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치고 당차다" 변수를 상수로 만든 리베로 오은렬

[마이데일리 = 인천 이후광 기자] “신인 치고 당차네요.”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지난 20일 한국전력과의 홈경기서 리베로 오은렬 이야기가 나오자 밝은 미소를 지었다. 박 감독은 “오은렬, 이지훈 모두 귀여워 죽겠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는 열정적인 신인이다. 어린 선수들이라 코트에서 긴장할 법도 한데 잘 해결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래 대한항공의 주전 리베로는 정성민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말 갑작스럽게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조기에 마쳤다. 이에 줄곧 백업을 맡았던 루키 오은렬과 3년차 이지훈이 예상치 못한 시기에 주전을 맡게 됐다.

경험 부족으로 전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이들은 레전드 리베로 최부식 코치의 특별 훈련 아래 변수를 상수로 바꾸고 있다. 특히 경기대를 나와 2019-2020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입단한 오은렬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오은렬은 신인답지 않은 견고한 수비로 여오현(현대캐피탈), 정민수(KB손해보험)에 이어 리베로 리시브 효율 3위(41.48%)을 달리고 있다.

전날 경기서 만난 오은렬은 “이 정도로 기회가 많이 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 했다. 운 좋게 기회가 많이 찾아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감독은 전날 승리 후 5라운드 MVP를 꼽아달라고 하자 주저 없이 오은렬의 이름을 언급했다. 오은렬과 리시브를 분담하고 있는 정지석도 “감이 진짜 좋다. 가끔 보면 리시브를 너무 잘해 신인이 맞나 싶다. 물론 보완점도 있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리베로 자리는 걱정이 없다”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 오은렬은 “잘하는 형들도 많은데 나를 언급해주셔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오은렬은 최근 활약의 비결로 최부식 코치와의 특별 훈련을 꼽았다. 그는 “코치님이 자세부터 가르쳐주시는 게 다르다. 감각적으로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코치님이 공이 오는 방향을 알려주시면 마음 편하게 잘 된다”라고 설명했다.

오은렬의 롤모델은 팀 선배 정성민이다. 롤모델이 부상으로 빠졌기에 더욱 책임감이 크다. 그는 “(정)성민이 형이 다쳤을 때 못 버텨주고 시즌을 치르지 못하게 돼서 많이 미안하다는 말을 해줬다”고 전했다.

리베로라는 포지션 상 크게 주목을 받진 못하지만 당연히 신인왕을 받고 싶은 욕심도 있다.

오은렬은 “리시브는 자신이 있다. 신인이라 팀 분위기를 띄우고 형들을 응원해주기 위해 더 많이 뛰어다니고 있다”며 “신인왕도 욕심이 있어 당연히 받으면 좋을 것 같다”고 남은 시즌 더 나은 활약을 약속했다.

[오은렬. 사진 = KOVO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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