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용 전시해설가, “‘작가 미상’은 리히터의 그림을 닮은 작품” 호평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자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및 제91회 미국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작가 미상’이 개봉 이후 다양성 영화 예매율 1위를 수성하며 개봉일(2월 20일) 진행된 김찬용 전시해설가의 시네토크를 성료하여 예술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79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타인의 삶’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신작, ‘작가 미상’이 개봉일 진행된 김찬용 전시해설가 시네토크를 뜨거운 반응과 함께 성료하며 올해 최고의 예술 영화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작가 미상’은 2차 세계대전 전후의 독일, 모든 기준이 흐릿해진 세상에서 아름답고 선명한 진실을 그린 화가, 쿠르트의 드라마. '현존하는 가장 비싼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실화를 극화한 작품으로 혼란한 세상에서 예술로서 진실을 전하는 화가의 일대기를 담으며 한 폭의 명화를 보는 듯한 감동을 전했다.

시네토크에서 김찬용 전시해설가는 마치 미술관의 도슨트를 하는 것처럼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영화 속 담긴 독일의 현대미술가들의 예술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 영화 팬들과 미술애호가들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았다.

먼저 김찬용 전시해설가는 “감독의 전작 ‘타인의 삶’을 정말 좋아하는데 미술을 소재로 한 ‘작가 미상’의 시네토크를 진행하게 되어 기뻤다. 미술로 대입해봤을 때 영화 감독이 큐레이터, 주연 배우가 작품이라면 이 영화에서 나는 '경적을 울리는 버스'일 것'이라며 '리히터의 작품이 주는 모호하지만 저 너머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는 감각을 오늘 전달하려 한다”고 시네토크를 시작했다.

이어 김찬용 전시해설가는 영화 속 쿠르트의 모델인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았다는 말로 토크를 시작했다. 감독의 구애로, 감독과 리히터는 편지를 주고받고, 삶에 대한 인터뷰를 나누며 영화를 기획했지만, 리히터는 본인의 작품 세계, 인생이 있는 그대로 펼쳐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리히터'라는 이름 대신 '쿠르트'라는 가상의 인물로 영화가 진행되었음에도 결과적으로 영화가 리히터의 인생을 너무나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실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찬용 해설가는 '그럼에도 영화의 완성도가 너무 좋아서 이 영화는 리히터 한 사람은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그 외에 모든 사람은 만족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전하며 영화 속 쿠르트와 리히터, 영화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의 실제 일화와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뒤셀도르프 예술학교에서 쿠르트에게 진실한 예술에 대해 가르쳐준 안토니우스 판 페르텐 교수는 전위 예술 작가 요셉 보이스를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로 리히터가 영향을 받은 스승은 칼 오토 괴츠이다. 다만 리히터가 뒤셀도르프 대학에 입학했던 당시 요셉 보이스가 조각과 교수로 있어 간접적인 영향을 받기도 했고, 미술사에서 상징성이 큰 인물이다보니 이런 영화적인 변주를 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안토니우스 판 페르텐 교수가 모자를 벗지 않는 이유, 지방과 펠트천과 관련된 일화, 수업시간에 포스터를 불 태우는 행위 등은 실제 요셉 보이스의 일화에서 따왔다. 그는 '어떻게 죽은 토끼에게 예술을 설명할 것인가'라는 작품에서 죽은 토끼를 안고 행위예술을 하는 등 상당히 전위적인 예술을 한 인물이다. 이는 '더 이상 예술이 아름다운 것이 중요한 시대가 아닌데 우리는 예술을 통해 무엇을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행위였다고 한다.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사람은 청소원이든 누구든 누구나 예술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대사는 실제 요셉 보이스의 명언에서 착안한 대사로, 김찬용 전시해설가는 10년 전 처음 도슨트를 전업으로 시작하고 맡은 요셉 보이스 회고전에서 본 이 말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다며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또 영화 속 등장하는 작품들은 리히터의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지만 리히터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히터가 직접 작업한 작품들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하여 영화 속 그림들을 위해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은 리히터와 오랜 시간 작업한 조수를 섭외해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영화에서 쿠르트와 엘리자베트 이모를 그린 그림은 리히터의 작품 '마리안느 이모'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이 작품은 본래 '어머니와 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그 이유는 리히터가 개인사로 작품에 접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진이 본인과 이모를 찍은 사진이라는 것도 밝히지 않았었고, '이 사진은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찍은 거다'라고 설명했기 때문. 그래서 리히터의 작품들은 '작가 미상'이라는 평을 받았고, 영화의 제목도 '작가 미상'이 되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는 리히터가 본인 작품들의 비하인드를 공개를 해서 지금은 그림이 '마리안느 이모'로 알려져있다. 김찬용 전시해설가는 “‘작가 미상’은 실제와 가상이 뒤섞여있는 형태여서 더 리히터의 작품과 닮았다고 생각한다”며 리히터의 작품 기법과 영화의 기법의 공통점을 설명했다.

리히터는 사진 위에 페인팅을 덧대는 포토페인팅 작업을 했는데 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 정보를 보지 못한다는 의미로, 직접적으로 보고 본인이 판단할 수 있는 영역으로 가고자 했던 것이 리히터의 철학이었다. 이와 같이 영화 ‘작가 미상’에도 진실과 가상이 뒤섞여있기 때문에 완벽한 진실을 알 수 없는 대신 각자의 관점으로 상상하면서 보는 리히터의 작품과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해설가는 “리히터는 설명이 가능하고 의미가 담긴 그림은 나쁜 그림이라고 말했다. 보고 직접 느끼고 판단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작가 미상‘은 정말 잘 만든 영화이지만 리히터의 작품을 영화를 통해 해석할 필요는 없다. 작품은 작품으로, 영화는 영화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객과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사랑, 정치, 예술에 관한 매혹적인 어드벤처"(The New York Times)라는 극찬을 받은 만큼 영화를 더 깊게 즐길 수 있는 영화 미학, 역사, 예술에 대한 다양한 GV는 앞으로도 계속되며 영화의 감동과 여운을 전할 예정이다.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촬영상 노미네이트, 제76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으며 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감동을 전하는 ‘작가 미상’은 전국 예술영화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사진 = 영화사 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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