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내려오라는 뜻인 줄 몰라서"…CJ 이미경, '기생충' 오스카 작품상 소감 전말 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CJ그룹 이미경(미키 리) 부회장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비하인드스토리를 밝혔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작품상 수상 당시 인상 깊은 소감을 남겨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미국 연예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12일(현지시각) 이미경 부회장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 매체는 이미경 부회장에 대해 "CJ 그룹 부회장 겸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대모"라며 "오스카 시상식에서 마지막 말을 한 그가 누구인지, 한국 미디어 산업에 정통한 사람들은 이미 정확히 알고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미키 리(이미경)는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라며 "지난 한국영화 역사에서 선두적인 챔피언이자 후원자다. 봉준호 감독과 한국영화, TV를 세계 시장으로 진출시켰고, 많은 예술가에게 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9일 이미경 부회장은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에 '기생충' 팀과 함께 참석했던 바. '기생충'은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감독상, 대망의 작품상까지 4관왕을 달성한 가운데 이미경 부회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밝히며 화제를 모았다.

이에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미경 부회장에게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할 경우를 대비해서 이미 소감을 계획했었나"라고 물었다.

하지만 이미경 부회장은 "사실, 마이크가 내려왔을 때 난 정말로 그게 무대에서 내려오라는 뜻인지 몰랐다. 마이크가 내려간 것이 그저 기술적인 오류인 줄 알았다. 무대에 서면 조명이 켜져 있는지, 다른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전체 그림을 볼 수 없다"라며 "이미 세 번 소감을 한 봉준호 감독이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래'라는 이유로 제가 말하길 바랐다. 또 보통 감독과 프로듀서가 말하는 걸 허락한다고 들었고 우리에게 시간이 충분한 줄 알았다. 그리고 톰 행크스와 샤를리즈 테론이 '어서 올라가!'라고 말하는 걸 봤다. 그게 무대에서 내려오라는 뜻인 줄 알았다면 그런 소감은 할 수 없었을 것 같다(웃음)"라고 비하인드스토리를 전했다.

또한 이미경 부회장은 할리우드 리포터의 "'기생충'의 역사적인 수상이 모든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공유된 승리처럼 느껴졌다"라는 얘기에 "그런 소식을 듣게 되어 무척 기쁘다. 내가 LA에 10년 동안 살면서 나는 많은 아시아인이 곳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걸 봐왔다. 언론, 스튜디오, 제작 등 우리는 곳곳에서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아시아인들이 인정받을 때가 되었고, 우리의 노력이 마침내 보여질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생충'의 이번 수상이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 전체에 정말 '만세'라고 느낀다"라고 감격스러움을 표했다.

이어 "수년 전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렸을 때, 한국영화가 언젠가 오스카상의 최우수 작품상을 받을 것이라고, 그렇게 하는 최초의 비영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답했다.

이에 대해 이미경 부회장은 "특별히 아카데미 시상식을 꿈꿨던 건 아니었다"라며 "1960년대 내가 어릴 적 TV와 영화관에서 본 것은 주로 TV쇼 '보난자' '도나 리치 쇼', 외화 '자이언트' '대부'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이었다. 이처럼 한국 콘텐츠를 보면서 자라지 못한 이유가 우리만의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모든 종류의 한국 콘텐츠를 가장 잘 노출시킬 수 있을까에 집중해왔다. '언젠가, 사람들은 한국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다'. 내가 생각한 건 그것뿐이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미경 부회장은 "더 많은 수상자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일부러 만들 수 없다. 우리는 한국에서 많은 창작자, 영화 제작자, 영화 감독들을 격려해왔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더 하는 것이다. 젊은 신진 감독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아카데미 영화를 만들 수 없다. 우리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고 격려해야 한다. 그게 우리의 일이다"라고 신념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봉준호 감독이 현재 한국어와 영어로 된 1개의 프로젝트를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당신도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것인가?"라는 궁금증에 대해 얘기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우리는 항상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아직 발표할 것이 없다. 봉준호 감독이 '글도 써야 하고 감독도 해야 하고 제작도 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 참고 견뎌달라'는 말을 해줬다"라고 답변했다.

[사진 = APF/BB NEWS]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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