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메모리스트', 남는 건 사진뿐이라지만…사이다 응징에 PPL 뿌리기 [김나라의 별나라]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메모리스트'가 권선징악 메시지를 전하며 막을 내렸지만 2% 아쉬운 완성도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30일 밤 케이블채널 tvN 수목극 '메모리스트'는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날 방송에선 '연쇄살인마 지우개' 서희수(이영진)와 동백(유승호)이 남매라는 관계, 서희수의 범행 동기, 황필선(이휘향)·방준석(안재모) 모자의 응징 등 스토리가 휘몰아쳤다.

서희수는 20년 전 친구 유아영(정신혜)이 방준석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억울한 죽음을 맞고, 황필선의 사주로 괴한이 그 증거를 은폐하려던 과정에서 엄마가 살인을 당하며 복수를 결심한 것이었다. 동생 동백과 달리 초능력을 복수를 위한 살인의 수단으로 악용한 것.

서희수는 "이때 깨달았다. 내가 가진 힘으로 없애야 하는 게 기억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걸. 누굴 없애야 하는지도 알게 됐다. 복수? 이건 그런 게 아냐. 내가 가진 힘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굳이 따지자면 정의랄까. 원래 정의에는 고통이 따르는 거다. 너도 잘 알잖아. 네가 옳은 일을 위해 네 능력을 쓸 때마다 네가 다친다는 걸. 인간은 약해 빠졌다. 그래서 법을 만들어냈지. 정의를 대신 수호해 줄 거라는 헛된 기대를 품고. 그런데 법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봤잖아? 강한 자들만 보호하는 거. 우린 그런 법에 기댈 필요가 없다. 안 그러냐"라고 말했고, 동백은 "아니다. 개XX들 상대한다고 나까지 개가 될 필요가 없다. 누나는, 아니 너는 잘못됐다. 괴물의 심연을 너무 오래 들여다봤다. 괴물들과 싸우다가 너까지 괴물이 된 거라고"라고 서희수의 그릇된 가치관을 지적했다. 초능력을 가진 이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동시에 '메모리스트'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주연 유승호와 이영진의 감정선은 절정에 달하며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하는 명장면을 완성했다.

하지만 쫄깃함은 여기까지. 황필선과 방준석 모자, 악행에 연루된 이들까지 모두 법의 심판을 받으며 응징이 가해졌다. 특히 방준석은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이라는 최후를 맞았으나, 그간 지우개의 정체를 두고 얽히고설킨 전개를 그리며 잔뜩 치솟게 한 긴장감엔 못 미치는 매듭이었다. 꽉 닫힌 해피엔딩이었지만 후다닥 마무리 짓는 결말에 사이다의 통쾌한 감흥은 덜할 수밖에.

가장 압권은 노골적인 PPL로 마지막 회를 장식, 2%대의 저조한 시청률에도 끝까지 지켜봐 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다.

경찰에 사직서를 내고 인권 변호사로 전향한 한선미(이세영). 이에 한데 모인 출연자들이 사진을 찍는다며 협찬받은 휴대전화 카메라 기능을 세심하게 보여주는데, 이쯤 되면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몰입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극 말미 "나는 지금 반성 중이다. 내가 읽는 건 기억뿐만이 아닌 것 같다. 그 사람의 생각, 그 사람의 마음, 그 사람의 시간 그 전부를 알아가는 거였다. 그동안 내가 이 능력을 너무 수단으로만 썼던 것 같다. 그래서 반성 중이다"라는 동백의 성찰이 흘렀지만 안방극장까지 여운이 와닿기엔 역부족인 이유.

'대세 배우' 유승호와 이세영의 만남,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기대감은 채우지 못하고 엔딩까지 허술하게 마무리 지으며 여러모로 아쉬움만 남긴 '메모리스트'다.

[사진 = tvN '메모리스트' 16회 캡처]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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