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②] 봉준호 "코피 쏟고 인터뷰만 600번↑, '오스카 캠페인' 이상해 보이기도…" 비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봉준호 감독이 지난 6개월 동안 '오스카 캠페인' 대장정에 임한 소회를 밝혔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선 영화 '기생충'의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2020) 4관왕 수상 기념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위해 지난해 8월 송강호와 함께 미국으로 떠나 장장 6개월에 걸친 홍보 캠페인을 벌인 소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캠페인 당시 북미 배급사 네온은 설립된지 얼마되지 않은 중소 배급사였다. 그래서 우리가 처한 상황은 '게릴라전'이었다. 대형 스튜디오, 넷플릭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이었기에 열정으로 뛰었다. 저와 송강호 선배님은 실제로 코피를 흘릴 정도였다. 열정으로 (부족한 예산을) 메꿨다"라고 회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외신 인터뷰만 600차례, 관객과의 대화 행사도 100회 이상 진행했다. 거대 스튜디오처럼 물량공세가 아닌, 저희들은 아이디어와 CJ·바른손·네온과 똘똘 뭉쳐 팀워크로 승부했다. 그렇게 물량의 열세를 커버하면서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때는 그런 생각도 했었다. 주변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 '조커'의 토드 필립스 감독님 등을 보면서 이렇게 바쁜 창작자들이 일선에서 벗어나 (오스카 캠페인) 활동을 하고 많은 예산을 쓰는 게 이상하게 보인 적도 있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내 봉준호 감독은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식으로 작품들을 깊이 있게, 밀도 있게 검증하는구나 싶더라. 관객들 입장에선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세밀하게, 진지하게 점검해보는 과정일 수도 있겠더라. 그것이 아카데미로 장식하게 되는 것이라고 봤다"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기생충'의 전 세계적인 인기 비결에 대해선 "동시대의 이야기, 우리 이웃에서 볼 법한 상황, 우리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 분위기 그런 톤의 영화이기에 이것이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짐작만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이 스토리가 우스꽝스럽고 코미디적인 면도 갖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현대사회의 빈부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씁쓸하고 쓰라린 면도 있다. 그 부분을 단 1cm라도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 자체가 그런 작품이다. 영화의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정면돌파해야 했고, 또 그러려고 만든 영화였다. 비록 대중적인 측면에선 이게 위험한 요소일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 솔직하게 그리고 싶었다. 그것이 '기생충'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봤다. 그런데 다행히 한국에서도 1,000만 명 이상의 관객분들에게 호응을 받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오스카 후광과 상관없이 기록을 써나갔었다. 그래서 '기생충'의 수상 여부를 떠나서 전 세계 관객들의 큰 호응이 가장 의미 있고 기쁘게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이 많은 사건(수상)들로 기억될 수밖에 없겠지만, 사실은 영화 그 자체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기생충'은 촬영에 임한 모든 스태프가 장인 정신으로 장면 하나하나를 만들어냈고, 저의 하나하나 고민들이 모여 이루어낸 결과다. 그래서 영화 자체로서 많이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얘기했다.

봉준호 감독은 "저는 이제 다음 작품을 준비하며 뚜벅뚜벅 걸어나갈 것이다. '기생충'이 왜 그랬을까, 왜 이토록 세계적인 호응을 얻었을까 의문은 관객분들이 평가해주실 거다"라고 전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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