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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우리는 정직의 이야기…통쾌하게 웃으시길" [MD인터뷰]
20-02-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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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정직한 후보'는 정치 영화가 아니에요. 저희는 정직의 이야기죠. 비틀린 현실을 보며 통쾌하게 웃으시면 좋겠어요."

장유정 감독은 무대 연출계에서 잔뼈가 굵다. 지난 2005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데뷔한 장유정 감독은 이후 '리걸리 블론드'(금발이 너무해), '형제는 용감했다', '김종욱 찾기', '그날들' 등 다수의 인기 뮤지컬들을 연출하며 트로피를 휩쓸었다. 섬세한 디테일과 재기발랄한 연출을 인정받은 그는 충무로에 입성해 영화 연출가로도 능력을 입증했다.

배우 공유, 임수정의 손을 잡고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2010)를 영화화, 화려하게 입봉한 장 감독은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각색한 코미디 '부라더'(2017)를 성공시키며 내공을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부감독, 폐회식 연출도 맡으며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했던 그다.


연신 호탕한 웃음으로 인터뷰에 응한 장 감독은 "사람들이 '뮤지컬 잘 하다가 왜 여기 왔냐'고도 했다. 10년이 지나니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며 "영화감독 장유정에게 기대를 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있다. 열심히 협의하고 보완하면서 둥글둥글하게 대중영화의 면모를 만들고 있다"고 호쾌하게 말했다.

협의가 통했다. 이번엔 완성형 코미디다. 위트는 넘쳤으나 무대 연출의 색이 짙었던 전작들과 달리 완벽히 영화 형식을 따르며 안정적으로 스크린에 안착했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로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 장 감독 특유의 솔직한 화법이 돋보인다.

2014년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국내 버전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성별이 바뀌었다. 기존 남자 대통령 후보였던 주인공을 3선의 여성 국회의원으로 바꿨고, 에피소드와 상황도 한국적으로 설정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라미란이 있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배우는 오로지 라미란밖에 없겠다는 장 감독의 생각이었다.

장 감독은 "라미란은 배우로서 너무나 훌륭하다. 타고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코미디와 진정성 면에서 아주 탁월했다. 나문희 선배님과 연기하는 걸 모니터로 보다가 눈물이 날 정도다. 또 코미디라는 건 디렉션을 하기가 아주 힘든데, 너무 잘해줬다. 배우 자체도 인간미 넘치고 사랑스럽다"며 "여배우인 라미란을 원톱으로 내세워서 느끼는 불안감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치면, '부라더'에서 마동석 배우와 이동휘 배우를 캐스팅할 때만 해도 지금과는 달랐다. 잘 맞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사실 비극 등은 명확하게 떨어지는 상황의 목표가 있는데 코미디는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배우들 간의 신뢰가 중요했고, 우리 촬영 현장은 완벽히 부합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대에 부응하듯 라미란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분명 과한 상황인데, 오버스럽지 않게 관객을 설득시킨다. 그렇다 보니 휴머니즘과 코미디를 자유롭게 오가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라미란의 원맨쇼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다만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 데는 훌륭한 리액션을 자랑한 김무열의 공이 컸다. 극중 라미란의 열정부자 보좌관 박희철을 연기한 김무열은 스릴러 인상을 말끔히 지우고 희극적인, 코미디 진수를 자랑했다.

무대 인연으로 김무열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장 감독은 "김무열이 스크린에서 코미디를 한 적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이면이 있다. 김무열과 오래 만나오면서 코미디와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고, 함께 하고 싶어서 제안했다. 또 김무열의 아버지가 전직 보좌관이셨다. 코미디를 잘하는 친구다. 사실 김무열이 하고 싶다고 하자 회사에서도, 라미란도 의외라고 생각했다더라. 보통 사람들이 새로운 걸 보면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데 저는 확신이 있었다"며 "김무열은 늘 진지하게 했다. 주상숙 캐릭터가 보이는 모습에 늘 똑같이 반응하고 연기할 수 있는데도 섬세하고 다양하게 소화했다. 아주 천연덕스러웠다"고 치켜세웠다.

