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크라운 비상' 정지석 "팀만 생각하니 개인 기록도 따라와"

[마이데일리 = 인천 이후광 기자] 최근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대한항공 주포 정지석(25)이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비상했다.

대한항공 점보스는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KB손해보험 스타즈와의 홈경기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결과로 7연승을 달리며 우리카드를 제치고 선두로 도약했다. 시즌 21승 8패(승점 59)다.

정지석이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양 팀 최다인 23점(공격 성공률 72.22%)과 함께 후위 공격 4개, 블로킹 7개, 서브 에이스 3개로 역대 182호, 시즌 18호, 개인 4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7블로킹 역시 개인 최다였다.

정지석은 경기 후 “물론 개인적으로 감각을 올리기 위해 신경 썼지만 승점 3점이 더 중요해 팀을 위해 훈련했다”며 “이전에는 팀은 뒷전이고 내가 잘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반대로 팀을 위해 하니까 개인 기록도 따라오는 것 같다.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지석은 마음가짐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이 많은 (한)선수 형과 (곽)승석이 형이 너무 잘해주고, 다른 사람들은 군대 가기 전에 놀면서 쉴 텐데 (김)규민이 형은 그걸 반납하고 열심히 한다”며 “나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코칭스태프가 마음을 써주시고, 팬들도 안타까워 쓴소리를 해주셨다. 아버지도 괜찮냐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다들 동정심을 갖고 격려해주니까 간절해졌다”고 설명했다.

7블로킹에 대해선 운이 좋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정지석은 “코칭스태프, 분석팀과 코스를 많이 연구해서 나왔는데 이상하게 나와 잘 맞았다. 평소대로 했는데 딱 걸렸다. 진짜 운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V리그 남자부 정상급 레프트인 정지석은 사실 최근 올림픽 아시아예선전에 다녀온 뒤 극심한 페이스 저하에 시달렸다. 정지석답지 않은 모습에 박기원 감독을 비롯해 대한항공 관계자, 팬, 동료들 모두 마음이 편치 못했다.

정지석은 “예선전을 다녀오고 잘 안 될 때 감독님이 여러 방법으로 도와주시려고 했다.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는데 말을 계속해도 안 되는 경우가 생겼다. 그러다보니 감독님이 내가 스트레스 받는 걸 보고 조언을 해주시지 않았다”며 “그 때 ‘내가 이 지경까지 왔구나’하고 느꼈다. 노력을 많이 했고, 잘 됐을 때 영상을 보며 이미지트레이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상하게도 올 시즌은 플레이가 잘 되지 않으면 자신감이 떨어졌다. 정지석은 “작년까지는 힘들었을 때 별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안 되면 쫓기듯이 불안해 새벽 3~4시까지 잠을 못 잔다. 남들 앞에서는 괜찮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아무래도 플레이로 보여주지 못하니까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그러나 마음고생을 딛고 이날 트리플크라운으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상대 주포 마테우스를 완벽 차단하며 블로킹도 무려 7개를 잡았다.

정지석은 “1세트 때 이미 서브 2개, 블로킹 3개를 해 놨다. 그러나 지금 내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고 운이 좋아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2세트 때 서브를 약하게 넣었는데 득점이 나면서 선수 형에게 백어택을 달라고 이야기했다. 기록을 달성할 수 있게 해준 선수 형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트리플크라운 활약 속 팀이 1위로 올라가 기쁨이 두 배다. 정지석은 “내가 너무 잘 되니까 좋았고, (김)규민이 형도 입대 전 1위로 올라가길 원했는데 달성해서 좋았다”며 “형들이 오늘 너무 잘해 로또라도 사보라고 했다. 이제 우리카드와 버티기 싸움이 펼쳐질 것 같다. 남은 경기들이 다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지석. 사진 = 인천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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