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독', 고하늘이 그토록 찾아헤맸던 '답'이란 [권혜미의 회전문]

[마이데일리 = 권혜미 기자] "선생님. 저는 여전히 즐겁게 그 답을 찾고 있습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블랙독(극본 박주연 연출 황준혁)'이 지난 4일 16부작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색이 검다는 이유만로 검은 강아지의 입양을 꺼리는 현상을 의미하는 '블랙독 증후군'에서 비롯된 이 드라마는 자체 최고 시청률 5.5%(5회), 최종회는 4.7%로 성적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숫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블랙독'을 본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마지막까지 완벽했다는 평을 내렸다.

극 중 고하늘(서현진)은 학창 시절 학교에 부임하고 있던 기간제 교사 김영하(태인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수학여행 장소로 가던 중 고하늘 반이 타고 있던 버스가 전복되는 사고가 났고, 김영하는 먼저 버스를 빠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를 구하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그 결과 고하늘은 살았고, 김영하는 폭발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고하늘에겐 하나의 숙제가 생기고 만다.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것. 10년이 지난 후 고하늘은 29살이 되던 해에 사립 대치 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게 된다. 그러나 그토록 바라던 교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고하늘의 일상엔 타인에게 이유 없이 소외당하고 멸시받는 '블랙독'으로서의 하루하루가 펼쳐진다.

낙하산이라는 오해를 사 동기 선생님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고, '기간제'라는 프레임에 갇혀 목표를 실현할 심적 여유도 없이 살아내기에만 급급하다. 설상가상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 되어준 송지선(권소현)은 기간제 교사임을 학생들에게 들키면서 그 충격으로 돌연 학교를 떠나고 만다.

이에 분노한 고하늘은 교무부장인 문수호(정해균)를 찾아가 "정교사. 그거 어떻게 되는 거냐"라고 질문하며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 간의 간극을 실감한다. 하지만 송지선과 마찬가지로 대치고를 나갈 생각을 하던 고하늘은 누군가에게 뜻밖의 위로를 받는다. 고하늘이 속한 진학부 부장 박성순(라미란)의 "애들한테는 다 똑같은 선생님이다"라는 한 마디로부터였다.

그날 이후 고하늘은 자신이 곧 대치고를 떠날 사람이라는 걸 망각하기라도 한 듯 오로지 수업에, 학생들에게만 집중하며 1년을 보낸다. 그리고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학교를 떠나며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불러줄 때가 돼서야 그는 비로소 자신이 진짜 '선생님'이었음을 깨닫는다. 동시에 고하늘은 더이상 '기간제'라는 틀에 동요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것, 그것이면 충분했다.

마지막 회에서 고하늘은 임용시험에 합격해 대치고를 떠나 다른 학교에 정착하게 된다. 염원하던 정교사가 됐지만 고하늘은 비교적 담담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되뇐다.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선생님, 저는 여전히 즐겁게 그 답을 찾고 있습니다"

'블랙독'은 '미완'으로 끝을 맺었다. 어엿한 진짜 선생님이 된 후에도, 고하늘은 여전히 헤매고 있었다. 첫 회부터 주인공이 가지고 있던 내면의 질문이 마지막엔 어김없이 해소되고 마는 여느 드라마와는 상반된 전개였다. 하지만 고하늘은 아직 찾지 못한 해답에 고뇌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는 즐거워했다.

마치 지금도 무수한 답을 찾아 헤매고 있는 오늘날의 '블랙독'에게, 고하늘은 '미완성'의 답에도 괜찮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듯했다.

[사진 = tvN 제공, tvN 방송화면 캡처]

권혜미 기자 emily00a@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