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MVP' 박혜진 "더 못 받을 상이라 생각"…상금 전액 기부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개인 통산 5번째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박혜진(우리은행)이 상금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박혜진은 31일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이 발표한 ‘하나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MVP로 선정됐다. 박혜진은 기자단 투표서 총 108표 가운데 99표를 획득, 박지수(KB 스타즈)와 강이슬(하나은행)을 제치고 MVP로 이름을 올렸다. 박혜진의 개인 통산 5번째 정규리그 MVP였다.

박혜진은 올 시즌 27경기에 출전, 평균 36분 35초 동안 14.7득점 5.1리바운드 5.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자유투 성공률(89.2%)은 전체 1위였다. 아산 우리은행은 박혜진의 활약을 앞세워 청주 KB 스타즈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박혜진은 “항상 불편함 없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많이 해주시는 은행장님을 비롯한 우리은행 구단 관계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린다. 23살 때 처음 만나 지금까지 변함없이 신경 써주시고 가르쳐주신 위성우 감독님,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알려주신 전주원, 임영희 코치님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혜진은 이어 “MVP라는 상은 이제 더 못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한 번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같이 고생해준 우리 팀 동료 선수들에게 고맙고, 저 혼자 좋은 상을 받게 돼 한편으로 미안하다”라고 덧붙였다.

그간의 마음고생도 전했다. 박혜진은 “성격상 만족을 잘 몰라서 제 자신을 너무 힘들게 괴롭혔는데, 너무 힘들다 보니 사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렇게 수상 소식을 듣게 돼 제가 흘린 땀과 결과는 비례한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앞으로는 선수로서 흘릴 수 있는 땀은 아끼지 않고 더 흘리며 계속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박혜진이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것은 2017-2018시즌 이후 2시즌만이었다. 우리은행도 지난 시즌 KB 스타즈에 빼앗겼던 1위 타이틀을 가져왔다.

박혜진은 “임영희 코치님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셔서 빈자리에 대한 위기의식을 크게 느꼈다. 위기의식과 불안함이 비시즌 운동할 때부터 올 시즌 경기까지 절실함으로 이어진 것 같다. 매년 그렇지만 이번 시즌에도 우리 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착실하게 준비한 결과물인 것 같다. 정말 모든 선수들이 잘 해줬다”라고 말했다.

박혜진은 더불어 “매 시즌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운동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운동하면서 조금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훈련량을 높여가면서 많은 준비를 했다. 올 시즌은 개막전에 패배하는 등 불안하게 시작을 했지만, 잘 극복했던 것 같다. 운이 따른 상황도 많았다. 그 역시도 우리 팀 선수들이 열심히 한 덕분이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박혜진은 FA 제도 변경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스타이기도 하다. “보상 FA 제도가 이렇게 바뀌어서 조금 놀란 부분도 있다”라고 운을 뗀 박혜진은 “제도가 바뀐 상황에서 처음으로 FA 시장을 맞이하다 보니 부담스럽고 걱정도 많이 된다. 아직 큰 생각을 한 부분은 없지만 여러 방면으로 고민도 해보고, 다양하게 생각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WKBL은 조기에 시즌을 종료했다. 또한 도쿄올림픽도 1년 연기됐다. 한국여자농구대표팀이 12년 만에 올림픽 진출권을 따내는 데에 공헌한 박혜진으로선 아쉬움이 클 터.

하지만 박혜진은 “개인적으로는 올림픽이 1년 연기된 부분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시즌 중에 올림픽 예선 일정을 두 차례 소화하고, 정규리그 일정도 소화하면서 저뿐만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이 조금은 지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초 예정됐던 올림픽 일정이 연기되면서 우리 선수들에게는 그만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혜진은 WKBL에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최정상급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박지수에 이어 강이슬도 WNBA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해외 진출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박혜진은 이에 대해 “어릴 때는 WNBA에서 뛰고 싶은 꿈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국제대회를 소화하면서 아쉬운 점을 보여드렸고, 스스로 생각한 경기력이 많이 안 나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무대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은 것 같다. 제가 해외 무대에 뛴다는 생각보다는 강이슬 등 해외 무대에 도전하는 후배 선수들을 응원해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한편, 박혜진은 MVP 상금 1,000만원을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박혜진은 “코로나19로 여자프로농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중단돼 속상하다. 지금은 모든 국민이 정말 힘든 상황인 것 같다. 예전부터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부하려고 한다. 힘든 시기지만 많은 분들이 더 힘내셨으면 좋겠고, 코로나19 조심하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혜진.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