGC인삼공사는 홈 팬들에게 극적인 역전승과 더불어 색다른 추억을 선사했다. KBL 최초로 제작한 시티 에디션을 선보였고, 팬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KGC인삼공사는 2011-2012시즌부터 유니폼을 활용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겨울 스포츠 최초로 크리스마스 유니폼을 선보였고, 2012년을 맞아 신년 유니폼도 제작했다. 신선한 마케팅, 개성 넘치는 선수들에 호성적까지 더해져 당시 KGC인삼공사가 누린 시너지 효과는 상당했다.

특히 크리스마스 유니폼은 올 시즌까지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 KGC인삼공사만의 전통이다. 창단 30주년이었던 2007-2008시즌을 기점으로 매 시즌 실업농구 시절 유니폼을 활용한 ‘클래식데이’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 삼성과 더불어 유니폼을 활용한 마케팅에 있어 선구자 역할을 한 셈이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 기업의 주력상품이 농구를 좋아하는 10~20대에게 어필하기엔 쉽지 않았다. 젊은 층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했고, 농구 팬들에게 가장 큰 이벤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크리스마스였다. 마침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유니폼을 선보인 시즌에 첫 우승도 달성했다. 이후 용품업체들의 후원도 이뤄져 현재까지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KGC인삼공사는 2020년 구정을 맞아 KBL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시티 에디션도 선보였다. 인천 전자랜드와의 홈경기를 맞아 ‘Smart City’라는 단어가 새겨진 유니폼을 제작한 것. 연고지의 비전슬로건 ‘시민과 함께 하는 스마트 행복 도시 안양’에서 착안한 유니폼이었다. 용품후원업체의 로고가 들어갈 자리에 연고지인 안양시 로고가 새겨진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구정에 기념할 수 있는 유니폼 작업을 진행해왔다. 당초 설날을 감안해 한복 디자인의 유니폼도 아이디어로 나왔지만, 연고지를 표현하는 시티 에디션이 최종적으로 낙점됐다. NBA에서도 각 팀들이 개성 넘치는 시티 에디션을 선보여 팬들의 눈길을 끈 바 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구정이지만, 홈 팬들에겐 한복보다 시의 의미를 담은 디자인이 나을 것 같았다. 최초 디자인은 짙은 색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흰색인 안양시 로고가 묻히게 돼 흰색을 기반으로 디자인했다. 그래서 전자랜드에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어달라는 요청을 드렸고, 이에 응해준 전자랜드 측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상업성보다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에 의미를 담은 유니폼이었던 만큼, KGC인삼공사는 소량의 유니폼(어센틱)만 제작해 구정에 체육관을 찾은 팬들에게 시티 에디션을 판매했다. 약 80벌 제작된 시티 에디션은 당일 90% 이상의 판매율을 기록하는 등 홈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선수단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전성현은 시티 에디션에 대해 “훈련 끝난 후 받았는데 너무 예쁘더라. 씻기 전 유니폼부터 입어봤을 정도다. 공식경기에서 한 번만 입는 게 아쉬울 정도로 디자인이 잘 나온 것 같다. 선수단의 공통된 반응이었다”라고 전했다.

KGC인삼공사는 프랜차이즈를 강조한 시티 에디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자사 광고를 상의 앞면이 아닌 뒷면, 하의에 새겼다. 프로농구단의 유니폼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과 금전적인 부분 등을 감안하면, 시티 에디션을 계속해서 선보이는 데에 위험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여지는 남아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티 에디션을 한 번 더 선보이는 것에 대해 용품 후원업체와 논의는 하고 있다. 안양시 차원에서 요청이 들어오거나 시민들의 여론이 형성된다면, 또 시티 에디션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KGC인삼공사는 선수들이 착용했던 시티 에디션을 액자에 담아 도서관, 학교 등 안양시 공공기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KGC인삼공사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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