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난다’ 양동근, 최정상에서 소신대로 찍은 마침표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결국 박수 받을 때 떠나게 됐다. 쉽지 않은 선택일 법하지만, 양동근(39, 180cm)은 소신대로 최정상에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울산 현대모비스가 양동근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현대모비스는 31일 “‘현대모비스의 심장’ 양동근이 2019-2020시즌을 마지막으로 17년간의 프로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양동근은 리그 조기 종료 이후 구단 및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거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이라고 밝혔다.

양동근은 자타가 공인하는 KBL 최고의 포인트가드다. 2004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현대모비스(당시 모비스)에 지명된 후 현대모비스, 대표팀을 거치며 슈퍼스타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정규리그 MVP를 4차례 차지했고, 이는 KBL 역대 최다 기록이다.

또한 현대모비스가 차지한 V7 가운데 6차례 챔프전 우승이 양동근과 함께 이룬 영광이었다. 그야말로 양동근이 현대모비스의 역사 그 자체인 셈이었다.

양동근은 한국 나이로 불혹을 맞은 2019-2020시즌에도 건재를 과시했다. 부상, 이대성과의 역할 분담으로 평균 한 자리 득점에 그쳤던 최근 3시즌과 달리 40경기 평균 10득점 3점슛 1.9개 2.7리바운드 4.6어시스트 1.2스틸로 활약한 것. 특히 평균 28분 24초는 국내선수 가운데 12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었다.

2018-2019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취득했던 양동근은 당시 1년 계약을 맺었다. 공교롭게 신인 시절부터 함께하며 현대모비스의 역사를 만든 유재학 감독도 2019-2020시즌을 끝으로 5년 계약이 만료되는 터였다. 이 까닭에 일찌감치 은퇴를 염두에 둔 1년 계약이라 예상한 관계자가 적지 않았다.

변수도 있었다. 현대모비스가 2019-2020시즌 초반 빅딜을 단행, 이대성이 전주 KCC로 향한 것. 서명진은 아직 2년차에 불과한 고졸 가드. 무게감 있는 가드가 이탈, 양동근와 현대모비스의 재계약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였다.

하지만 양동근은 최정상의 자리에서 은퇴를 택했다. 양동근은 “실력도 없는데 그동안 쌓은 명성만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안 된다. 다만, 언제 그만둔다고 해도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어제도, 오늘도 열심히 농구를 해야 한다는 각오도 늘 갖고 있다. 뭔가 남겨놓으면 찝찝하지 않겠나”라며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양동근은 평소 가져왔던 소신대로 프로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을 매듭지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하게 제몫을 해왔던 커리어대로, 양동근은 양동근답게 현역생활을 마무리했다.

[양동근.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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