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수의 강단 [이예은의 안테나]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고민보다 자신의 기능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사람, 배우 하연수는 그런 사람이다.

언젠가부터 대중은 하연수를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하연수의 태도를 지켜봤다. 발랄한 이모티콘과 애교 섞인 부탁의 말이 사라지면서 그의 말은 친절하지 않은 언어로 여겨졌다. 원래 하연수에겐 둥글둥글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진중한 면모가 돋보인다고 해, '근엄한 꼬부기'라는 별명이 있었다. 분명 이 때만 해도 아이러니한 매력, 독특한 개성으로 읽혔는데 하연수가 무례함과 오지랖에 선을 긋고,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아집'으로 평가됐다.

늘 사분사분한 연예인의 언어에 익숙해진 일부 대중에게 하연수는 더 이상 친절한 연예인이 아니었다. 더 나아가 인성에 문제가 있고 사소한 일에 예민한 사람이었다. 제 할 말은 다하고야 마는, 웃지 않는 '여성' 연예인을 네티즌들이 가만히 둘 리 없었다. 그렇게 일부는 하연수를 굴복시키겠다는 집념으로 달려들었다. 하연수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신의 태도를 꼬집고 조롱하는 악플러들에 단호히 대처했다.

여전히 하연수의 기세가 꺾이지 않자 최근엔 가장 원초적 공격 방식인 성희롱까지 튀어나왔다. 결국 법적 대응 예고로 이어졌고 그 때서야 "성희롱을 하고 말았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통쾌한 반격이었다. 검은색 배경화면과 함께 "죄송하다. 제가 경솔했다"는 백기의 말을 바랐던 대중의 기대에서 완벽히 벗어났다.

그래서 하연수는 불친절한 사람일까. 아니다. 자신의 할 말만 하고, 대중과 소통을 차단한 스타가 아니다. 그는 자신에게 인간관계, 진로 등 여러 종류의 인생 상담을 묻는 이들에게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힘을 실어준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이들에겐 아낌없이 감사를 표현한다. 상냥함 대신 강직하게, 그런 스타일의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알고 영리하게 이용하는 스타다. 즐길 거리, 오락적인 재미 등 소모적인 도구에만 그치는 걸 거부한다. 특수한 직업이 지닌 영향력과 파급력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떨칠지 고민한다. 하연수는 최근 'N번방 사건' 관련 기사를 연달아 게재하며 읽어주길 요청했다. 그러면서 한 네티즌에게 "저는 어떤 식으로든 이 사회의 부당한 일들을 막고 싶어서 애쓰는 중이다.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하연수는 주체적이면서도 분명 이타적인 사람이다. 건조함 속에 치열한 고민이 자리한다. 쉬운 길을 알면서도, 부당한 일에 외면하지 않고 강단 있게 돌진하는 하연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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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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