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축제이야기 59] 겨울 축제 유야무야, 새로운 콘텐츠 개발 절실

사라진 한파(寒波) 쓰러진 동장군(冬將軍)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지만 올겨울 날씨가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절기가 입동으로 접어들면 겨울을 묘사하는 단어와 속담도 연일 입에 오르내리곤 했는데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소한(小寒) 집에 놀러 왔던 대한(大寒)이 얼어 죽었다”는 속담도, 매서운 추위를 일컫는 동장군(冬將軍)이라는 말도 올해는 들리지 않는다. 눈밭에 뛰어놀다가 목이 마르면 고드름을 따서 먹었던 풍경은 이제 빛바랜 사진첩에서나 볼 수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 계절이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봄.가을이 실종되고 여름엔 폭염이 겨울 한파가 몰아칠 걸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 “추위가 실종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제주도에서는 반 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고 제주 한라산과 강원도 산간 지역을 제외하면 눈 소식을 들어 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겨울 추위가 실종되면서 생겨나는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산업 전반에 걸쳐 타격을 입고 있지만 제일 직격탄을 맞은 곳은 겨울 축제를 준비해온 지자체들이 아닐까싶다.

겨울 축제 주요무대는 꽁꽁 얼어붙은 강과 호수다. 얼음이 된 강과 호수는 그 자체가 즐길거리다. 그런데 따뜻한 겨울 날씨로 강과 호수가 얼지 않고 있다. 설사 얼었다고 해도 얼음 강도가 높지 않아 위험천만하다. 그러다 보니 겨울 축제가 연기되고 개막했다가도 얼음이 녹아 중단하는 지경이다. 이런 사태가 거듭되다 보니 준비한 프로그램도 대폭 줄고 축제에 탄력이 붙지 않아 하나 마나 한 축제가 되고 있다.

‘겨울 축제 메카’ 강원도의 현실

강원도는 겨울 축제의 메카다. 겨울이면 축제와 스키장을 찾는 이들 때문에 강원도로 이어지는 도로가 주차장이 되곤 하는데 올해는 사정이 좀 여의치가 않다. 스키장을 찾는 사람도 대폭 줄고 축제장은 더 말한 것도 없이 초라하다. ‘겨울 축제 메카’라는 명성이 무색해져 가는 강원도는 올 1월 초 내린 비로 큰 타격을 맞았다. 때 아닌 겨울비로 축제장 얼음 강도가 약해서 개막이 연기되거나 체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곳이 태반이었다. 강원지역 겨울 축제 중 가장 먼저 시작한 ‘평창송어축제’는 개막일 한차례 연기해서 지난 해 12월28일 개장을 했지만 올 1월 6일 겨울비가 내리는 바람에 결국 10일엔 체험행사장을 철거하고 잠정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7일 만에 다시 개장해서 다음달 초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예측 불가능한 상태. 축제관계자는 물론이고 평창군민 또한 불안하기만 하다.

강원도 대표 겨울 축제인 ‘홍천강 꽁꽁축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8회째 맞는 ‘홍천강 꽁꽁축제’는 1월 3일 개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 정취를 느낄 수 없어 한차례 연기해 지난 10일 개막했다. 하지만 난관은 이어졌다. 개막을 앞두고 또다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60mm가 넘는 겨울비가 내리는 바람에 얼음 낚시터, 얼음축구장, 눈썰매장, 얼음썰매장 등이 모두 유실돼 얼음 위에서의 체험은 모두 없애고 실내와 육지행사만 남겨두었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얼음 낚시터가 열리지 못해 어려움이 예상됐다. 하지만 응급대처를 나름 잘해서 그런대로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얼음 축제에 부교(浮橋) 낚시터 등장

