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리포트: 위태롭던 우리은행, 게임체인저 박혜진이 있었다

[마이데일리 = 아산 김진성 기자] "그렇게 해봐야죠."

신한은행으로선 17일 우리은행과의 원정경기는 해볼 만했다. 우리은행 주포 김정은이 아킬레스건 염증으로 결장했기 때문. 박지현, 김소니아는 기복이 있고, 최은실은 여전히 컨디션이 오락가락한다. 우리은행으로선 박혜진에게 부하가 크게 실린 경기.

신한은행 정상일 감독은 박혜진을 집중적으로 막으면 해볼 만하겠다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팀에서 수비력이 가장 좋은 한채진을 붙였다. 우리은행은 전반적으로 야투 감각이 좋지 않았다. 오랜만의 실전이라는 점, 전력이 실질적으로 떨어진 점 등이 투영됐다.

신한은행은 한엄지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김정은이 빠진 상황서, 한엄지의 부재로 매치업 우위를 살릴 카드가 사라졌다. 그러나 새 외국선수 아이샤 서덜랜드의 몸 놀림이 괜찮았다. 르샨다 그레이와의 1대1에서 우위를 보였다.

3쿼터 중반까지 잘 버텼다. 이경은과 한채진의 투 가드, 서덜랜드를 활용한 골밑 공략 등이 고루 적중했다. 리바운드서 밀렸지만 이경은의 센스 있는 경기운영과 한채진의 노련한 돌파, 미드레인지 공격을 곁들였다.

조금씩 끌려가던 우리은행은 3쿼터에 반격에 나섰다. 3쿼터 초반, 그레이를 활용한 골밑 공략이 잇따라 적중했다. 골밑에서 스크린을 받고 올라가는 패턴에 신한은행이 서 너 차례 연속 당했다. 접전으로 변한 순간. 그러나 5분7초전 그레이가 4파울에 걸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위기의 순간에 에이스 박혜진이 있었다. 스크린을 받고 정확한 중거리슛을 작렬했고, 상대 돌파를 클린 블록한 뒤 그레이의 득점을 유도했다. 속공 과정에서 정면 3점포에 이어 스틸과 레이업슛까지. 순식간에 6점 리드. 경기흐름을 완벽히 바꾼 순간이었다. 게임체인저였다.

경기를 팽팽하게 끌어가다가도 순간적으로 공수응집력이 떨어지는 신한은행의 고질적 약점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좋은 선수가 많지만, 박혜진 만한 슈퍼에이스가 없는 현실. 김단비의 컨디션은 너무 좋지 않았다.

4쿼터는 싱겁게 흘러갔다. 박혜진, 박지현, 그레이의 연속 득점으로 4분49초를 남기고 10점 리드. 승부를 갈랐다. 65-53 승리. 전력이 떨어진 우리은행의 좋은 위기관리능력, 그 중심에 에이스 박혜진이 있었다. 전날 KB가 하나은행에 지면서 단독선두 도약. 위태롭지만, 버텨내는 우리은행의 저력은 놀랍다. 이제 20일 청주에서 KB와 운명의 맞대결. 정규경기 우승 다툼에 상당히 중요한 일전이다.

신한은행은 그레이의 파울트러블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서덜랜드는 골밑에서 그레이를 공략하지 못한 채 미드레인지에서 부정확한 공격을 이어갔다. 초반의 강렬함을 마지막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승부처에 그레이를 내보내기 위한 정밀한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박혜진. 사진 = 아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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