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허용, 박종훈의 역발상 "컨트롤 얘기는 안 나오잖아요?"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컨트롤 얘기는 안 나오잖아요?"

SK 우완 박종훈은 효율적인 주자 견제가 쉽지 않다. 언더핸드 특성상 투구폼이 크기 때문이다. 당연히 슬라이드 스텝도 빠르지 않다. 세트포지션으로 던지더라도 일단 투구동작에 들어가면 주자를 묶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올 시즌 주자들이 예전보다 박종훈이 마운드에 있을 때 더 활기차게 움직인다. 특히 20일 고척 키움전서 5이닝을 소화하면서 무려 5개의 도루를 내줬다. 박종훈-이홍구 배터리는 단 한 차례도 키움의 도루를 저지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5이닝 3실점 한 건 위기관리능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박종훈은 21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자신의 약점을 시원스럽게 얘기했다. "당장 안타를 안 맞을 생각을 하다 보니 쫓겼다. 평소에는 도루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데, 어떻게든 안 맞아야 하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라고 돌아봤다.

그날 SK는 10연패를 끊었다. 박종훈은 자신의 약점인 도루허용보다 최소실점으로 버텨 어떻게든 팀 10연패 탈출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물론 그는 "주자들이 작년보다 많이 뛰는 걸 안다"라고 인정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도루허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단, 투구폼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특유의 낮은 타점에 의한 장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훈도 "도루 때문에 폼을 바꾸면 밸런스가 무너진다"라고 했다.

염경엽 감독은 "템포로 갖고 놀아야 한다"라고 했다. 투구템포에 변칙을 줘서 주자에게 혼란을 안겨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박종훈은 "잘 안 되고 있다"라고 했다. 결국 부작용을 겪고 있다. 스스로 터득하고 극복해야 한다.

그렇다면 벤치에서 적극적으로 주자 견제 사인을 주는 것은 어떨까. 염 감독은 반대했다. "벤치에서 견제를 지시하는 건 종훈이가 주자에게 끌려가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견제도 하고 주자를 묶는다는 생각을 해야 투구도 잘 된다"라고 했다. 타의에 의해 강제로 움직이면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득이 될 게 없다는 의미다.

또한, 염 감독은 "도루 때문에 견제를 3~4차례 시키면 투수가 주자를 더 민감하게 신경 쓰게 된다. 그러면 타자를 상대하는 것에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종합하면 박종훈이 도루허용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한편으로 자신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행히 박종훈은 멘탈이 좋다. 오히려 역발상으로 접근했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 던지는 것(타자 상대)이다. 도루 5개를 내주고 3점을 내준 건 적게 내준 것 아닌가. 감독님도 '2루에 보내줘도 되니 점수를 안 주면 된다'고 한다"라고 했다.

심지어 "다행히 컨트롤 얘기는 안 나오지 않나요"라고 되물었다. 박종훈은 그동안 제구력 기복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올 시즌 15이닝을 소화하면서 6개의 볼넷을 내줬다.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다. (6개의 볼넷 중에서 전략적으로 내준 것도 포함됐다는 게 본인 설명이다)

박종훈은 "볼넷을 많이 안 주니 상대가 (출루하면)뛰는 것 아니겠나. 다행이다. 그렇게 보면 나도 한 단계 올라선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자신의 약점을 알고, 고치려는 노력도 한다. 그러나 굳이 부정적으로만 파고 들지 않았다. 박종훈의 매력이다.

[박종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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