겨울 축제에서 <얼음>과 <눈>은 흥행수표다.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꽁꽁 언 얼음과 눈을 만끽하기 위해서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축제장을 찾는데 얼음이 없다면 그야말로 ‘앙꼬없는 찐빵’이다. 홍천강 꽁꽁 축제에서 얼음낚시터가 사라지니 축제장으로 향하던 차들이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고, 평창군과 축제위원회는 부랴부랴 지난 18일부터 부교(浮橋)를 띄웠다. 부교는 말 그대로 물 위에 뜨는 인공다리다. 부교 낚시터는 낚시 구멍이 뚫린 인공 시설물을 강물에 띄워 낚싯대를 드리워 송어를 잡는 이색낚시 체험공간. 야외에 부교 낚시터와 가족 낚시터를 추가로 조성한 덕분에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홍천 꽁꽁 축제에 등장한 이 부교(浮橋) 낚시터를 두고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겨울 축제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는데 필자 김종원 생각은 다르다. 인공적으로 만든 다리를 강물 위에 띄워놓고 낚시체험을 하는 축제는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나 물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실내 낚시터와 다를 바 없으니 식상할 수밖에 없다. 날씨에만 의존하는 축제에서 탈피하려면 근본적인 대안과 수술이 필요하다.

서둘러 막 내린 인제 빙어축제

올해 이상고온 속에도 무난하게 겨울 축제 명성을 이어간 건 ‘제20회 인제빙어축제’다. 지난 7일까지만 해도 18일 개막식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인제군 문화재단 관계자는 “빙어호 얼음이 모두 녹아 행사축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날씨 상황을 지켜본 뒤 프로그램 운영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낚시터 규모를 줄이고 육지행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정상적으로 18일 개막을 했지만 다음 달 2일까지 진행하기로 예정됐던 축제는 27일 막을 내렸다. 축제 기간 동안에 약 17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돼 체면은 세운 셈이지만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인제군 문화재단은 설 연휴 기간 기온이 평년에 비해 높아 빙어호 결빙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결국 관광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한 안전상의 이유로 당초 2월 2일까지는 개최하기로 했던 것을 취소하고 27일 축제 종료를 했다. 최상기 인제군수는 “내년에는 빙어호에 물막이 보를 설치해 안정적으로 빙어호가 결빙 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 완성도 높은 축제로 발전시키는 한편, 빙어호 일원을 4계절 축제장으로 조성해 계절별로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 질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 나갈 계획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상기 인제 군수가 말했듯 이제 강원도에서도 겨울 축제 대신 사계절 축제를 고려해봐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화천 산천어 축제 개막은 했지만. 하루만에 축제 잠정 중단결정

대한민국 대표 겨울축제로 불리는 화천 산천어 축제가 27일 개막식을 거행했다. 허나 따뜻한 겨울 날씨로 개장을 두 차례나 연기한 끝에 간신히 열린 2020 화천 산천어 축제는 개막한지 하루만에 안정상의 문제로 잠정 중단결정되었다

슬로건은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인 산천어축제는 지역 준비단의 노하우로 눈이오지않더라도 얼음을 얼릴 기술이 있다고 자부한 지차체였다. 허나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수 있는 신의 한수는 없었던 듯 하다. 다음 달 16일까지 예정된 화천 산천어 축제 현장은 축구장 26개 크기다. 갖가지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축제 현장의 얼음 두께는 20cm 이상으로 안전하다고 하는데 날씨의 변수는 인간이 넘을수 없는 산이었다.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얼음 두께 20cm 이상을 유지할수 있다는 그 자부심도 있었지만 만약 가능했다면 그 유지비용에는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까를 생각하면 계산이 안 나온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체류 관광객 유치’와 ‘안전한 축제’에 중점을 두었다며 축제 성공을 다짐했지만 자연의 순리는 어쩔수 없는일인 듯 하다. 27일 오전 6시 개장과 동시에 현장 낚시터와 예약 낚시터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허나 하루만에 얼음낚시는 전면취소되고 수상낚시로 전환하다보니 얼음낚시의 묘미를 기다리던 관광객들의 불만의 원성은 하늘높은줄 모르고 오르고 있고 추후 일정은 재공지한다는 이야기지만 실지적으로 축제는 취소된 것이다.

