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이 '오스카상 4관왕' 수상의 영광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며 겸손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선 영화 '기생충'의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2020) 4관왕 수상 기념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주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세웠던 영광의 얼굴들이다. 이를 시작으로 비영어권 작품에 보수적인 '골든 글로브', '오스카상'의 벽까지 뚫는 경이적인 수상 릴레이를 펼치며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바.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무려 4관왕을 달성했다.

여전히 전 세계는 '기생충'에 열광하고 있으나, 영화의 주역들은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겠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먼저 봉준호 감독은 "많은 사건(수상)들로 기억될 수밖에 없지만, 사실은 영화 그 자체가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기생충'은 촬영에 임한 모든 스태프가 장인 정신으로 장면 하나하나를 만들어냈고, 저의 하나하나 고민들이 모여 이루어낸 결과다. 그래서 영화 자체로서 많이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생충'의 수상 여부를 떠나서 전 세계 관객들의 큰 호응이 가장 의미 있고 기쁘게 다가왔다. 저는 이제 다음 작품을 준비하며 뚜벅뚜벅 걸어나갈 것이다. '기생충'이 왜 그랬을까, 왜 이토록 세계적인 호응을 얻었을까 의문은 관객분들이 평가해주실 거다"라고 말했다.

곽신애 대표는 "이 모든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우고 기뻤다. 이것이 한 개인의 것이 아닌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모두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는데, 기쁘게 마무리하게 되어 더 뜻깊다. 정말 어느 영화보다 좋은 일들이 많아서 이 멤버들이 다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 걱정이긴 하다"라면서 "원래 하던 일을 열심히 하겠다"라고 전했다.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은 "사실 스태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이 거의 없는데, 이 자리에서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고생해준 모든 아티스트들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여러 스태프의 노력 덕에 이 자리가 생겼다"라고 공을 돌렸다.

송강호는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할리우드가 아니라 국내에서라도 일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국내 활동에 열의를 나타냈다.

그는 "제가 지금 마지막 촬영이 지난해 1월 말이었다. 그로부터 13개월째 (한국에서) 아무런 일이 없다"라고 재치 넘치게 얘기했다.

이선균은 "자랑스러운 스태프분들, 배우분들과 함께 그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한국팬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라며 "'기생충'의 수상은 정말 시의적절한 순간이었고 그 순간을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일시적인 관심이 아닌 한국 영화의 큰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조여정은 "보통 영화를 하고 작품을 인정받으면 우리끼리 만족에서 끝나는 것 같은데, '기생충'은 온 국민이 기뻐해 주고 축하해주셨다"라며 "굉장히 큰일을 해낸 것 같아서 참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라고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할리우드 진출 생각에 대해 묻는 말에 "저는 아직 한국말로 하는 연기도 어렵다"라며 "일단 한국에서 좋은 작품을 더 다양하게 많이 하고 싶은 바람이 더 크다"라고 한국 영화계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박소담은 "촬영 기간보다 길었던 '기생충' 수상 캠페인에 참여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함께 작업했던 팀원들이 제 가슴 속에 오래오래 자리할 것 같다. 여러분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라며 "저도 앞으로 또 열심히 살아가겠다"라고 전했다.

이정은은 "자부심을 많이 느꼈고 영화 한 편에 많은 인원이 참여했는데, 그분들을 대신해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할리우드 진출을 꿈꾼 적이 있지만, 이제 굳이 할리우드에 안 가도 되겠더라. 영화 한 편을 잘 찍으면 이렇게 세계가 알아주지 않나"라고 얘기했다.

장혜진은 "아직도 연기를 더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데,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끝까지 하겠다"라며 "제가 가늘고 길게 가는 게 꿈이라서 사실 걱정이지만, '기생충'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히 받고 내일은 또 내일을 살겠다"라고 차분하게 밝혔다.

박명훈 역시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 좋은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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