소재와 배경이 정치판인만큼, 장 감독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팩트체크팀'까지 개설하며 취재에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취재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고 말한 장 감독은 보좌관부터 의원들, 대변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선거 캠프에도 직접 방문해 현장감을 배웠다. 덕분에 영화 속 선거 유세는 실제 정치 싸움을 보듯 흥미진진하다.


장 감독은 "시나리오를 보여 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 분들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며 "일부 정치 관계자들에게 직접 시나리오도 보여줬고, 선거법 위반 기준 등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현직에 계신 분들이 질책하지 않는다. 뮤지컬 '그날들',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때도 그랬다. 다들 이해를 해주시고, 과장한 걸로 속상해하지 않는다. 다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왜곡을 시키는 건 염려하신다. 다행히 저희 영화는 재밌어 하셨다"라고 전했다.

"도로 위에 주상숙의 명함이 뿌려지는 장면도 신박하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원래는 그게 불법이래요. 명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당사자 혹은 당사자의 배우자까지, 지정 1인이에요. 또 명함을 뿌리면 도로가 더러워지잖아요. 그런데도 의외로 시민 분들이 '골목까지 왔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네'라고 생각한다고 해요. 절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에요. 저희는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고 생각하지만 유권자들이 영향을 많이 받는대요. 선거라는 게 남녀노소가 하는 거잖아요. 우리 상식에는 말이 안 되는데 어떤 세대에게는 맞을 수도 있더라고요."

또 장 감독은 "실제로 정치인들은 외모에 정말 관심이 많았다. 아무래도 보여지는 직업이니까. '살 빠졌다'고 하면 아주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라미란 배우한테도 '슬림해지시면 어떨까요'라고 물었더니 '잘 못하는데'라고 답하더라. 그런데 다음 미팅 때 초코파이 하나를 가져오더라. '감독님과 나눠먹으려고 가져왔다'고 한 뒤 쪼개는데, 귀여웠다. 얼마나 다이어트가 하기 싫었으면. 그래서 그냥 하지 말라고 했다. 초반에는 날카로운 느낌이 있길 바랐는데, 뭐가 중요하나 싶었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해 웃음을 안겼다.

영화는 비리로 얼룩진 정치인들의 면모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 사학 비리, 취업특혜, 병역 비리 등을 녹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장 감독은 "모든 부분들을 다루긴 어렵다. 선택의 문제다. '끝까지 코미디로 가지, 왜 할머니 이야기를 넣었냐'는 분들도 있다. 저는 사학비리를 보여주고 싶던 게 아니다. 정치인 주상숙이 자신의 과오로 인해서 큰 상처를 줬던 사람에게 사과를 하는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며 "인간 대 인간으로 고통에 통감해 사과하는 장면을 쓰고 싶었다. 아무리 코미디라고 하더라도 소재가 정치라 함부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사학재단을 까발리는 게 아니라 이런 일 때문에 어떤 사람을 상처를 받고, 그것을 알려고 하지도 않았는 위선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정직한 후보'는 정치 영화가 아니다. 통렬한 비판 대신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과 도덕을 이야기한다. 이를 말하는 방식이 통쾌한 코미디다. 장 감독은 "우린 정직의 이야기다. 위선적인 정치인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게 아니라 유머와 위트로 풍자하는 코미디다. 때문에 숨어있는 것들이 많다. 드러내면서 분노를 강요하지 않는다"며 "철저한 코미디니까 사람들이 많이 웃으시면 좋겠다. 비틀린 현실을 보며 통쾌하게 웃으시면 좋겠다. 또 한번쯤 지금 현실에 대해서 살짝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다. 강요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특히 오는 4월 15일 실시되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까지 약 2개월 앞두고 개봉해 "총선을 노리고 만든 영화가 아니냐"는 일각의 물음에 "전혀 아니다. 굳이 저희가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올림픽, 월드컵 전에 작품 개봉을 잘 안 하려고 한다. 사실 총선에 더 재미있는 게 많다"고 강조하며 웃었다.

한편, 지난 12일 개봉한 '정직한 후보'는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누적관객수 90만8850명을 동원, 흥행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NEW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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