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하게 걸어가길"…'찬실이는' 강말금→윤여정, 꿈으로 가는 유쾌한 여정 [MD현장](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꿈 앞에서 고민하는, 꿈이 없어 고민하는 모든 이들을 위로한다. 시니컬하지만 포근한 영화가 탄생했다.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 언론시사회가 열려 김초희 감독을 비롯해 배우 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 등이 참석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인생 최대의 위기, 극복은 셀프! 행복은 덤! 씩씩하고 '복' 많은 찬실(강말금)이의 현생 극복기를 그린 영화. 단편영화 '겨울의 피아니스트'(2011), '우리순이'(2013), '산나물처녀'(2016)로 주목받은 김초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앞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수상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이번 영화에서 김초희 감독은 평생 일복만 터졌는데, 실직 후 전에 없던 복이 굴러들어오는 찬실의 이야기로 특유의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연출력을 십분 발휘한다. 모두가 공감할 현실적인 서사는 따뜻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들의 감성은 물론, 웃음까지 자극한다. 무엇보다 프로듀서에서 연출자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김초희 감독이라 이야기의 진정성이 더욱 크게 와닿는다.

이에 김초희 감독은 "40대 여자 주인공 찬실이가 실직을 하게 되면서 겪는 위기를 그린 영화다. 제가 전직 프로듀서다. 실제로 3~4년 전에 일을 그만 두게 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제 직업적인 이력이 모티브가 된 것은 맞지만 나머지는 사람들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방법은 없는지, 희망을 그리고 싶어서 연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기를 겪고 있는 찬실이, 정신없이 무언가를 배우러 다니는 소피(윤승아),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고 있는 복실(윤여정) 할머니까지 다르게 살고 있지만 셋의 공통점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는 인물들이다. 각기 다른 인물을 통해서 희망 찬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단편영화 '자유연기'(2018)로 제1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의 뉴페이스로 떠오른 강말금은 찬실을 연기했다. 회사원이었던 그는 서른 살의 나이로 영화계에 입문했지만 개성 넘치는 연기력으로 영화를 이끈다. 그는 "제가 배우를 시작할 땐 영화 주인공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 제가 연극을 시작할 때 굉장히 많은 분들이 반대했다. 외모, 사투리, 성격 등이 이유였다. 이런 제가 이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건 시대와 만났다고 생각한다. 복도 많게 저는 이 흐름과 함께 하게 됐다. 그래서 모든 것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이어 "저는 주로 연극을 했던 배우다.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하셨던 김도영 감독님의 '자유연기'로 단편영화에 출연했고, 그 작품 덕에 이번 영화도 만났다. 저희가 18회차를 찍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시나리오를 많이 읽었다. 조연으로 1, 2회차 출연할 때는 존재감을 발산해야겠지만 장편에서 그걸 일일이 살리려고 하다간 영화 전체를 보기가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일정한 컨디션으로 하려고 했다. 몸무게도 조금도 변하지 않게 하고, 정신도 일정하게 진행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김초희 감독과 단편영화 '산나물 처녀'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윤여정은 정 많은 주인집 할머니 복실로 분했다. 그는 "김초희 감독을 개인적으로 잘 안다. 할머니로 썼다는 건 무료 출연하라는 소리이지 않겠나. 불평하는 건 아니다. 제가 60넘어서는 사치를 부리면서 살기로 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싫어하는 사람과 안 하려고 했다. 돈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제가 복도 많다"라고 특유의 입담을 과시해 웃음을 안겼다.

매사 깜빡하지만 의리는 깜빡하지 않는 배우 소피를 연기한 윤승아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엉뚱한 매력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는 "그 전에 감독님의 단편을 우연히 보러 갔는데 팬이 됐다. 김초희 감독님의 장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소피라는 캐릭터가 제가 기존에 보여줬던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연장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시기에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셨다. 그래서 마음에 더 와닿았다. 제가 주저하는 모습들도 자연스럽게 잘 이끌어주셨다"라며 설레는 소감을 전했다.

소피(윤승아)의 불어 선생님이자 10년 만에 찬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훈풍훈남 영은 배유람이 맡았고 연극계를 넘어 브라운관 시청자도 사로잡은 김영민은 자신을 장국영이라고 주장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캐릭터로 열연했다. 이와 관련해 김초희 감독은 "영화 속에서만 그려질 수 있는 판타지를 그려내고 싶었다. 제가 홍콩 영화에 열광하던 세대였기 때문에 그 초심을 떠올리기 위해 장국영이라는 인물을 설정했다"고 장국영 캐릭터 탄생을 설명했다.

특히 윤여정은 "이 영화를 하면서 김초희 감독이 대견하고 좋았다. 보통 독립영화라고 하면, 사회의 추한 이면만 고발 형식으로 나왔다. 이 나이가 되니 싫었다. 세상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서 더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고, 해학적으로 푼 게 마음에 들었다. 독립영화도 여러 종류의 영화가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초희 감독은 "코로나19를 뚫고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 이 영화는 꿈이 있는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 살면서 꿈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꿈이 있는 사람들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꿈으로 가는 고군분투 과정에서 삶의 세세한 결을 느끼는 게 복이다. 안개처럼 꿈이 멀기만 한 분들도 저와 함께 이 영화를 보면 꿋꿋하게 걸어가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올봄 극장가를 훈훈하게 물들일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오는 3월 5일 개봉한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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