그간 안전을 위해 예년에 비해 두배 넓은 간격으로 뚫어놓은 얼음 구멍 위로 산천어가 올라올 때마다 관광객들의 즐거운 비명이 쏟아졌는데 관광객의 환호는 산천어의 비명이 아닐까 싶다. 매년 큰 인기를 끄는 산천어 맨손 잡기 체험장에도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원형의 대형 풀에 뛰어들어 산천어 잡기에 여념이 없는데 이 상황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화천 산천어 축제의 진짜 이름은 '화천 산천어 학대 축제'라고 비아냥 거린다. 축구장 26개의 얼음 벌판에 수천 개의 구멍이 뚫고 산천어를 잡는데 이 산천어들은 축제 전까지 수일간 굶은 상태다. 미끼가 보이면 덥석 물 수 밖에 없다. 약 80만 마리의 산천어들은 도망가지 못하도록 쳐놓은 테두리 속에 갇혔다가 잡혀 죽는다. 오로지 인간의 오락을 수십만의 생명이 단 몇 주 안에 죽어 나간다.

특히 산천어 축제가 더 걱정스러운 것은 어린이들 때문이다. 산천어축제는 가족단위 참가자가 많다.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으면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폭력과 학대다. 고통을 느끼는 산천어를 입에 물고 자랑스럽게 기념사진 찍는 등 아이들 앞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짓들을 스스럼없이 한다. 축제의 목적은 오락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축제장을 찾는 이유는 선조들의 전통과 문화를 배우고 이를 통해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7년 서울대 수의과대학 천명선 교수팀이 발표한 '전국 86개 동물축제 동원 동물 이용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화천 산천어축제는 동물복지 수준에서 최하위권의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화천군은 축제장을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산천어 맨손잡기 행사에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자랑한다. 금반지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산천어를 잡기 위해 기를 쓸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자연의 이상기후속에 자신만만해 하던 강원도의 겨울축제들은 단축하거나 잠정연기하거나 중단하는 결정들이 쏟아지고 있다.

겨울 축제 ‘문화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오늘날 우리는 여름에도 얼음을 마음껏 즐긴다. 냉장고만 켜두면 시도 때도 없이 얼음이 무한정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고, 스키장도 눈이 안 와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인공눈으로 얼마든지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 겨울 축제를 강과 호수의 얼음에만 기댄다는 건 어딘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한반도 날씨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마당에 대형 얼음 축제는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얼음 축제의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필자는 얼음 축제 콘텐츠를 우리 선조들의 전통생활에서 찾기를 권한다. 옛날에는 최고의 효자를 빗댈 때 “여름에 얼음 인형을 주는 아들‘이라고 했다. 세종대왕처럼 어진 임금들은 여름에 석빙고에서 꺼내 온 얼음을 신하와 백성에게 하사를 했는데 그 양은 극히 적었다. 효심이 깊은 사람들은 하사받은 얼음을 먹지 않고 인형처럼 조각을 해서 부모님에 주었고 이를 최고의 효도로 쳤다. 옛 문헌을 보면 얼음에 관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얼음을 콘텐츠로 한 겨울 축제에서 이를 활용하면 된다. 얼음 구멍을 뚫어놓고 살아 있는 생선을 낚는 것보다 손맛은 덜 할 지라도 추억과 교훈은 오래도록 남아 삶의 자양분이 될 터. 지금이야말로 지자체 단체장과 축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겨울 축제 콘텐츠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해야 할 때라고 본다.

필자 소개

사단법인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

대규모 행사기획 연출가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양구 배꼽축제 총감독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보성 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 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 마늘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승전 1,000주년 2019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外 다수 역임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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