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응원해줄 것” 양동근, 은퇴하는 순간 꺼낸 그 이름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그 친구도 잊을 수 없다. 하늘에서 응원해줄 거라 생각한다.” 담담하게 은퇴 심경을 담은 전문을 읽어가던 양동근(39, 180cm)은 “안 울려고 했는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또한 왕조 재건을 함께 한 크리스 윌리엄스를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양동근은 1일 KBL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한편, 향후 계획에 대해 전했다. 현장에는 박병훈 현대모비스 단장을 비롯해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 함지훈(현대모비스), 조성민(LG) 등도 참석해 꽃다발을 전달했다.

양동근은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준비한 은퇴 심경을 담은 전문을 읽었다. 담담하게 읽던 양동근이었지만, 가족 얘기가 나올 땐 연신 눈물을 훔쳤다.

크리스 윌리엄스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크리스 윌리엄스는 양동근이 프로 데뷔 후 2~3년차 시즌을 함께 했던 외국선수다. 다재다능한 능력을 지닌 크리스 윌리엄스는 양동근과 함께 치른 2시즌 모두 현대모비스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2006-2007시즌은 팀명이 부산 기아에서 현대모비스로 바뀐 후 첫 통합우승을 안기기도 했다.

크리스 윌리엄스는 이후에도 양동근과 남다른 우정을 이어갔다. 2006-2007시즌 종료 후 개인일정을 바꾸며 출국을 연기, 양동근의 결혼식에 참석한 크리스 윌리엄스는 은퇴 후 미국으로 양동근의 가족을 초대하기도 했다. “크리스 윌리엄스를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덕분에 나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라는 게 양동근의 설명이었다.

양동근은 2019-2020시즌 마지막 라운드에 6번이 아닌 33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뛸 예정이었다. 33번은 크리스 윌리엄스의 등번호며, KBL 규정상 시즌 도중 등번호를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정규리그가 코로나19 여파로 조기에 종료돼 ‘33번 양동근’은 볼 수 없게 됐다.

양동근은 “33번을 달고 싶게 했던 그 친구(크리스 윌리엄스)도 잊을 수 없다. 하늘에서 많이 응원해줄 거라 믿는다”라며 크리스 윌리엄스를 회상했다. 또한 크리스 윌리엄스는 양동근이 꼽은 KBL 베스트5 가운데 첫 손에 꼽은 파워포워드이기도 하다.

양동근은 은퇴 기자회견서 “마지막으로 1경기를 뛴다면 함께 팀을 이루고 싶은 선수는?”이라는 질문이 나오자, 크리스 윌리엄스를 다시 언급했다. 굵고 짧게 이름만 언급했으나 양동근이 크리스 윌리엄스와 얼마나 두터운 친분을 이어왔으며,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 존재였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양동근.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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